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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모금]다시 만난 엄마와의 하룻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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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영화 '파이란'과 '철도원'의 원작자인 아사다 지로의 신작 소설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 소설 역시 인간미 넘치는 감동을 담아냈다. 내용은 1박에 500만원(50만엔) 하는 VIP 전용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얻어 비싼 가격에도 사람이 몰리는 과정을 그린다. ‘당신에게, 고향을’이란 프로젝트명처럼 그리움 가득한 엄마와의 재회를 선사한다. 여정은 험난하다. 기차를 갈아타고 한 시간에 한 대 오는 버스를 타고 비스듬한 언덕을 오르기를 한참. 이윽고 아궁이불의 내음이 밴 낡은 시골집 한 채가 나오고 그곳에선 “드디어 왔구마!”라며 엄마가 나와 반긴다. 고향의 느낌이 생경한 도시인들에게 소박하고 따끈한 밥을 먹고 옛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잠들고 이튿날 헤어지는 과정이 독자에게도 큰 감동을 전한다.

[책 한 모금]다시 만난 엄마와의 하룻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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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엄지장갑을 낀 손으로 그의 곱은 손을 꼭 잡았다.

“인자 안 좋은 기억은 다 잊어불고, 맴 편히 지내다 가래이.”

띠지붕에서 미끄러져 땅으로 떨어진 눈이, 툇마루 끝을 요새처럼 에워싸고 있었다. 어머니 손에 이끌려 걸음을 내딛을수록 그윽한 냄새가 짙어졌다.

“세이이치, 잘 들으래이. 무신 일이 있어도 어매는 니 편이구마.”

p72~73, 「버림받은 자가 갈 곳」


나쓰오, 인자 그리 열심히 살덜 안혀도 됭께 배불리 실끗 묵고 편안허게 살그래이.

닌 지금까장 겁나게 잘 살었어. 아무도 칭찬혀 주덜 안혀도 어매가 힘껏 칭찬혀 주꾸마. 그걸로 충분혀, 나쓰오.

p138, 「단호한 한마디」

"엄마의 목숨을 잇고 있는 인공호흡기를 뗐을 때 황급히 생각했어. 이 사람은 누구지, 하고. 그 대답을 찾기 위해 있지도 않은 고향에 간 거야. 거기서 하룻밤을 보내면서 확실히 깨달았어. 내가 어떻게 생각하든, 아무리 반항하고 아무리 무시하고 아무리 경멸해도, 난 엄마의 모든 것이었다고.”

p148, 「꽃잎 배」


“외롭지 않아요?”

길을 걷고 있노라니 서글픈 마음이 중얼거림이 되었다.

초롱의 아련한 불빛 속에서 어머니는 미소를 지었다.

“외롭긴. 한나도 외롭들 안혀. 마을 사램이 모다 돌봐주고 있응께.”

그리고 잠시 말을 선택하듯 망설이고 나서 속삭이듯 말을 이었다.

“느그가 나보담 훨씬 외롭지 않냐?”

p231, 「개똥벌레」


나의 마지막 엄마 | 아사다 지로 지음 | 다산북스 | 400쪽 | 1만75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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