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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향하는 보령…'오너 3세'가 우주에 진심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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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견 제약사 보령 (옛 보령제약)이 우주로 향하고 있다. ‘오너 3세’인 김정균 보령 대표이사가 우주 헬스케어 사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전통 제약사의 미래 먹거리인 신약이나 헬스케어가 아닌 미래, 그것도 ‘우주 헬스케어’다. 이례적이고 논쟁적인 아이템이다. 회사 안팎과 주주, 투자자는 기대 보다는 우려에 무게추가 쏠린다. 하지만 선대(先代)가 가보지 않은 길, 낯선 길이라고 실패를 예단하는 것도 성급해 보인다.


김정균 보령 대표이사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령 사옥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우주 헬스케어 사업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보령]

김정균 보령 대표이사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령 사옥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우주 헬스케어 사업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보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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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사옥에서 열린 주주총회 자리에서 우주 헬스케어 사업인 ‘케어 인 스페이스(Care in Space·CIS)’ 프로젝트의 추진 과정과 목표에 대해 직접 설명했다. 그는 주주총회 과정 중 우주 헬스케어 사업에 대한 프레젠테이션(PT)에만 1시간가량 할애했다. 김 대표는 "우주에서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는 것과 기술 연구개발(R&D)을 위한 인프라를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우주 사업에 대한 도전과 적극적인 투자를 계속 이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보령의 우주 사업은 김 대표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 김 대표는 김은선 보령 회장의 장남으로, 창업주인 김승호 보령제약 회장의 손자다. 지난해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르면서 기존 장두현 대표이사와 공동 대표이사로 역임 중이다. 보령의 본격적인 우주 헬스케어 산업 진출은 지난해 초부터 이어졌는데, 김 대표의 취임 시기와 맞물린다. 우주 사업에 대한 ‘진심’은 CEO 서한에서도 드러난다. 김 대표는 지난 17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CEO 서한에서 "미지의 환경인 우주에서 인체가 겪을 문제들에 주목했고, 우주에서 인류의 생존에 필요한 기술들과 연구·개발에 필요한 인프라를 확보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보령은 제약사업만 하는 회사로 남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우주에서의 건강 문제를 중점으로 다루는 곳이 없는 만큼,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우주 헬스케어 사업의 구체적인 방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보령 관계자는 "우주 헬스케어의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시도를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아직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업 방향성을 모색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현재 제기되는 우주 헬스케어 사업의 전개 방향 중 하나는 우주에 머무는 사람들을 위한 의약품을 연구 및 개발하는 것이다. 중력이 거의 없는 우주공간의 특성을 활용한 신약 개발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세중력 환경에서는 온전한 단백질 결정이 형성될 수 있어 질병의 단백질 구조 파악이라는 필수 과정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액시엄 스페이스가 건설 예정인 세계 최초 상업용 우주정거장 '엑시엄 스테이션(Axiom Station)' [사진제공=보령]

액시엄 스페이스가 건설 예정인 세계 최초 상업용 우주정거장 '엑시엄 스테이션(Axiom Station)' [사진제공=보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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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의 우주 사업에 대한 의지는 사명 변경과 투자 집행에서도 드러난다. 보령은 지난해 3월 주주총회를 거쳐 사명을 기존 ‘보령제약’에서 ‘보령’으로 변경했다. 제약 사업에만 국한하지 않고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이유였는데, 이 역시 우주 사업 진출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대표 체제에서 우주 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민간 우주정거장을 건설하는 미국 기업인 액시엄(Axiom) 스페이스에 5000만달러(약 649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결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보령의 자기자본 대비 13.7%에 달할 정도의 대규모 투자로, 지난해 초 1000만달러(약 129억원) 투자에 이은 두 번째 단행이었다. 액시엄은 세계 최초의 상업용 우주정거장인 액시엄 스테이션(Axiom Station)을 건설하고 있다. 김 대표가 이날 주주총회에서 액시엄 스페이스와 국내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양 사의 협력은 점차 규모를 늘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우주 사업에는 힘을 쏟는 반면 주요 바이오 계열사인 보령바이오파마에 대해서는 매각에 나섰다. 롯데 등 주요 대기업들이 바이오산업에 잇따라 진출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보령바이오파마는 인플루엔자(독감)와 간염 등 자체 백신을 개발해 생산하는 기업으로, 현재 동원그룹이 보령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인수를 추진 중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매각이 우주 헬스케어 등 신사업 진출과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김 대표는 계열사 매각에 대한 질문에 "이와 관련해서 답변을 드릴 만한 내용이 없다"며 "확정된 것이 없어 답변이 부적절하다"고 말을 아꼈다.


김 대표가 역점을 두고 있는 우주 사업을 바라보는 주주들의 시선에는 우려가 묻어난다. 일부 주주들은 김 대표의 우주 사업 진출에 응원의 목소리를 보냈지만, 질의응답에서는 사업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는 질문이 이어졌다. 이날 김 대표의 발표가 신약 연구개발 현황 등 제약이 아닌 우주 헬스케어 사업 위주였다는 점을 지적하는 주주도 있었다.


김 대표 역시 이를 의식한 듯 발표 중간 "지난해부터 이어온 변화에 대한 소통이 부족했다. 주주분들께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지난해 액시엄 스페이스에 대한 투자 발표가 주식 시장에서 악재로 인식되면서 주가가 급락했던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당시 증권가는 보령의 우주 사업 진출 관련 대규모 투자에 의구심을 드러내며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우주 사업에 대한 추가 투자 시 재무 변동성 확대가 우려된다며 보령을 기업분석 대상에서 제외하는 증권사도 나왔다.


사업 전망의 불확실성 역시 그가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인다. 김 대표는 CIS 프로젝트의 이익 창출 시점을 묻는 주주의 질문에 "언제 이익이 날 수 있는지, 이익 규모가 얼마나 될지 지금은 알 수 없다"면서도 "믿고 기다려주면 (결과를) 만들어내겠다"고 답했다. CIS 프로젝트에 대한 구체적인 추가 투자 계획을 묻는 질문에도 "향후 얼마나 어떻게 투자될지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해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조금만 지켜봐 달라"면서도 "(CIS 프로젝트에 대한) 동기부여 수준과 의지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신했다.


김정균 보령 대표이사. [사진제공=보령]

김정균 보령 대표이사. [사진제공=보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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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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