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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배기 지식재산]불경기 때 특허괴물 공격…CEO님들, 대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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⑮김용선 한국지식재산보호원 원장
해외 NPE, 중소·벤처기업도 노린다
"회사 존립 위협…특허분쟁 예방해야"

김용선 한국지식재산보호원 원장이 서울 역삼동 본원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김용선 한국지식재산보호원 원장이 서울 역삼동 본원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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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특허괴물'의 공격 대상은 주로 삼성, LG 같은 대기업이었지만 이제는 중소·벤처기업까지 공격합니다. 자동차에 첨단기술이 가미되면서 IT기업뿐만 아니라 현대·기아차도 위협받고 있습니다."


김용선 한국지식재산보호원 원장은 서울 역삼동 본원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특허괴물이라 불리는 해외 특허소송 전문기업(NPE)들이 우리 기업에 대한 공격을 확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허청에서 30여년을 몸담고 차장까지 지낸 그가 한국지식재산보호원장으로 부임한 지 100일을 맞아 언론과의 첫 인터뷰를 아시아경제와 함께 진행했다.

김 원장은 "코로나 사태와 경기 침체 상황이 이어지면서 최근 글로벌 NPE의 공격이 늘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NPE란 기술 개발이나 제조 활동을 하지 않고 기업의 특허를 사서 소송이나 라이선싱 협약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회사를 말한다. 우리 기업이 미국에서 NPE로부터 소송당한 건수는 2019년 90건, 2020년 111건, 2021년 149건이다.


김 원장은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제조업체들이 자사의 특허를 NPE에 양도하면서 수익화를 모색했고, 투자자들도 NPE 펀딩에 몰리면서 소송이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비슷하다. 당시 미국 제조기업들이 너도나도 특허 수익화에 몰리면서 NPE 소송이 늘어났다.


수백 명의 지식재산(IP) 전문 인력을 가진 삼성전자 도 그동안 NPE에 지급한 돈이 수천억원 이상이며, 여전히 특허로 공격을 해오는 NPE가 줄지어 서 있을 정도라고 했다.

만약 모바일 사업을 접은 LG전자 가 약 2만개로 추산되는 관련 특허를 NPE에 판다면 삼성을 포함한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고초를 겪는다. 이와 관련, LG는 지난해 1분기 애플로부터 특허수익 약 8000억원을 거둬들였다. 양사가 맺은 특허 라이선스 계약 대상 특허는 '표준특허'다. 애플이 LG의 표준특허를 사용하는 대신 8000억원의 대가를 받은 것이다. LG가 모바일 사업을 접으면서 애플에 지불해야 할 특허료가 사라지자 상대적으로 특허수익이 껑충 뛰었다.


LG가 보유한 특허를 삼성에 양도하는 방안도 물밑에서 논의됐지만, 가격 등 조건적인 측면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선 한국지식재산보호원 원장/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김용선 한국지식재산보호원 원장/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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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원장은 "LG가 핵심특허를 모두 매각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장산업 등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도 LG 특허가 시장에 나왔을 때 부메랑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고 이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전문 인력과 경험, 자금이 부족한 중소·벤처기업이 타깃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 진출을 추진 중인 기업들이 특허 전략을 제대로 세우지 않는다면 NPE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 실제로 NPE인 ‘시더 레인 테크놀로지(Ceder Lane Technologies)’는 지난해 미국에서 우리 중소·중견기업 7곳을 상대로 소를 제기했다. 이미징 처리 기술이 적용된 영상장치 관련 특허를 문제 삼았다.


김 원장은 "미국 내 1심 소송비용은 보통 11억~69억원, 손해배상액 중간값은 66억원에 달할 만큼 어마어마하다"면서 "어느 날 중소기업 대표에게 '텍사스 동부지법으로 출두하라'는 명령이 떨어지면 그야말로 멘붕이 올 것"이라고 했다. 텍사스 동부지법은 원고인 특허권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는 것으로 유명해 NPE들이 선호하는 법원이다.


특허 분쟁은 회사 존립까지 위협한다. 2014년에는 일본 캐논이 국내 레이저 프린트 부품 생산업체를 상대로 한 특허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국내 중소기업 300여곳이 도산하거나 중국으로 이전하는 등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그동안 NPE 활동 영역이 스마트폰, 반도체와 같은 전자·IT 분야였다면 이제는 자동차 산업으로 넘어가고 있다. 김 원장은 "무선 통신기술이 접목되는 전기차, 자율주행차 생산이 늘어나면서 현대차 · 기아 도 위협을 받고 있다"며 "이처럼 NPE들은 돈 되는 업종을 지켜보고 있다가 시장이 성숙해지면 공격에 나선다"고 했다.


글로벌 특허 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인공지능(AI), 반도체, 2차전지 등 국가 전략기술에 대한 핵심·표준특허 확보가 시급하다. 김 원장은 "R&D 단계에서부터 핵심·표준특허를 겨냥하고, 경쟁기업이 갖고 있는 특허를 회피하거나 공백을 파고드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중소·벤처기업에 특허는 "골리앗을 이길 수 있는 다윗의 돌멩이"라고 했다. 김 원장은 "특허는 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경영의 핵심"이라며 "똘똘한 특허를 확보해 잠재적인 특허 분쟁을 예방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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