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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더레코드]박성광 감독 "개그맨 출신 편견 이겨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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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남이' 연출 박성광 인터뷰

첫 상업장편 메가폰…"영화는 오랜 꿈"
16년차 코미디언 웃음 철학 밝혀
일각 혹평 딛고 밝힌 성장 포부

코미디언 박성광(41)은 2007년 KBS 22기 공채 개그맨에 합격해 이름을 알렸다. 그는 남다른 비주얼로 일찍이 '개그콘서트'에서 주목받았고,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유행어를 남기며 승승장구했다. 영화는 오랜 꿈이었다. 동아방송대학교에서 영화예술학을 전공했다. 연출자가 되고 싶어서 지원한 대학이었다. 남다른 끼를 주체할 길 없던 그는 대학에서 개그동아리를 만들었다. 타인에게 웃음을 주는 일이 행복해서, 계속 웃게 하고 싶었다.


데뷔 16년 만에 그는 첫 상업영화 '웅남이' 메가폰을 든 박성광 감독을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개그맨이라는 게 자랑스럽다"며 "죽을 때까지 코미디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편견과 싸우더라도 계속 도전하고 싶다. 언젠가 '그래도 괜찮은 감독이었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했다.

개그맨보다 먼저 피어난 영화 꿈
박성광 감독[사진제공=웅남이문화산업전문회사, CJ CGV]

박성광 감독[사진제공=웅남이문화산업전문회사, CJ 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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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하루아침에 갑자기 생긴 꿈이 아니다. KBS2 '개그콘서트'가 폐지되고 개그 무대가 좁아진 탓도 아니다. 대학에서 영화연출을 배운 그가 가슴 한켠에 접어둔 꿈을 위해 도전하겠다고 결심하면서 일어난 일이다.


박성광은 단편영화 '욕'(2011)으로 연출을 시작했다. 이후 단편 '슬프지 않아서 슬픈'(2017), '끈'(2020) 등 꾸준히 작업을 이어왔다. 그는 "대학에서 연출을 꿈꿨고 영화를 배운 사람인데 작더라도 영화 한편은 해보자는 마음으로 단편영화를 연출한 게 시작이 됐다"고 떠올렸다. 굳센 열정에도 영화감독으로 입봉하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단편영화를 처음 상영할 때였는데, 관객들이 제 영화를 보며 웃는 거예요. 그때 느꼈죠. 공부를 더 열심히해서 제대로 한번 해보자고요. 그래서 30분짜리 단편을 만들고, 그 후에 또 단편을 만들었어요. 상업영화 시나리오를 써서 직접 제작사를 돌았어요. 한 제작사에서 시나리오를 보고 오케이를 했는데, 투자자가 '감독이 개그맨이었어? 그럼 투자 안 해' 해서 엎어진 곳도 있었어요. 한 달간 시나리오를 수정했는데 하루아침에 물거품 됐죠. 다 말할 수 없을 만큼 비슷한 어려움이 반복됐어요. '주제넘게 욕심을 부렸구나' 내려놓았는데 지금의 제작사에서 연락이 왔고, '웅남이'가 탄생했습니다.”

단군신화를 모티브로 한 코미디 영화 '웅남이'는 인간을 초월하는 짐승 같은 능력으로 국제 범죄 조직에 맞서는 웅남이의 이야기를 그린다. 배우 박성웅이 웅남이-웅북이를 소화하고 이이경, 염혜란 등이 출연하고, 정우성이 카메오로 분해 영화에 힘을 보탰다.


박성웅은 박성광과 2009년 만나 지금까지 함께해온 귀한 인연이다. 박성광은 "박성웅이 영화 '신세계'(2013)로 잘되고 나서는 이중구 같아서 편하게 못 하겠더라"고 털어놨다. 솔직한 감회에 웃음이 터졌다. 박성웅은 박성광에게 홍대 한 술집에서 연출작에 꼭 출연하겠다고 약속했고, '웅남이'로 그 약속을 지키면서 함께 하게 됐다.


초기 '웅남이'는 마늘과 쑥을 먹고 곰이 된 남자의 이야기, 시골 청년의 이야기였다. 감독 박성광은 박성웅을 섭외한 후 그에게 맞춰 기존 대본을 코미디 액션 장르로 바꿨다.


