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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수십 년 터전 내주고 살 곳 걱정하는 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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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가서 살아야 할지…. 갈 곳도 마땅히 없는데 요양원 들어갈 보상금은 나올까."


21일 ‘반도체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이하 국가산단) 예정지(용인시 처인구 남사·이동읍 일대)를 취재하기 위해 방문한 이동읍 시미1리 마을에서 만난 김순복(82·가명) 할머니가 건넨 말이다.

서울 공장에서 일하다 40여년 전 이곳으로 이주해 터를 잡았다는 김 할머니는 이주 및 보상 문제로 근심이 가득했다. 요양원에 들어갈 만큼의 보상금이 나왔으면 해서다. 이는 자신만이 아닌 동네 또래 대부분이 비슷한 생각이라고 했다.


땅만 가진 외지인이야 보상금에만 신경을 쓰면 되지만, 원주민들은 보상금으로 새 터전을 마련해야 하는데 다 늙어서 어디로 가냐고 걱정했다. 실제 이날 만난 대부분의 원주민이 김 할머니와 같은 걱정을 토로했다.


남사·이동읍 일대를 돌아보며 눈에 띈 것은 유독 노인층 비중이 높았다는 점이다. 노인보행보조기를 이용하는 노인도 상당수 목격됐다. 서울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경기권의 용인시지만 남사읍과 이동읍은 영락없는 농촌의 모습이다.

현장 취재를 마친 후 통계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봤다. 국가산단 예정지로 선정된 남사읍 창리와 이동읍 시미리의 지역 연령층 인구수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역시나 높은 연령층을 보였다.


먼저 남사읍 창리의 주민등록 인구수는 685명, 이중 사회에서 통용되는 정년인 만 60세 이상의 연령층이 41.8%인 287명이었다. 이동읍 시미리는 594명 중 252명(42.4%)이 60세 이상이다. 연령층을 좀 더 높여 70세 이상을 살펴보니 남사읍 창리에는 155명(22.7%), 이동읍 시미리는 134명(22.6%)이 거주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들 중에는 넓은 토지를 보유해 많은 보상금을 받는 원주민도 있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살아왔던 곳을 노인이 떠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동네 주민들과의 이별, 낯선 환경 등등 걱정거리가 태산이다.


특히나 용인시는 대부분의 지역이 개발된 상태라 보상금을 받더라도 웃돈을 붙여야만 주거지 마련이 수월하다. 만약 토지를 적게 보유해 보상금을 적게 받을 경우 마땅히 이사할 곳도 없다.


실제로 앞서 개발이 진행된 주변 지역에서도 비슷한 문제도 발생했다. 처인구 원삼면의 SK하이닉스 공장 조성사업과 옆 동네 덕성산업단지 조성사업 때 땅이 강제수용되는 과정에서 원주민들이 보상과 이주 문제로 마찰을 빚었다. 보유한 토지가 적어 보상금을 적게 받은 이들은 더 외진 곳으로 밀려나 제대로 된 거주지도 마련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일부 노인들은 단체로 이주해 농막 등에서 생활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산업·경제적 개발에만 치우친 정책이 아쉽기만 하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은 분명하지만, 나이 든 원주민들이 감수해야 할 희생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부디 노인 원주민들의 주거 복지에 대한 합리적인 아이디어와 정책이 뒷받침되길 바란다.

[초동시각]수십 년 터전 내주고 살 곳 걱정하는 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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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완용 기자 yongch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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