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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실험장 피폭 우려" 정부, 국제사회서 첫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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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국 유엔대사 "북핵, 이웃나라 일상까지 위협"
北, 연속적 비난 담화 발표…"중상모략 말라"
외교부 "약점 인정한 셈…한미일 공조 강화"

우리 정부가 '풍계리 핵실험장'의 방사성 물질 유출 우려를 국제사회에서 처음 언급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그동안 민간 차원의 문제 제기가 이뤄졌지만, 정부 차원의 우려가 표명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의 핵 개발은 안보를 넘어 인권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논리로, 대북 압박 공조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2일 외교 당국에 따르면 황준국 주유엔 대사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장에서 열린 비공식 회의에서 북한 핵실험장의 방사성 물질 유출 가능성을 지적했다. 한국 정부의 대표자가 국제사회에서 북핵으로 인한 피폭 우려를 지적하거나, 유엔 차원의 회의에서 이 문제가 거론된 건 처음이다.

풍계리 핵실험장 '피폭 우려'…유엔에서 처음 언급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발언하는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발언하는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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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가 입수한 발언문에 따르면 황 대사는 "최근 일부 전문가는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의 방사성 물질 누출 가능성을 제기했으며 영변 핵시설의 안전성에 대해서도 경고하고 나섰다"며 "이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북한은 물론 이웃나라 국민들의 일상생활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걸 극명하게 상기시켜 준다"고 역설했다.


Recently, some experts have raised the possibility of the leakage of radioactive materials near the Punggye-ri nuclear test site and warned about the safety of the Yongbyon nuclear complex. This is a stark reminder that the DPRK's nuclear program also threatens the everyday lives of the people in the DPRK and neighbouring countries.


그러면서 "북한의 무모한 핵무기 추구와 자국민에 대한 전체주의적 통제는 동전의 양면으로, 북한 당국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이처럼 극단적인 결정을 내리고 있다"며 "북한의 인권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확대하기 않는다면 핵 문제의 해결 역시 기대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2014년부터 정기적으로 북한인권 실태에 대해 논의하는 공식 회의를 개최했지만, 2018년 이후로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회의를 열지 못하고 있다. 대신 비공식 협의 형태인 '아리아 포뮬러(Arria-Formula)'를 통해 논의를 지속하고 있으며, 우리 정부는 이번 회의에 '공동후원국' 자격으로 참여했다.


北, 피폭 우려 제기한 인권단체 거론하며 '맹비난'
북한 김정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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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회의 직후 잇따라 성명과 담화를 쏟아내며 반발했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는 지난 19일 성명을 통해 "불법무도한 '인권' 모략 책동을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응징하려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대응 의지는 철저하고 명백하다"고 위협했다. 김선경 외무성 국제기구담당 부상과 조철수 외무성 국제기구국장 명의로 된 비난 담화도 연이어 발표됐다.


북한은 공식적인 입장 발표에서 '인권 논의' 자체에 초점을 맞춰 반발했지만, 선전매체를 통해서는 '핵실험장의 방사성 물질 유출 우려'를 제기했던 남측의 인권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을 지목하며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내부 주민들도 접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피폭 우려에 대한 언급은 피했지만, 대북 인권단체를 직접 거론한 건 상당히 이례적이다.


북한 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는 19일자 논평에서 "반공화국 인권모략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을 비롯한 인간쓰레기 무리들을 사촉하여 온갖 모략과 날조로 우리를 중상모독하는 여론전을 벌렸다"며 "이런 망동의 목적이 인간오물들을 내세워 동족대결책동을 합리화하고 (중략) 국제적인 대조선 압박 공조 분위기를 되살리려는 데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강변했다.


앞서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은 지난달 21일 4년간의 조사 결과가 담긴 특별보고서를 발간하고,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발생한 방사성 물질이 지하수를 통해 주민 수십만명에게 확산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외교부 "北 반발, 약점 인정한 셈…공동대응 강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 위치한 북한 핵실험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 위치한 북한 핵실험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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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 문제는 최근 유엔 차원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안보리 비공식 회의에 이어 20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유엔 본부에서 유엔인권이사회 특별보고관과의 상호대화도 열렸다. 외교부 당국자는 인권 논의에 따른 북한의 반발에 대해 "이 문제를 스스로 얼마나 자신의 약점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방증이 아닐까 한다"고 진단했다.


또 북한인권 문제가 안보 이슈를 논의하는 안보리 회의에서 다뤄진 것에 대해서는 "북한인권 문제가 보편적 가치일 뿐만 아니라 국제 안보에 위협이 되는 요소라는 점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미일 3국은 국제사회에서 북한인권 논의를 활성화하는 게 공동의 과제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인권 문제에 있어서도 공동대응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북한인권' 문제에 관여할 수 있는 부처는 외교부와 통일부, 2곳이 대표적이다. 다만 외교 당국이 국제사회를 통한 대북 압박에 나선 데 반해 통일부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보고서가 발간된 지 사흘 만인 지난달 24일 통일부는 탈북민 피폭 전수조사 방침을 밝혔지만, 한 달가량 흐른 현재까지 구체적 계획은 수립되지 않고 있다.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는 "핵실험이 생명권까지 위협하는 인권 문제라는 점이 확인되길 기대했는데, 외교부가 유엔에서 이 문제의 중대성을 강조한 점은 고무적"이라며 "반면, 통일부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부실조사를 반복하지 않을 의지가 있다면 검사 추진계획과 결과를 어떻게 연구·활용할 것인지 공개하고 외부 전문가의 조언을 시작 단계부터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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