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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의 반란…삼삼오오 1% 지분 모아 주주제안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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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강·신풍제약 개인 주주들 “자사주 소각하라”
주주환원 요구 거세지면서 개인 단위 주주제안 늘어

개미의 반란…삼삼오오 1% 지분 모아 주주제안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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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윤주 기자] 올해 국내 주식시장에 '주주제안' 바람이 거세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등 사모펀드가 쏘아올린 주주환원 요구가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도 번지고 있다. 김남훈 광주신세계 소액주주 권리찾기 운동 대표는 지난 1월 광주신세계 이사회에 주당 3750원의 현금배당 등 주주제안을 했다. 그는 주주제안 조건인 지분 1%(8만주) 이상을 6개월 이상 보유한 소액주주다. 소액주주 한 사람이 주주제안 요건을 갖춰 배당확대 등 주주 권리 확대 목소리를 낸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분 매각 과정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이득을 봤지만, 소액주주는 주가 폭락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철강 , 신풍제약 등 중견·중소기업을 상대로 개인 투자자들이 지분 1%를 매집해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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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와 철강업계에 따르면 개인 주주 8인은 이르면 한국철강을 상대로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들은 지난 7일 회사와 대표이사에 3가지 내용이 담긴 주주제안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그러나 주주제안 중 하나인 자사주 매입을 두고 이견이 있어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을 냈다.

개인 투자자 8명 지분 1% 사들여 한국철강에 주주제안

KCGI·얼라인파트너스 등 자본력이 있는 사모펀드나 기관 투자자가 아니라 개인 주주가 기업을 상대로 주주제안을 하는 등 주주의 권리를 적극 행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상법상 주주제안을 하려면 발행주식 총수(4245만주)의 3%를 보유해야 한다. 다만 1%를 6개월 이상 보유한 경우 주주제안이 가능하다. 개인 투자자 손경준 등 주주 8인은 42만4500주를 확보해 3가지 의안을 담아 주주제안을 보냈다.


소수주주는 1%, 3%, 10% 등을 경계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다르다. 지분 1% 이상 주주는 주주제안과 함께 주주대표소송도 제기할 수 있다. 3% 이상을 보유하면 회계장부열람 청구, (임시)주주총회 소집 청구, 집중투표 청구 등의 권한을 갖는다. 주주총회는 원칙적으로 이사회가 소집한다. 하지만 지분 3% 이상의 주주도 이사회에 주총 소집을 청구할 수 있다. 회사(이사회)가 주총 개최를 거부하면 법원에 임시주총을 열어달라고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한국철강 배당성향 48%로 확대해야"…중국보다 낮은 수준

손경준 등의 주주제안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주당 배당금을 1000원으로 확대해달라는 요구다. 한국철강은 2021년 기말 배당금 250원, 배당금 총액으로 97억613만원을 지급했다. 배당성향은 9.98%이다. 2019년 배당성향이 48.24%에서 크게 쪼그라들었다.


한국철강 사업보고서를 보면 최근 3년간(2019~2021년) 2019년 190억8415만원 이익, 2020년 84억6114억원 손실, 2021년 972억5200만원 이익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이익잉여금은 각각 1259억원, 1060억원, 1858억원으로 나타났다. 한국철강은 2022년 철근 가격 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318억3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한국철강 주주들은 과징금을 영업외비용으로 처리해도 2022년 당기순이익이 약 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익잉여금은 기업의 배당 기조를 파악할 수 있는 회계 지표로 꼽힌다. 쉽게 말해 당기순이익에서 배당 지급을 제외한 것을 이익잉여금으로 본다. 회계 전문가는 "이익잉여금이 누적되는 기업은 꾸준히 이익을 내면서 배당은 적게 한다고 볼 수 있다"며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이익잉여금의 약 20~30% 수준을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주주가 적정 수준의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말했다.


