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두머리 죽자 다른 늑대들도 안락사 시켜…英동물원 논란

"전문가·유관기관 조언 따른 것"
동물원측 "우리도 마음 아프다"

영국의 한 동물원이 수술 합병증을 이유로 늑대 무리의 우두머리를 안락사시킨 이후 다른 늑대 4마리까지도 모두 안락사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현지시간)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스코틀랜드 던디에 위치한 동물원 캠퍼다운 야생동물센터는 지난 27일 "우두머리 수컷 늑대 로키가 수술 합병증으로 고통을 받아 오늘 인도적으로 안락사됐다"며 "고통으로부터 동물을 구하기 위한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동물원 측은 로키가 안락사된 날 그와 함께 지내던 다른 늑대 4마리도 안락사했다고 밝혔다. 늑대들이 로키의 수술 이후 이상행동을 보였다는 이유에서다.

동물원 측은 "로키가 수술받게 된 뒤로 이들 네 마리가 대단히 불안해하고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였다"며 "늑대들을 안락사하게 돼 매우 슬프다. 이러한 조치는 최후의 수단이었고, 팀원들도 마음 아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로키는 지난 21일 수술을 받았다. 동물원은 이틀 뒤인 23일 "로키가 수술받은 이후 늑대 무리가 유난히 불안을 느끼고 있다"며 "다시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동물원 측의 이 같은 결정에 누리꾼들은 성급한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누리꾼들은 동물원의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왜 이런 극단적인 조치를 했는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더 자세한 설명을 해야 한다", "왜 다른 늑대들까지 그렇게 빨리 안락사돼야 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남은 늑대들이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더 줬어야 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논란이 거세지자 동물원 측은 "이 어려운 결정은 전문가의 조언 및 관련 기관과의 협의에 의해 나온 것"이라고 재차 해명했다.

늑대는 힘들게 사냥한 먹이도 늘 동료들과 함께 나눠 먹을 정도로 유대감이 매우 강한 동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늑대는 우두머리가 죽으면 무리가 와해되기도 하며, 가족 구성원이 죽으면 크게 상심해 따라 죽는 경우도 있다.

늑대 우두머리가 죽은 후 늑대 무리가 전부 안락사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스코틀랜드 왕립동물학회가 운영하는 하이랜드 야생동물 공원도 2006년 늑대 무리 전부를 안락사시켰다.

당시 공원 측은 수컷 우두머리가 죽으면 암컷 늑대가 다른 수컷들의 서열을 인정하지 않아 늑대들끼리 서로 죽일 수 있다고 안락사 이유를 밝혔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