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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헌재의 ‘검수완박법’ 심판이 던진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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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헌재의 ‘검수완박법’ 심판이 던진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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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에 대한 헌재의 결정이다. 헌재 결정과 이후 논란은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 그리고 진영정치의 심각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근래 입법부 내의 갈등과 권력투쟁이 사법적 쟁점으로 이어지는 일이 많아졌다. 정치의 사법화이다. 국회 스스로 해결 능력이 부족하다는 증거이다. 물론 국회는 사법부에 적법성이나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을 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회는 국민의 의사를 통합하는 최고의 대의기구이다. 헌법에서도 국가기구 중 맨 앞자리에 국회가 있다. 그런데 스스로의 문제를 사법부에 의존한다. 그렇다고 사법부의 결정으로 갈등이 정리되지도 않는다. 정치의 사법화가 되면서 다시 사법의 정치화로 돌고 돈다.

이번 ‘검수완박법’을 둘러싼 권한쟁의 심판 청구 내용의 핵심은 당시 여당 민주당 소속이었던 민형배 의원이 탈당해서 무소속 야당 의원 자격으로 안건조정위에 가담한 것이 국회법 제57조의2 규정에 적법하냐는 것이었다. 헌재는 법사위의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했다고 5대4 인용 결정했다. 다른 4인의 재판관은 비교섭단체 무소속을 포함한 여야 동수 구성이라는 원칙을 지켰기에 적법하다고 봤다.


안건조정위 운영은 ‘소수의 의견이 개진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고 ‘이견을 조정하기 위해서’라고 입법 취지에 명기돼 있다. 여당 출신이 탈당해 실질적인 여당 우위를 만든 것은 입법 취지에는 반한다. 위장 탈당이든 소신 탈당이든 마찬가지다. 문제가 없었다는 재판관은 여ㆍ야 동수라는 형식 요건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걸 논거로 삼았다. 여야의 의미를 그런 식으로 적용한다면 소수의 의견 개진과 이견의 조정이라는 안건조정위의 목적은 무의미해진다.


어쨌든 법사위의 의결 과정은 문제가 있다는 결정이 5인으로 다수였다. 그러나 1인의 재판관은 심의·표결권을 침해받기는 했으나 국회의 기능을 형해화시킬 정도는 아니었다며 ‘검수완박법’의 무효에는 반대해 4대5로 기각됐다. 일부에서는 기회주의적이라거나 ‘술은 먹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것’과 뭐가 다르냐는 비난도 있었다. 그러나 심의ㆍ의결에 문제가 있었지만 의회의 입법을 무효화시키는 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게 일리가 없지 않다. 나는 헌재가 강제할 순 없지만, 입법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본 결정에 주목한다. 이제 국회가 성찰해야 할 일이다. 최고의 대의기구인 입법부가 책임지고 돌아볼 일이다. 그런데 헌재의 결정에 대한 아전인수 주장만 있을 뿐이다.

5대4든 4대5든 만장일치가 아니라면 찬반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옳다고 할 수 없다. 타협과 양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의 경우 방어적 입장에 있었던 민주당이 특히 돌아볼 일이다. 문제 해결의 주체들이 양극단화 돼 결국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가 반복되는 요즘의 한국 정치다.


이번 헌재의 5대4, 4대5의 결정 구도는 헌재 재판관 자신들을 추천한 진영의 입장 그대로 짝을 맞췄다. 이념 문제도 아닌 사안이었다. 진영정치가 만든 민낯의 권력투쟁에서 비롯된 갈등이었다. 대한민국 공동체의 헌법적 기반을 확인시켜주는 헌재까지도 진영정치에 엮인 현실은 참으로 심각하다. 헌법 재판관들 스스로의 성찰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진영정치의 중심에 있는 여야 정당과 국회에 근원적 책임이 있다. 이번 헌재 결정이 던진 남은 과제도 여야 정당과 국회의 몫이다.


김만흠 한성대 석좌교수, 전 국회입법조사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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