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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업계 투자심리 위축…정부가 마중물 역할 해줘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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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건수 신임 벤처캐피탈협회장
“모태펀드 예산 규모가 정부 생각 대변”
벤처투자 데이터 재정비·축적해 정책·제도 건의

지난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원사 임직원, 유웅환 한국벤처투자 대표, 임정욱 중소벤처기업부 실장, 허성무 한국성장금융 대표 등 70여명이 이곳으로 속속 모였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주관한 '제1차 전문가 초청 기술 세미나' 자리였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반도체·디스플레이 연구위원이 이들 앞에서 반도체 시장 동향과 전망 등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번 세미나는 지난달 17일 취임한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신임 회장이 재임 기간 추진할 과제 중 하나로 마련한 것이다. 윤건수 회장은 취임 후 ▲벤처투자 관련 데이터 재정비 ▲회원사 교육 ▲벤처산업 성장 위한 정책·제도 정비 등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사모펀드·신기술사업금융회사 등도 포함한 190개 회원사가 1년에 각자 평균 800만원을 협회비로 내지만 딱히 손에 꼽을 메리트는 없었다"라며 "앞으로 매달 1번 전문가를 초청해 최신 트렌드와 정보를 나누고 네트워크도 확충할 수 있는 교류의 장을 열어 회원사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하고 말했다.

이번 15대 협회장을 뽑는 과정에서 협회 출범 이후 처음으로 복수 후보가 나오면서 협회장 선출이 한차례 미뤄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윤건수 회장은 "일반인 중에 벤처캐피탈협회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나"며 "해프닝 덕분에 흥행을 이루는 전화위복이 됐다"면서 웃었다. 윤 회장은 20년 넘는 경력의 베테랑 벤처캐피탈리스트이기도 하다. 2012년 DSC인베스트먼트를 창업해 약 10년 만에 운용자산(AUM) 1조원을 넘겼다. 최근 그를 서울 성수동 DSC인베스트먼트 본사에서 만났다.



윤건수 벤처캐피탈협회장.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윤건수 벤처캐피탈협회장.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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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은행(SVB)·크레디스위스(CS) 사태로 금융권이 어수선하다. 국내 벤처투자 시장도 영향을 받고 있나.

"국내에서는 당장 큰 문제는 없을 걸로 본다. 다만 심리가 투자를 상당 부분 좌우한다. SVB·CS 사태는 한고비 넘겼다지만, 여기서 끝났다고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불안감과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특히 이럴 때일수록 사람들이 안전자산에 몰리게 마련이다. 투자도 장기보다 단기를 선호하게 된다. 벤처캐피탈에 불리한 여건이다."


윤 회장은 그래서 정부의 모태펀드 예산 감축이 더욱 아쉽다고 말한다. 올해 모태펀드 예산은 3135억원 수준으로 지난해(5200억원) 대비 40% 줄었다. 고금리 탓에 돈이 잘 돌지 않는 가운데 SVB·CS 사태까지 터졌는데, 벤처·스타트업 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하던 모태펀드 예산마저 줄어든 상황이라 벤처투자 업계의 '돈가뭄'이 더욱 심해졌다는 것이다.

-모태펀드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했는데.

"모험자본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가 높으면 모험자본으로 돈이 오지 않는다. 모태펀드 예산 규모가 정부의 생각을 대변한다고 본다. 정부에서 드라이브를 걸어줘야 한다. 모태펀드 예산을 늘리거나 시장에 돈을 공급하는 장치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 특히 '아, 시장에 돈이 공급되는구나'라는 시그널을 줘야 투자심리가 살아날 수 있다. 벤처캐피탈들이 드라이파우더(펀드 조성 후 집행하지 않은 자금)를 소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정부가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이미 줄인 예산을 다시 늘려주겠나.

