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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간 일해도 月290만원…'킹산직'은 마지막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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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리후생 남다른 현대차 생산직
중소 제조업 근로자에겐 '희망'

채용 인원 400명. 채용공고 홈페이지 조회수 약 30만명.


최근 서류 접수 마감된 현대자동차그룹 기술직(생산직) 공개채용의 인기다. 제조업 종사자는 물론 사무직 직장인, 심지어 공무원까지 이력서를 접수할 만큼 열풍이 불었다.

국내 최대 완성차 기업인 현대차는 생산직의 복리후생도 남다르다. 정년이 보장되고, 은퇴 후에도 계약직으로 추가 근무할 수 있다. 취업 준비생, 중소 제조업체 근로자 등엔 '인생 역전의 기회'로 여겨진다.


합격 가능성 없어도 서류부터…'생산직의 희망'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자동차 생산라인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자동차 생산라인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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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생산직은 어쩌다가 수십만 한국 근로자의 '마지막 희망'이 됐을까. 열악한 근로조건에 시달리는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대기업 입사는 유일한 탈출구라는 사회적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유튜브에는 "가능성 1도 없는 현대자동차 생산직 이력서 쓴 40대 공장 아저씨"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 제작자는 금형 제조업체에서 10년 넘게 근무했다는 40대 A씨. 그는 현대차 채용 공고에 대해 "업계의 '빅 이벤트'였다"며 "제 주위에만 보더라도 이 사실을 모르는 분들이 거의 없었다"라고 말했다.

A씨는 별 기대 없이 현대차 이력서를 접수했다고 한다. 대기업 일자리는 워낙 경쟁률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산직 입장에서) 안 넣어 볼 수도 없는 거다"라는 게 그의 입장이다. 1일 최대 12시간 격무, 수년째 연봉 동결이라는 악조건을 버텨야 하는 국내 생산직 근로자들에게 '대기업 입사'의 가능성은 유일한 위안인 셈이다.


A씨의 허심탄회한 고백은 수많은 누리꾼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영상은 단 수일 만에 조회수 50만회를 돌파했다. "생산직에 종사하고 있지만, 우리 업계 정말 힘들다", "꼭 현대차 근무복 입으셨으면 좋겠다", "저도 지원서 제출했다. 같이 입사해서 (공장에서) 만납시다" 등 댓글이 이어졌다.


4년간 사실상 연봉 동결…국내 제조업의 양극화
뿌리산업은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등을 뜻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뿌리산업은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등을 뜻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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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생산직 대우는 대기업 기준으로도 남다르다. 2021년 기준 평균 연봉 9600만원, 만 60세 정년 보장, 심지어 정년 후에도 1년 계약직 근무가 가능하다. 현대차 제품 구매 시 평생 할인(재직 시 최고 30%, 퇴직 후 25%)이 적용되며, 밤샘 근무 없이 주야 2교대 근무다. 여러 취업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킹산직(King + 생산직)'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하지만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국내 대부분 생산직에 이런 복리후생은 꿈도 꿀 수 없다. 한국 기업 중 99%는 중소기업이며, 중소기업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83%를 차지한다.(통계청·2019년) 중소 제조기업은 일명 '뿌리산업'이라 불리는 일부 분야에 몰려있다.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등이다.


뿌리산업은 현대차나 삼성전자, LG처럼 완성된 제품을 제조해 해외에 수출하는 업계가 아니다. 대기업이 필요로 하는 부품을 만들어 납품하는 '공급망'에 속해 있다. 이렇다 보니 실적은 수출 기업의 업황에 따라 좌우되고, 납품일을 맞추기 위한 격무와 초과 근무는 필수다. 성수기·비수기의 간극이 심해 주문이 없는 시기엔 보릿고개를 감내해야 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뿌리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뿌리산업 종사자는 약 72만명이었다. 평균 급여는 월 290만원으로 4년 전(257만원) 대비 12.8%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대기업 근로자의 급여 상승 폭에 비하면 상대적 박탈감만 심화한다. 지난 2년간 폭등한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실질 연봉은 동결에 가깝다.


이 때문에 연간 평균 이직률은 8%(약 5만7000명)로 상당히 높다. 특히 주로 생산에 종사하는 노무직(13.2%)과 기능직(10.1%)이 다른 직업을 찾아 떠난다. 뿌리산업계의 고질적인 인력 수급 문제가 갈수록 악화하는 이유다.


갈수록 줄어드는 대기업 생산직…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현대차 공장에서 퇴근하는 생산직 근로자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현대차 공장에서 퇴근하는 생산직 근로자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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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이 완성차 업계 대기업에 입사할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는 불안감도 현대차 생산직을 향한 인기를 부추기는 원인이다. 현재 현대차는 기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 등 친환경자동차로 전환하는 과도기에 있다.


수많은 부품이 필요한 복잡한 내연기관차에 비해 전기차는 상대적으로 구조가 단순하며, 덕분에 자동화도 수월하다. 앞으로 현대차의 생산직 수요가 더 줄어들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현대차의 생산직 채용도 무려 10년 만에 열린 것이다. 앞서 기아자동차도 지난해 생산직 138명을 채용했는데, 무려 4만9432명의 입사 희망자가 몰려 경쟁률 360대1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기업 생산직을 두고 경쟁이 심화하면서 입사 시험의 문턱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는 이번 채용에서 1·2차 면접, 인적성 검사, 필기시험 등 다양한 테스트를 거칠 예정이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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