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부회장 "이화영, 법정에서 허위 진술하라는 쪽지 건네"

"李 방북비용 대납 후 北 초청 확답받아"

뇌물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허위 진술을 하라'는 쪽지를 주는 등 거짓 증언을 종용했다는 쌍방울 그룹 부회장의 법정 진술이 나왔다.

24일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 심리로 진행된 이 전 부지사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23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선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은 "김성태 전 회장이 검거된 날인지, 그다음 날인지 재판이 있었는데 이화영이 (허위 진술하라는) 내용을 메모로 써서 옆자리에 앉은 저에게 줬다"고 진술했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 출석하는 이화영 킨텍스 대표이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방 부회장은 이 전 부지사에게 대북사업 지원 등을 대가로 쌍방울 법인카드와 차량 등 3억여 원의 뇌물과 정치자금을 준 혐의로 기소돼 이 전 부지사와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이날 '증인이 구속된 이후 최근까지 이 전 부지사에게 허위 진술하라는 제안을 법정에서 받은 적 있냐'는 검사의 질문에 "이화영이 김성태에게도 내용(허위 진술)을 전달했으니 기억하라며 쪽지를 줬고, 제가 읽고 돌려줬다"고 답변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구치소에서 김 전 회장에게 비슷한 취지의 쪽지를 줬다는 김 전 회장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 초반까지 뇌물공여 혐의를 부인했던 방 부회장은 해외 도피하던 김 전 회장이 국내로 압송된 지난 1월을 전후로 입장을 바꿔 혐의를 인정하고 있다.

방 부회장은 '범행을 자백하기 전 이 전 부지사와 입장이 완전히 같던데 그 이유는 무엇이냐'는 검사의 질문에는 "검찰 조사를 받기 전에 한 변호사 사무실에 가서 이화영과 만나 어떻게 진술할지 의논했다"고 했다. 또 진술을 서로 맞췄다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김성태 회장이 시켜 쌍방울 법인카드를 이화영이 아닌 이화영의 지인 A씨에게 준 것이라고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방 부회장의 진술이 나오자 피고인석에 앉아있던 이 전 부지사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네?"라고 되묻기도 했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날 재판에선 2019년 당시 경기도지사로 재임 중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가 대납된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언도 나왔다. 검사는 '북한은 500만 불을 요구하다가 최종적으로 300만불을 요구했고, 쌍방울이 돈을 주니 선거가 있는 2020년 초순 이재명을 초청하기로 했느냐'고 물었고, 방 부회장은 "그렇다. 거의 확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방 부회장은 지난 재판 중 변호인 신문에서 '북한에 보낸 500만 달러가 경기도가 주기로 했다는 북 스마트팜 사업비가 맞느냐, 쌍방울과 북한 간의 경제협력 계약금이 맞냐'는 변호인 질문에 "계약금 성질도 같이 있다"고 답한 것에 대해 일부 정정했다. 그는 "제가 지난번에 말한 건(계약금 성격) 회장과 나의 '계약금이면 어떻겠느냐'라는 생각이었을 뿐이지 500만 달러는 대납이 맞다"며 "이화영을 통해 기회가 생겨 대납해주다 보니 막연했던 대북사업의 수준이 높아지는 계기가 돼서 지불한 거지, 아무런 대북 지식이 없는 회사가 알아서 사업 계약금으로 500만불을 줄 리 없다"고 강조했다.

방 부회장은 이 전 부지사의 뇌물 대가에 대해서도 "(특정 사업권을 얻기 위했다기보다) 대북 제재가 풀리면 이화영을 통해 얻을 시너지 등 도움을 받을 거라 기대했다"고 답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변호인이 "오늘 검찰 신문 들어보니 처음 나오는 내용이 있어 바로 신문하기 어렵다"고 밝힌 데 따라 변호인 측의 방 부회장 증인 신문은 진행되지 않았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