"데이터가 중요하다. 1년에 벤처투자가 얼마나 일어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다. 벤처투자 관련 데이터가 여러 부처와 민간에 흩어져 있다. 데이터가 정확해야 정부에 정책을 건의할 수 있다. 모태펀드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를 할 때도 데이터가 뒷받침 돼야 한다. 1억원을 투자하면 고용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그동안 벤처투자로 얼마나 많은 신산업이 탄생·발전했는지 등을 데이터로 얘기하면 협상이 단순해진다. 협회 과제로 벤처투자 관련 데이터 재정비를 내세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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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 데이터를 한데 모을 수 있는 묘안은.

"모든 데이터는 스타트업에 있다고 생각한다. 1년에 2000여개 기업에 투자하는데, 스타트업이 핵심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계획대로라면 2024년부터 스타트업들이 1년 동안 얼마나 투자를 받았는지 집계할 수 있다. 사실 민간과 정부가 각각 통계를 내면 피곤해진다. 스타트업만의 정보를 취합하면 심플해진다."


윤 회장은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LG그룹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LG전자 근무 때 MIT에서 공부할 기회를 얻어 경영학 석사를 마쳤다. MIT 시절 명문대 학생들이 모여 창업경진대회를 벌이고, 내로라하는 벤처캐피탈들이 모여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모습을 보고 벤처캐피탈에 눈을 떴다. 귀국 후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에서 근무하다 1999년 한국기술투자(현 SBI인베스트먼트)에 들어가서 벤처투자 경력을 쌓았다. 이후 범 LG그룹 벤처캐피탈인 LB인베스트먼트 기업투자본부장을 거쳐 2012년 DSC인베스트먼트를 창업해 2016년 코스닥에 상장시켰다. DSC인베스트먼트는 모회사가 없는 독립계로, 운용자산(AUM) 1조원 이상의 대형 벤처캐피탈로 성장했다. 이런 덕에 많은 회원사의 지지를 받고 협회장에 취임했다. 그만큼 변화 의지도 강하다.


-협회 이름을 '한국벤처투자협회'로 바꾸려는 이유는.

"30년 넘게 한국벤처캐피탈협회라는 이름을 썼다. 과거엔 벤처캐피탈 중심으로 벤처투자가 이뤄졌지만 지금은 아니다. 증권사·보험사·은행 등 갈수록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다. 지금은 벤처캐피탈이 벤처투자 업계의 60~70% 정도만 대변한다고 보는 게 맞다. 벤처투자 관련 제도·교육·시스템 등을 확대·정비하는 차원에서 회원사를 더 늘려야 한다는 공감대도 형성됐다."


-벤처캐피탈의 상황은 어떤가.

"경기 침체 국면이라 벤처캐피탈이 투자한 자산이 부실해지고 있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 탓이 어려운 곳이 많다. 과거 스타트업들은 사실상 제로금리로 자금을 조달했다. 그래서 수익보다 성장이 훨씬 더 중요했다. 플랫폼 기업들이 쑥쑥 성장한 배경이다. 지금은 이익이 중요한 시기인데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이익을 내본 경험이 부족하다. 과거와 같은 투자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 규모가 있는 벤처캐피탈은 어떻게든 버티겠지만, 작은 곳은 어려운 상황이다. 양극화가 우려된다."


-최근 투자 트렌드는.

"지금까지 바이오·플랫폼·커머스 쪽이 인기였다면 최근에는 딥테크·인공지능(AI)·모빌리티 쪽에 돈이 몰리고 있다. 특히 바이오 시장이 많이 위축됐지만, 올해나 내년에는 가장 좋은 빈티지(펀드가 결성된 해)를 기록할 수 있는 섹터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글로벌 성장 가능성이 있는 바이오 기업에 투자할 때라고 생각한다."


*윤건수 회장은 누구인가

1962년 대구생으로 경북대 전자공학과, MIT 경영학 석사 출신이다. MIT 유학 시절 벤처캐피탈에 눈을 떴다. 한국기술투자(현 SBI인베스트먼트)와 LB인베스트먼트를 거쳐 2012년 DSC인베스트먼트를 창업했다. 지난달 15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에 취임했다.


[대담=남승률 증권자본시장부장·정리=이광호 기자]





남승률 기자 nam9115@asiae.co.kr
이광호 기자 kh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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