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에 압승한 KT&G…핵심 안건 전부 원안 가결(종합)

KT&G, 주총 표대결서 압도적 승리
현금배당 주당 5000원 안건 가결
KT&G 이사회 추천 사외이사 선임

28일 열린 KT&G 주주총회에서 KT&G가 '행동주의 펀드'에 압승을 거뒀다. 핵심 안건을 놓고 벌어진 표 대결에서 개인 주주들이 KT&G의 손을 들어주면서 대부분 안건이 KT&G 이사회의 제안대로 통과됐다.

28일 오전 대전시 대덕구 본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KT&G 제36기 주주총회.[사진제공=KT&G]

KT&G는 이날 오전 11시 30분께부터 대전시 대덕구 본사 인재개발원에서 주주총회를 열었다. 원래는 오전 10시 개최 예정이었으나 일찌감치 주총 장소를 찾은 소액주주들로 출석 주식과 주주 수 집계에 시간이 소요되며 1시간 반가량 개최가 지연됐다.

이날 주주총회에선 행동주의펀드 안다자산운용과 플래쉬라이트캐피탈 파트너스(FCP)의 제안을 포함한 안건 30여개가 상정됐다.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자기주식 취득 ▲사외이사 증원 및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이다.

이날 주주총회의 가장 큰 관심사는 배당 규모와 사외이사 선임 건이었다. 먼저 현금 배당액 안건을 놓고는 이사회가 제시한 보통주 1주당 5000원의 안건이 가결됐다. 앞서 안다자산운용과 FCP는 KT&G에 각각 주당 7867원, 주당 1만원 배당을 요구한 바 있다. KT&G 이사회는 주당 5000원 배당을 제시했었다.

사외이사 선임 건도 KT&G가 추천한 김명철 후보와 고윤성 후보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제안이 투표 결과 받아들여졌다. 선임된 두 명의 사외이사는 감사위원회 위원으로도 선임됐다. 행동주의 펀드가 제안한 KT&G 사외이사 증원 건이 부결되면서 사외이사 수도 현행 6명을 유지하게 됐다.

28일 오전 대전시 대덕구 본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KT&G 제36기 주주총회.[사진제공=KT&G]

앞서 KT&G 이사회는 김명철 전 신한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 고윤성 한국외대 교수, 임일순 전 홈플러스 대표이사를 추천했다. 안다자산운용은 이수형 전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김도린 전 루이비통 코리아 전무, 박재환 중앙대 교수를, FCP는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대표이사, 황우진 전 한국 푸르덴셜생명보험 대표이사 등을 후보로 올린 바 있다.

이 밖에도 행동주의 펀드가 제안한 정관 일부 변경의 건 가운데 평가보상위원회 관련 규정 개정 및 신설의 건과 자기주식소각 결정 권한 추가의 건이 부결됐다. 관련 정관 개정이 부결되면서 자기주식 소각의 건은 자동 폐기됐고, 자기주식 취득의 건도 부결됐다. 다만 이사회도 찬성했던 분기 배당 신설의 건은 가결됐다.

이날 주주총회는 표결 결과에 따라 향후 회사의 경영 상황에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예측되며 관심을 모았다. 결과적으론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 제안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KT&G는 안정적으로 현 사업 체제를 유지할 전망이다. 주총 이후 KT&G는 기업의 성과를 공유하는 주주와 사업의 근간이자 경쟁력인 구성원,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 성장의 과정을 함께하는 파트너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전반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기업가치 제고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8일 대전시 대덕구 본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KT&G 제36기 주주총회에 앞서 KT&G 노조가 행동주의 펀드의 제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제공=KT&G]

백복인 KT&G 사장은 “회사의 미래 성장투자를 통한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 전략을 믿고 지지해준 주주님들의 판단을 존중하며, 앞으로도 KT&G 경영진과 이사회는 주주를 비롯한 고객, 임직원, 파트너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소통을 강화하고, 주주가치 및 기업가치 제고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향후 장기적 관점의 성장투자와 기술 혁신, 공격적인 해외시장 확대를 통해 글로벌 톱 티어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주주총회에선 본격적인 개최에 앞서 행동주의 펀드의 제안에 반대하는 시위도 벌어졌다. 전국담배 인삼노동조합 조합원들은 이날 오전 인재개발원 앞에서 시위를 열고 "단기 이익만 추구하는 투기 자본의 주주 제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