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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학폭' 피해학생 정보 가해학생 부모 전달 교사 유죄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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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피해 학생의 개인정보가 담긴 자료를 가해 학생 부모에게 유출한 중학교 교사의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및 학교폭력예방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60)의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서울 서초동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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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했던 박씨는 학교 생활지도부장을 맡고 있던 2016년 2월 교장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하기 위해 작성한 '진정사건에 대한 의견서' 파일을 가해 학생 부모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그 의견서에는 학교폭력 피해 학생의 이름과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 결과가 담겨 있었고, 검찰은 박씨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2015년 중학교 1학년 A군이 2명의 동급생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학교폭력자치위원회는 가해 학생들에 대한 징계 없이 화해를 권유했고, 가해 학생들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A군 측의 재심신청으로 서울시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에서 가해학생들에게 서면 사과와 피해 학생에 대한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 처분을 명하는 재심 결정이 내려졌다. 그러자 가해 학생들의 부모들은 재심 결과에 불복해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한편 A군 측은 학교폭력 피해 학생에 대한 학교 측의 조치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교장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이후 교장은 국가인권위에 제출하기 위해 작성한 '진정사건에 대한 의견서'를 학교폭력 업무 담당자인 박씨에게 전달했다. 해당 의견서에는 A군이 2015년 4월 서울시 교육청이 실시한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에서 총점 34점(자살생각·학교폭력 피해)의 결과가 나왔다는 사실이 포함돼 있었다.


박씨는 가해학생의 부모들로부터 행정심판 청구와 학교안전공제보상심사위원회의 심사에 제출할 자료를 요구받은 뒤 교장으로부터 전달받은 위 의견서가 담긴 파일을 이메일로 전송했다.


1심 재판부는 이 같은 박씨의 행위가 개인정보처리자가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한 경우(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봤다.


재판에서 박씨는 자신은 개인정보처리자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개인정보보호법에서 '처리'의 개념을 폭넓게 규정한 것을 근거로 들며 "개인정보법은 '처리'를 사실상 특정한 행위에 한정하지 않고 있다"라며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여기서의 '업무'는 본래의 업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사무 일체를 포함하는 것으로 폭넓게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박씨는 또 의견서를 이메일로 전송한 사실 자체도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박씨가 가해 학생 부모에게 '학교의견서도 함께 보내겠다'고 보낸 문자메시지와 가해 학생 부모가 수사기관에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피의자로 조사를 받을 때 변호인이 작성해 제출한 의견서 등을 근거로 박씨가 의견서를 유출한 사실을 인정했다.


변호사가 작성한 의견서에는 가해 학생 부모가 박씨에게 전화를 하게 된 경위, 박씨가 이메일로 보낸 의견서의 종류, 교장이 작성한 의견서의 형태 등 의견서를 입수한 경위가 상세하게 기재돼 있는데, 변호사가 자신의 의뢰인에게 불리한 내용을 지어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또 박씨가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관련 업무를 수행했던 자로서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이나 피해 학생과 관련된 자료를 누설해선 안 되는 의무를 위반해 A군의 개인정보인 동시에 외부로 유출될 경우 분쟁 당사자간 논란을 일으킬 우려가 명백한 정보를 누설함으로써 학교폭력예방법을 위반한 사실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박씨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학교폭력예방법 위반 등 두 가지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지만, 양형에 있어서는 보다 처벌이 강한 개인정보보호법위반죄의 법정형이 적용됐다. 형법상 1개의 행위가 동시에 2개의 범죄에 해당하는 경우(상상적 경합)에는 법정형이 보다 무거운 죄로 처벌받게 된다.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할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제71조 5호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되고, 학교폭력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이나 피해 학생 관련 자료를 누설한 경우 학교폭력예방법 제22조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1심 재판부는 박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양형 이유에 대해 재판부는 "위 개인정보가 가해 학생의 부모에게 유출됨으로써 피해자에게 상당한 불이익이 현실적으로 가해진 점(심지어 그 내용이 민사소송 과정에서도 그대로 언급됐다), 그럼에도 피고인이 객관적인 사실관계 조차 여전히 인정하지 않는 점은 불리한 양형요소이다"라면서도 "한편 피고인이 위 검사결과 자체를 유출한 것은 아니고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서나 부정한 목적으로 이 사건 의견서를 유출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피고인에게 아무런 전과가 없는 점은 양형에 유리하게 참작할 요소이다"라고 밝혔다.


2심 법원과 대법원도 이 같은 판단이 옳다고 봤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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