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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①극장이 문제일까, 한국영화의 위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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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수 반토막…2억 시대 저물어
OTT 등장, 극장 관람료 상승
위기의 영화시장 무엇이 문제인가

[포커스]①극장이 문제일까, 한국영화의 위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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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에게 진심으로 묻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극장으로 돌아오시겠습니까?”

한 중견 영화인은 최근 극장 관객수 감소로 인한 부침과 한국영화 투자 위축을 토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용기 있는 고백이자 절실한 호소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관객은 달라졌다. 입소문이 자자할 정도로 재미있는 영화이거나, 반드시 봐야할 '이유'가 있어야 극장을 찾는다. 안방에서도 충분히 재밌게 즐기는 경험을 해서다. 대체 플랫폼은 차고 넘친다. 극장용 영화는 위기에 처했다. 젊은 세대는 대체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공개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보는 분위기다. 이유는 여러가지다. 영화관람료 상승과 OTT 플랫폼 확대, 양질의 콘텐츠가 늘면서 눈높이가 상승한 영향 등이다.

현재 극장가, 영화계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극장, 제작사, 배급사 관계자, 배우 등 다수 영화인과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의 목소리를 아시아경제가 들었다. 업계에서는 "극장 영화시장이 심상치 않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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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극장 상황은 심각했다. 5월 개봉해 1269만 관객을 동원한 '범죄도시2' 이후 7월 말 개봉한 '한산: 용의 출현'(726만명)을 제외하고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둔 한국영화가 없다. 그해 11월에 개봉한 '올빼미'가 332만명을 모아 손익분기점인 210만을 넘었지만, 딱히 흥행했다고 볼 만한 작품을 꼽긴 어렵다. 누적 관객수 300만은 커녕 100만도 넘기 어려워진 분위기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2022년 개봉편수는 1774편, 상영편수는 2823편이다. 지난해 극장을 찾은 전체 관객수는 1억1280만5053명으로,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9년 2억2667만8777명의 절반 수준이다. 연간매출액은 1조1602억원1173만원으로, 2019년 1조9139억8908만원과 비교해 약 7500억원 줄었다.

극장 떠난 관객은 돌아올까

코로나19가 생겨난 2020년 1월 이후, 지독한 감염병 여파로 모두 외출을 자제하면서 극장은 텅 비었다. 다중이용시설인 영화관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좌석간 띄어앉기를 해야 했다. 관객 발길이 끊기자 극장들은 천문학적인 손해를 입었다. 국내 주요 멀티플렉스를 운영하는 굴지의 대기업이 휘청일 만큼 어려웠다. 극장 사업을 정리하려는 일부 움직임도 감지됐다.


업계는 바이러스가 사라지면 관객이 돌아올 거라 믿었다. 지난해 5월 '범죄도시2'가 1000만 관객을 돌파했을 때 억눌렸던 관람욕구가 폭발하면서 다시 관객이 돌아왔다고 확신했다. '범죄도시2'에 이어 '탑건: 매버릭'도 흥행에 성공하자 영화계는 들떴다. 이제 극장이 살아났다고 믿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그해 여름 개봉한 수백억대 제작비를 쏟아부은 영화 여러편이 참사에 가까운 실패를 맛봐야했다. 관객은 한국영화에 크게 실망했다. 떠나간 관객은 돌아오지 않았다.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다수 관계자는 당시를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지와 본문 내용은 무관함.[사진출처=연합뉴스]

이미지와 본문 내용은 무관함.[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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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평가는 관객의 호불호에 따른 주체적 판단이라서 산업에서 논할 부분은 아니지만 당시 극장들이 받은 충격은 컸어요. 업계와 관객의 기대가 모두 크기도 했죠. 성수기를 잘 받쳐준다면 분위기가 이어지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단절된 거죠. 결국 재미있고 좋은 영화, 기존 공식을 답습히지 않는 영화들이 해답이죠. 시간이 걸리더라도 새로운 소재와 포맷의 영화가 극장에 나와줘야 하지 않을까요.”(극장 관계자 A씨)


“팬데믹이 끝나면 관객들이 예전으로 돌아올 거라 기대했는데 아니었어요. 극장에서 영화 보는 일이 생소해지고, 더는 극장에 안 오는 거 아닌가 하는 공포가 영화인들에게 생겼어요. 소비행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낍니다. OTT를 통해 영화를 보는 경험을 했고, 극장 영화관람료가 오른 게 부담으로 작용한 탓이죠. 극장에 안 가는 게 익숙해져버린 시장이 된 겁니다. 이 분위기가 언제까지 갈까요. 올해 내후년이 지나면 과연 괜찮아 질 것인가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영화 제작자 B씨)


2억 관객 시대 저물어…극장 영화 투자도 '뚝'

지난해 관객수는 1억1280만5053명으로 집계됐다. 연간 관객수 2억시대는 사실상 저물었다. 이제 더는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관객이 줄어들면서 투자도 위축됐다.