낮은 배당성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KB증권에 따르면 최근 10년(2010∼2020년) 동안 한국의 평균 총주주환원율은 28%로 집계됐다. 이는 중국(31%)보다 낮은 수준이다. 총주주환원율은 당기순이익에서 배당금 총액, 자사주 매입금 등 주주환원 금액 비중을 의미한다. 미국의 총주주환원율은 89%에 이른다.


한국철강 주주연대는 "배당성향을 50%로 상향해도 안정적인 운영과 성장을 위한 투자에 지장이 없다"며 "주당 배당금을 1000원으로 확대하면 총 배당금은 388억원으로 늘고, 배당성향도 48.5%로 올라간다"고 주장했다.


한국철강, 자사주 매입 주주제안 거절…"이사회 의결 사항"

이들은 두 번째로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요구했다. 자사주 소각은 강력한 주주환원책 중 하나다. 배당보다 주가가 더 크게 반응한다. 한국에서는 자사주 매입과 자사주 소각을 별개로 보지만, 미국에서는 자사주 매입이 대부분 소각으로 이어진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주식 총량이 줄면서 1주당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미국 메타가 대표적이다. 지난 1일 2022년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 줄어든 321억65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순이익도 55% 감소한 46억5200만달러로 급감했다. 2012년 상장 이후 첫 역성장을 기록했다. 그러나 비용 감축 의지와 40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히자 시간외거래에서 주가가 20%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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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메리츠화재·한국콜마홀딩스·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삼성물산 등이 자사주 소각을 결정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여전히 중견기업 등 대부분의 상장사는 자사주 소각에 소극적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지배주주의 보유 지분 의결권을 상대적으로 강화시키는 수단으로 자사주 매입을 활용하고 있다"며 "이와 달리 미국 등 선진국 상장사들은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배당보다 주가 부양과 안정 효과가 큰 환원정책으로 보고 적극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는 감사위원 선임 안건이다. 상법 제542조의 12 제2항에 따르면 "감사위원회위원 중 1명은 주주총회 결의로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 감사위원회위원이 되는 이사로 선임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경영진을 감시할 수 있도록 일반주주가 추천하는 사람을 선임해달라는 것이 손경준 등 8인의 요구사항이다.


2030세대는 앱으로 주주제안

기관이나 사모펀드가 아닌 개인들이 주주제안에 적극 나서면서 의견을 모으거나 주주제안을 내는 방식도 달라졌다. 개인 투자자들은 애플리케이션으로 주주제안을 내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 9일 신풍제약 주주 713명은 이사회에 주주제안을 발송했다. '헤이홀더'라는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모인 사람들이 힘을 합쳐 소유자 증명서를 제출했다.


헤이홀더는 주주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만든 앱이다. 기존에는 주주 확인을 위해 계좌를 캡처했으나, 헤이홀더는 마이데이터를 이용해 사용자가 보유 중인 종목을 매일 파악해 해당 종목 게시판에만 접근 권한을 부여한다.


이들은 자사주 128만9550주 소각, 전자투표제 도입을 요구했다. 신풍제약은 채무 변제를 위해 2020년 9월 21일 블록딜로 자사주(128만9550주)를 2154억원에 매각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주주제안에서 "소액주주 재산권에 대한 사려가 있다면 교환사채(EB)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었다"라며 "자사주 매각으로 주가가 폭락했고, 소액주주의 재산권 침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블록딜 매각 수량과 동일한 규모로 자사주를 소각해달라"고 요구했다.


한국알콜 상대로는 개인들이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뭉쳤다. 배당금 600원으로 확대, 최대주주의 내부거래 개선 , 자산재평가 등을 요구했다. 지난해 지분 5.14%를 확보한 트러스톤자산운용이 한국알콜 상대로 먼저 주주제안을 했지만 이와 별개로 개인 투자자들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개인 투자자들이 단타 등으로 단기 이익을 내는 데 집착하기보다 배당 등 주주 권한을 확대하는 것에 관심이 커졌다"라며 "게다가 최근 사모펀드가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지배구조를 바꾸고, 은행 배당 확대 등 주주제안을 통해 상장사들이 달라지는 것을 보면서 개인 투자자들도 주주제안에 적극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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