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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내고, 떨어뜨리고…車 안전 전방위로 살피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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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車결함조사 최일선 자동차안전연구원
전기차 후방추돌 시연…배터리 안전성 검증
세계 유일 배터리 낙하시험도 첫 외부공개
자기인증적합·제작결함 조사…324만대 리콜
"자율주행·전기 등 미래차 조사기준 강화"

차량과 크기가 비슷한 대항차가 시속 48㎞로 가만히 서있는 아우디 전기차 뒤쪽에 부딪쳤다. 트렁크 부분이 움푹 들어가고 범퍼와 유리는 산산조각이 났다. 충돌로 전기차에 장착된 고전압 배터리가 손상되지는 않았는지, 혹시 그로 인해 누전돼 감전 가능성은 없는지 살폈다.


별다른 위험이 없다는 게 확인되자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취재진도 차량 가까이 접근하는 걸 허락받았다. 지난 23일 자동차안전연구원 충돌시험동에서 있었던 실제 충돌시험의 한 장면이다.

자동차안전연구원 충돌시험동에서 아우디 전기 SUV e트론 후방충돌시험 후 결과를 살펴보고 있다.<사진제공:자동차안전연구원>

자동차안전연구원 충돌시험동에서 아우디 전기 SUV e트론 후방충돌시험 후 결과를 살펴보고 있다.<사진제공:자동차안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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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시험 직후 취재진과 연구원들이 아우디 e트론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제공:자동차안전연구원>

충돌시험 직후 취재진과 연구원들이 아우디 e트론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제공:자동차안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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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테스트는 차량 자기인증적합조사의 일환으로 일상에서 일어날 법한 사고를 시연한 후 배터리시스템 안전성 등을 평가한다. 차량 안 설치된 계측기로 충돌 전후 다양한 정보를 따져 차량이 안전한지를 살핀다. 차량을 뒤집어 전복된 상황까지도 시연한다고 한다. 현장에는 제작사 관계자도 함께 이를 지켜봤다.


장형진 자동차안전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정벽면충돌을 비롯해 이동벽측면, 75도 기둥측면, 전복 등 다양한 시험을 통해 제작결함 여부를 살펴본다"며 "제작사쪽에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있어 시험 후 1년간 보관하고 이후 폐기한다"고 말했다.






구동 축전지(차량 배터리) 낙하시험도 외부에 처음 공개됐다. 실제 소형 상용 전기차에 들어가는 400㎏짜리 배터리팩을 4.9m 높이에서 그대로 떨어뜨렸다. 굉음과 함께 배터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분진이나 유해가스가 새어나올 수 있어 대형 집진기가 작동했다. 1시간 동안 불이 붙는지 지켜본다고 한다.

문보현 책임연구원은 "4.9m 높이에서 떨어질 때 사람은 탈이 날 수 있어도 배터리는 죽으면 안 된다"며 "고강도 시험을 거쳐 안전 기준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를 검증한다"고 말했다.


배터리안전성시험실에서 낙하시험을 하고 있다. 전기 1t트럭 포터에 들어가는 400㎏짜리 배터리팩으로 4.9m 높이에서 자유낙하시켰다.<사진제공:자동차안전연구원>

배터리안전성시험실에서 낙하시험을 하고 있다. 전기 1t트럭 포터에 들어가는 400㎏짜리 배터리팩으로 4.9m 높이에서 자유낙하시켰다.<사진제공:자동차안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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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배터리 기술·제조 강국으로 꼽히는데, 안전 기준 역시 세계적인 수준이다. 이 연구원에선 2009년부터 각종 안전기준을 만들어 다양한 시험방법을 마련했다. 배터리 안전과 관련해 국제기준이 생겨난 게 2013년이다. 자동차 배터리와 관련한 국제 안전기준이 10가지 정도인데 이 연구원에선 이보다 많은 12가지를 시험한다.


