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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남명렬 “현재의 나에게 집중하는 것이 행복의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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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4일 롯데콘서트홀 음악극 '나를 찾아서' 공연
35세때 전업 배우 도전…"배우로서 자기객관화 잘해왔다 생각"

"사람들은 과거에 집착하거나 미래를 걱정하며 불행을 자처하곤 한다. 진정한 행복은 지금의 나를 소중하게 여기는데서 온다. 현재를 잘 살아가고, 지금의 내가 어떤 행복감을 느끼는가가 가장 중요한 것 아닐까."

배우 남명렬. [사진제공 = 롯데문화재단]

배우 남명렬. [사진제공 = 롯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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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31년차 중견배우 남명렬(64)은 행복에 대해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답한다. 최근까지 연극 '그을린 사랑', '오펀스', '두 교황'에 출연하며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여온 그는 내달 1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진행되는 음악극 '나를 찾아서'를 통해 관객에게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가를 묻고 전한다.


"어떤 형태이든 무대에 설 기회를 갖는 건 즐거운 일이죠" 클래식과 연극이 만난 '나를 찾아서'는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주인공 제이의 유년시절부터 노년까지 다양한 생의 모습을 통해 전한다. 어른 제이를 맡은 남명렬은 무대에서 파랑새로 상징되는 행복, 그리고 희망을 담담하게 관조한다. 그는 "나는 결국 파랑새를 놓쳤지만 그 행복한 기억을 가진 것만으로도 아무것도 잃지 않았다"며 "어린시절엔 순수하게 좋아하는 것에 대한 행복한 기억이 있다면, 청년 때엔 그 행복을 소유하고 싶어 가둬두려하고, 장년이 돼서는 사랑이든 물건이든 그 존재를 그대로 두는 것 자체가 곧 행복임을 깨닫게 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행복은 무엇일까. "요즘엔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예상해서, 혹은 과거에 집착해서 지금 현재의 나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불안정한 사회에선 끊임없이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살고 있는데, 현재를 충실하게 살지 않으면 미래에도 행복한 삶이 있을 수가 없다"고 강조한 그는 "재독 철학자 한병철의 ‘피로사회’를 보면 자기착취를 지적하는데, 자기 자신을 스스로 끝까지 몰아붙이는 것,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선 현재의 나에게 더 주목해야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작품은 음악과 함께 삶의 전반을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우 남명렬. [사진제공 = 롯데문화재단]

배우 남명렬. [사진제공 = 롯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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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장부터 대극장까지, 연극무대를 종횡무진했던 그이지만, 콘서트홀 무대는 낯설법도 하다. 그는 "처음 공연장 이야기를 들었을 땐 '아, 이거 어떡하지?'란 생각이 먼저 들었다. 연극은 배우가 무대에 등장하면서부터 시작되지만 연주는 연주자의 입장과 관계없이 음악의 시작이 기준이 되니까. 또, 연주는 한 곡이 끝나면 박수를 치는데 연극은 전체 극이 끝나고 커튼콜때 박수를 치니까. 이런 것들을 잘 조율하는게 관건이겠다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나를 찾아서'는 매일클래식 20주년 공연 시리즈로 기획됐다. 주인공 제이가 파랑새를 쫓던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할 땐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중 '아리아'가 흐른다. 청년의 성장통과 어른이 된 후에 찾아 온 상실감을 경험한 제이가 파랑새를 놓아주며 다시 행복을 마주할 땐 아르보 패르트의 'Fratres:가, 이내 있는 그대로 나로서의 시간이 결국 진정한 행복임을 깨닫는 중년의 제이의 모습 뒤로는 프란체스코 세미니아니의 라폴리아; 모차르트의 '디베르멘토', 이안 클라크의 '오렌지빛 새벽(Orange Dawn); 드보르작의 세레나데"가 연주되며 극의 감동을 배가시킬 예정이다.

평소 서재에 앉아 독서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는 배우에게 필요한 자질로 독해능력을 꼽았다. "새로운 작품을 할 때 가장 먼저하는 일이 대본을 보고 이해하는 일인데, 글을 적확하게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수반돼야 인물에 대한 상상력을 그 다음에 펼칠 수 있다."

배우 남명렬. [사진제공 = 롯데문화재단]

배우 남명렬. [사진제공 = 롯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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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만큼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붙이며 '착취'하는 직업이 또 있을까. 하지만 그는 이내 여유있게 자기객관화를 통해 그 답을 찾았다고 말한다. "무대 위에서 좋은 연기를 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자기 착취까지는 아닌 것 같다. 나는 뭘 해도 깜냥 안에서 하려 노력하고,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자기객관화가 잘 된 사람(웃음)"이라며 "내가 갈 수 없는 곳이면 아예 가지 않았다." 그는 문득 연극 무대에서 매체연기에 도전했을 당시를 떠올리며 "처음 매체연기를 했을 때도 연극계에서처럼 대우받길 바라기보다는 이쪽 업계에선 내가 한 명의 신인인 만큼 시간을 투자해 내 모습을 더 보여주고 더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그런 노력과 생각 또한 자기객관화의 일부가 아닐까"라고 말했다.


극 중 제이처럼, 그의 20대에도 행복을 소유하려는 노력이 있었을까. 그는 자신의 20대에 대해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스스로 결정해서 한 게 없었기 때문인데, 가정(假定)은 없다지만 20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살았으면 하는 회한이 있다"며 "부모님께 실망끼치지 않기 위해 공부하고, 성적에 맞춰 대학에 진학하고, 또 졸업 후 제약회사에 입사해 직장생활을 하다가 문득 이 생활을 더는 못하겠다는 마음이 목끝까지 차서 그만두고 33세때 비로소 전업으로 배우가 됐다"고 회상했다. 이어 "만약 내가 조금 더 일찍 배우생활을 시작했으면 지금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궁금하기도 하지만, 만약 그랬다면 지금터럼 연기와 삶에 대해 깊이있게 바라보는 시각은 없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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