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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컬처]정명석의 그늘에 가려진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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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컬처]정명석의 그늘에 가려진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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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나는 신이다’가 공개된 지 한 달이 됐다. TV 탐사프로그램과 극장용 다큐멘터리 영화 각각의 장점을 고루 취하고 반대로 약점은 메우는 영리한 전략으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방송국의 전문인력과 OTT 플랫폼이 결합할 때 열리는 새로운 지평도 구경할 수 있었다. 덕분에 앞으로도 이런 시도가 이어질 것 같다. 칭찬받아 마땅한 시도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오늘 칼럼에서는 그동안 쏟아진 호평 일색의 리뷰와 조금 결이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먼저 부제의 의미에 주목하는 담론이 별로 없어서 아쉬웠다. 이 시리즈의 제목 ‘나는 신이다’에 붙은 부제는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다. 얼핏 생각하면 ‘신을 배신한 사람들’이 맞을 것 같다. 정명석이나 박순자(유병언), 김기순, 이재록 모두 자신을 신격화하며 신을 팔아먹은 사람들이니까. 그런데 왜 신을 배신한 사람들이 아닌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라고 부제를 달았을까? 타락한 종교인들이 아니라 그들을 신으로 모셨다가 배신당한 사람들이 이 시리즈의 주인공임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육체를 유린당하고 돈을 떼이고 목숨까지 잃은 피해자들 말이다. 뒤늦게라도 용기 내어 카메라 앞에 서준 사람들 덕분에 이 작품이 나올 수 있었다는 고마움의 표시 같기도 하다. 이 지점을 이해하면 제작 의도가 더 선명하게 보인다.

정명석의 엽기적인 행각이 워낙 충격적이다 보니 그를 단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너무 커져 다른 주제들이 가려진 점도 아쉽다. 최악의 성범죄를 일삼은 그를 이제라도 제대로 처벌해야 하는 일이 중요한 만큼, 사이비 종교에 대한 사회적 대응을 고민하는 일도 중요하다. 종교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되어 있지만, 자유의 허용범위를 넘어선 방종과 불법은 종교라는 면죄부로 눈감아 줘서 안 된다. 그게 이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 의식이 아닐까 싶다. 법이 허락하는 종교의 자유는 어디까지일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사이비 종교에 대한 우리 사회의 태도를 결정짓는 기준이 될 것이다. 당장 사이비 종교의 정의나 범주조차도 공론화되어 있지 않다. 사이비 종교에 빠져있던 사람 중 일부라도 정신 차리게 만든 일이 ‘나는 신이다’의 또 다른 성과라면, 이제 사회가 나설 때가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안다. 이 모든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이 수많은 종교단체의 눈치를 보는 이유를. 우리 정치인 여러분. 공포와 수치심을 이겨내고 이름과 얼굴을 밝히고 입을 연 피해자들의 반만큼이라도 용기를 내어주면 안 되겠습니까?


다큐멘터리는 역사의 기록이기도 하다. 유명인들의 과거 모습을 자료화면으로 보는 것도 이 시리즈의 또 다른 재미다. 갓 서른을 넘긴 아나운서 손석희의 앳된 모습도, 오대양 사건을 맡았던 주임 검사 박영수의 언론브리핑도 볼 수 있다. 그들은 지금 자기 모습을 예상했을까? 또, 다루는 사건들에 확연하게 달라지는 연출방식도 흥미롭다. 나는 오대양 사건을 다룬 편이 장르적으로 제일 재미있었다. 이 글을 읽고 뒤늦게 이 시리즈를 보려고 마음먹은 분들은 주제의 무게와 별개로 즐길 거리도 놓치지 않으셨으면 한다.


방송국 제작진과 OTT 플랫폼이 연합하는 프로젝트들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동료 피디들의 도전을 응원하는 동시에,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 꼭 만나보고 싶은 시리즈가 있다. 국내 마약의 실태를 제대로 파헤치고 경각심을 일깨우는 다큐멘터리가 시급하다. 이미 자료화면은 차고 넘칠 듯.

이재익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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