높은 수익률을 거두는 곳에 돈이 몰린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는 좋은 투자처였다. 적어도 과거에는 그랬다. 전통적인 영화 투자자들은 대부분 떠났다. 돈이 되지 않는 시장에 남아있을 이유가 만무해서다. 영화산업의 현주소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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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영화 5대 투자배급사의 투자비중이 20~30%, 부분투자사가 70~80%를 차지해요. 지난 3년 간 흥행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영화시장에서 대부분 빠져나갔어요. 이제까지 과반 이상의 부분투자사들이 영화계를 살렸는데, 빠져 나간거죠. '하이 리스트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을 감수하면서 투자하는 기업은 없잖아요. 더군다나 전 세계 경제 시장이 좋지 않아서 투자가 위축된 영향도 있죠. 극장 총 관객수까지 줄었으니 버텨낼 수가 있나요."(영화 제작자 B씨)


"중소형 영화가 제작될 수 없는 상황이에요. 예전에는 50~60억을 투자해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면, 이젠 그렇게 만들 수 없어요. 제작비를 감당하기도 어렵고, 특수효과나 3D 등을 만들어낼 수가 없잖아요. 콘텐츠가 가진 경쟁력은 결국 소재지만, 기술적인 면에서 뛰어난 체험용 영화가 제작될 수 없는 거죠."(영화 관계자 C씨)


1~2월 최악의 극장가…신뢰 잃은 韓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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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분위기는 코로나19가 생겨난 2020년 1~2월보다 좋지 않았다.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2020년 1월에는 2421만6065명, 2월에는 489만8037명 총 2421만6065명이 극장을 찾았다. 그 때보다 올해 더 관객이 없었다. 지난 1월 1125만361명, 2월 642만1297명을 동원하며 1767만1658명이 극장에 발걸음했다. 영화 관계자 D씨는 "3년 전 1월, 극장에서 첫 확진자가 나오면서 그해 1~2월 영화관에 관객 발길이 뚝 끊겼다. 당시보다 올해 1~2월 관객이 줄었다. 업계에서는 위기의식을 넘어 공포를 느낀다"고 말했다.


한국영화는 면목이 없게 됐다. 올해 1~2월 관객수는 대부분 일본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끌면서 관객을 불러모은 결과다. 지난 1월4일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3040 관객의 향수를 자극하며 23일까지 누적 관객수 419만218명을 모으며 돌풍을 일으켰고, 지난 8일 개봉한 신카미 마코토 감독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이 220만7368명을 모으며 인기를 얻고 있다. 2일 개봉한 '귀멸의 칼날: 상현집결, 그리고 도공마을로'가 50만7505명을 모았고, 가수 임영웅의 콘서트 실황영화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이 지난 1일 개봉해 21만8529명을 동원한 점도 눈에 띈다.


관객의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만난 관객 김재훈(31·남) 씨는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기 위해 왔다"고 했다. 이어 "팬데믹 이전에는 극장에 한달에 한번 꼴로 갔지만, 지난해 극장에서 본 한국영화는 두편 뿐"이라고 말했다. 이유를 묻자 단호한 답변이 돌아왔다.


"좋은 영화가 있으면 극장에 안 갈 이유가 없지 않을까요. 막연히 극장에 관객이 없다고 말하는 건 맞지 않는 거 같아요. '아바타2'와 '더 퍼스트 슬램덩크' 모두 두 번이나 극장에서 봤거든요. '범죄도시2'도 재밌었죠. 하지만 지난해 본 한국영화 중 한 편은 기대하고 극장에 갔는데 재미가 없었어요. 이후 개봉하는 한국영화는 '집에서 그냥 OTT로 봐야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관객)


[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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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은 냉정했다. 김씨를 비롯한 다수 관객의 반응이 대동소이(大同小異)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배급사 고위 관계자는 "한국영화가 신뢰를 잃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잠자는 키플레이어, 좋은 영화를 극장에 풀어야한다. 좋은 영화를 OTT에 팔아서 본전을 건지자는 식의 행태가 문제다. 대의를 위해서 많은 관객을 모을 만한 영화를 극장에 걸어야 관객이 모인다.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안을 모색하고 결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견 배우 최민식(60)도 의견을 같이 했다. 그는 "세상은 변했다. 사람들이 모이지 못하면서 플랫폼도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받아들일 수 밖에 없지만 OTT와 공존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극장은 없어지면 안 돼요. 많은 사람이 희로애락을 느끼는 곳이잖아요. 크든 작든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박물관에 들어갈 공간이 아닙니다.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더 연구해야 하지만, 만드는 사람들이 좋은 콘텐츠를 만들면 됩니다. 많은 사람이 보게끔 잘 만드는 게 우선이에요."(최민식)


편집자주'[포커스]②영화관람료 내리고 OTT 늦게 풀면 관객 올까' 3월26일자 보도로 이어집니다. 후속 기사에서는 극장 영화관람료 인하, OTT 홀드백 규제, 정부 지원 촉구 등 업계 다양한 의견을 취합하고,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합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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