“박성웅과 함께 영화를 하기로 하고 5번 만났어요. 함께 고민하면서 시나리오의 방향을 잡아갔고, 아이디어도 얻었죠. 이정학(웅북이)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지 가장 고민했어요. 처음엔 악역으로 그릴까 생각했는데, 가족을 그리워하는 무언가 있을 거라는 의견에 콘셉트를 바꿨어요. 탈고까지 70번정도 대본을 고쳤어요.”


코미디는 내 정체성
박성광 감독[사진제공=웅남이문화산업전문회사, CJ CGV]

박성광 감독[사진제공=웅남이문화산업전문회사, CJ 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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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광은 웃음과 신파는 필수라는 기본에 집중해서 '웅남이'를 지어갔다. 그는 "코미디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어떤 형태로든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를 묻자 그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코미디가 사라지면 우리 삶이 건조하지 않을까요? 존재해야만 해요."


박성광은 타고난 개그맨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사실 사석에서 만나면 정말 재미는, 천상 코미디언이다. 웃음을 사랑하고 순수한 모습이 '웅남이'와 제법 닮았다. 혹자는 솔직한 입담에 그를 오해하기도 하지만, 꾸준히 봐온 그는 예의바르고 타인을 배려하는 섬세한 성품을 지녔다. 박 감독은 "죽을 때까지 코미디를 하고 싶다"고 말을 이었다.


“저는 지금도 개그맨이고, 죽을 때까지 개그를 할 거예요. 제가 개그맨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래서 선후배들에게 제 도전이 자칫 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앞으로 개그맨 감독으로 언급될텐데, 이후에 도전하는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진 않을까 중압감을 느꼈죠. 선배들은 '네가 개그맨의 위상을 높여달라'고 격려해주셨어요.”


박성광은 앞서 감독으로 도전한 심형래, 이경규를 언급하면서 "선배들이 도전했기에 내가 있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이경규 선배가 '우리 개그맨들이 꼭 잘 돼야 한다, 너가 꼭 잘 됐으면 좋겠다'고 어깨를 토닥여주셨다. 힘이 났다. 그런데 배급사가 CJ CGV라니까 '아우 배 아파'하셨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선배들 덕분에 제가 있죠. 그 영향을 분명히 받았고요. 초등학교 4학년 때 '우뢰매'(1986) '영구와 땡칠이'(1989)를 보면서 어머니한테 '나는 영화감독 될 거야'라고 했다더라고요. 저는 기억이 안 나는데 얼마 전에 어머니가 말해주셨어요. 신기했어요. 이경규 선배가 제작과 투자 관련해서 실질적으로 도움 되는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


선입견은 자양분…도전은 이제 시작
[사진제공=웅남이문화산업전문회사, CJ 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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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광의 영화감독 도전을 두고 혹자는 '여기가 만만하냐'는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이는 평론의 영역을 넘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물론 처음 상업영화를 만드는 연출자들이 그러하 듯 '웅남이'는 부족할 수도 있다. 박성광은 영화를 향한 혹평보다 자신을 향한 편견에 고개를 숙였다.


그는 "처음 찍은 독립 단편영화가 '개그맨이 만든 영화 같다'는 반응을 얻었다. 선입견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걸 느꼈다"고 떠올렸다. 이어 "2~3번째 만든 단편은 장르영화였는데 이를 통해 편견에서 조금 벗어났다고 생각했다. 상업영화는 확실히 어려웠다. 깨달음의 연속이었다. 이를 통해 나는 성장했고 다음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 개봉이 목표였는데, 목표를 이뤘네요. '웅남이' 촬영 마친 후 시나리오를 계속 쓰고 있어요. 하지만 영화는 개그랑 비슷한 거 같아요. 무조건 하고 싶다고 해서 연출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멀리 보려고요. 개그맨 감독으로서 괜찮았다는 평을 듣는 날이 올 거라고 믿어요. 언젠가 꽤 괜찮은 감독이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차근차근 열심히 하다보면 사람들이 꼽는 인생 영화에 제 작품이 포함되는 날도 언젠가 오지 않을까요. ”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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