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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韓 독자 핵무장, NPT 게임의 룰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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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韓 독자 핵무장, NPT 게임의 룰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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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독자 핵무장론은 공허하다’라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게임 이론으로 보면 공허한 일은 아니다.


최근 가장 시선을 끈 북핵 대응은 윤석열 대통령의 ‘자체 핵’ 언급이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11일 "여기 대한민국에 전술핵 배치를 한다든지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차분히 말하다 "핵을"과 "수도"에서 성조를 높였다. 속마음(핵 보유)을 확실히 전하면서 역풍을 차단하기 위해 가능성 차원으로 표현 수위만 낮춘 것이다. 대통령의 이 메시지는 여론을 결집했다. 최종현학술원·한국갤럽 여론조사(1월 30일)에서 "한국의 독자적 핵 개발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77.6%에 달했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상금 456억원이 걸린 게임 참여자들은 패배의 벌칙인 죽음을 대체로 받아들인다. 게임에 자발적으로 참여했으니 목숨을 요구하는 규칙에도 순응한다는 참여자들의 이런 태도는 게임 이론에서 ‘루소리 애티튜드(lusory attitude)’로 불린다.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를 준수하는 한국의 태도는 루소리 애티튜드를 점점 닮아가고 있다. ‘NPT 규정을 지키자고 수천만이 공멸할 생존 위협을 감내하는 태도’로 비치기 때문이다. NPT는 소수 국가의 핵무기 독점을 용인하면서 평화를 지탱하려는 임의의 게임 규칙에 가깝다. 북한은 핵탄두로 언제라도 공격할 것처럼 위협하지만, NPT 룰 때문에 한국은 핵을 못 만든다. 대안인 미국의 핵우산은 개념만 있지 막연하다. ‘북한이 서울을 핵으로 공격하더라도 미국은 괌이나 LA에 핵이 떨어질 우려 때문에 북한을 핵으로 응징하는 데 주저할 것’이라는 우려는 설득적이다.


북한은 최근 석 달 동안에도 ICBM 등 탄도미사일을 연이어 쐈고 모의 핵탄두를 장착한 단거리 미사일을 800m 상공에서 폭발시켰다. 살상력을 극대화한 핵으로 한국을 노골적으로 위협한다. 루소리 애티튜드는 임의의 규칙을 따르려고 생존까지 포기하게 되는 비합리적 태도이므로 국내에선 이에 대한 반성과 각성으로 핵무장론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의 발언도 이 맥락에서 나왔다. 북한이 군사적 모험을 할수록 이 목소리는 더 커질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말한 ‘협상의 기술’도 게임 이론에 근거한다. 이에 따르면, 참여자는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옵션을 활용해야 하고 가장 불리한 옵션을 배제해야 한다. 한국으로선 안보에 가장 유리한 핵 개발을 포기해선 안 되고 가장 불리한 남한만의 비핵화를 용인해선 안 된다. 그러다 보면 중간쯤인 ‘한국 내 미군 전술핵 배치 및 한미 공동사용’으로 귀결될 수 있다. 이 정도로도 북핵 억지력은 꽤 향상되지만, 핵 개발 카드를 접어선 안 된다.


국제사회에선 ‘피해자 때리기’ 이론이 통용된다. 침묵하고 순응하는 피해자는 국제적으로 무시되고 공격받는다는 것이다. ‘경제 제재 때문에 핵무장은 불가능하고 남한만의 비핵화도 괜찮다’라는 주장은 한국을 무시 받는 피해자로 만들 것이다. 북핵의 최대 피해자로서 한국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 대통령의 한마디에 해외에선 깊은 관심을 보였다. "한국의 안보 환경이 너무 나빠진 만큼 자체 핵무장을 결정한다고 해도 대다수 국가가 이해할 것"(라몬 파르도 영국 교수)이라는 우호적 여론도 나오기 시작했다. 국제사회가 한국의 처지를 이해하면 미래는 바뀐다. NPT라는 게임의 판을 실제로 움직이는 플레이어는 미국이다. 상황은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 핵무장론은 나라의 먼 미래를 내다보는 전략적인 접근법이 되고 있다.


허만섭 강릉원주대 교양교육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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