이날 시연한 배터리 낙하 시험은 우리나라만 한다. 전기차를 모는 과정에서 불거질 가능성이 있는 모든 경우를 가정해 시험하는 셈이다. 전기차 보급이 빠르고 배터리 산업이 큰 중국에서도 이 연구원의 안전기준이나 시험방법을 많이 참고한다고 한다.


기상환경재현시설. 왕복 4차선 터널 형태로 빛을 차단한 어두운 상황도 연출할 수 있다.<사진제공:자동차안전연구원>

기상환경재현시설. 왕복 4차선 터널 형태로 빛을 차단한 어두운 상황도 연출할 수 있다.<사진제공:자동차안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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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 안개 상황을 가정해 각종 주행보조 장치나 자율주행 기술의 성능을 검증하는 시설도 최근 가동을 시작했다. 폭우 수준인 시간당 80㎜ 강우나 1~2m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안개 상황 재연이 가능하다. 차량이 내는 전자파가 인체에 해를 끼치거나 반대로 차량이 전자파 영향으로 오작동을 내는지 시험하는 공간, 버스·승합차에 의무장착된 자동긴급제동장치(AEBS) 시연상황도 이날 취재진에 공개됐다.


우리나라는 과거 자동차나 부품에 대해 형식승인 제도를 운영하다 2003년부터 자기인증 제도로 바뀌었다. 형식승인은 정부가 안전기준 등이 적합한지를 미리 확인하고 허가하는 방식으로 유럽·일본 등 대부분 나라가 취하고 있다. 자기인증은 제작사가 자율적으로 만들되 결함에 대해서도 충분히 책임지게 하는 방식이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하고 있고 90년대 한미 자동차협상에서 우리나라도 도입을 결정했다.


45인승 버스로 진행한 자동차긴급제동(AEBS) 시험. 버스와 승합차에 의무장착된 장치로 운전자 개입 없이 전방 사물을 감지해 3~4m 앞에서 멈춰섰다.<사진제공:자동차안전연구원>

45인승 버스로 진행한 자동차긴급제동(AEBS) 시험. 버스와 승합차에 의무장착된 장치로 운전자 개입 없이 전방 사물을 감지해 3~4m 앞에서 멈춰섰다.<사진제공:자동차안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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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성이 높아져 산업경쟁력이 오르는 장점이 있으나 안전 기준을 제대로 지키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이 자기인증적합조사사업에 공들이는 배경이다. 시험 공정성을 위해 업체에서 차량을 제공받지 않고 직접 예산을 짜 신차를 구매한다. 최근 2년간 판매량, 불만신고 등을 감안해 차종과 모델을 정한다.


이와 함께 안전결함 조사를 병행해 지난 한해에만 자동차 324만7296대 리콜을 유도했다. 10년 전에 비해 15배 이상 늘었다. 연구원이 운영하는 리콜센터에 접수된 신고 7800여건, 제작사가 낸 자료 5200여건을 수집해 꼼꼼히 살핀 결과다. 현대차 하이브리드 차량의 엔진오일 증가현상 공개무상수리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선 교통안전공단 산하 자동차검사소와 유기적인 협업이 한몫했다. 중국산 전기버스가 성능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점도 서류를 검토하면서 걸렀다.


엄성복 자동차안전연구원장이 연구원 내 전자파적합성시험실에서 시험원리에 대해 취재진에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자동차안전연구원>

엄성복 자동차안전연구원장이 연구원 내 전자파적합성시험실에서 시험원리에 대해 취재진에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자동차안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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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개발·제작은 물론 운행 과정에서 안전은 가장 먼저 챙겨야 할 요인으로 꼽힌다. 우리가 운전대를 잡거나 차를 접할 때마다 매번 안전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 있는 것도 관련 기준을 제시하고 지키려는 사회적 공감대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엄성복 자동차안전연구원장은 "자기인증적합조사는 물론 자율주행장치와 배터리 화재 등 자동차 결함에 대한 사고조사 대응체계를 강화하고 신속히 결함조사를 해 미래형 자동차도 국민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화성=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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