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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협' 대신 결속 다진 北 열병식…新무기·김주애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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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체연료 ICBM 추정 미사일로 핵무력 과시
김정은, 대외메시지 대신 軍 사기 진작 주력
주석단 오른 김주애…"가능성 열어두고 주시"

[아시아경제 장희준 기자]북한이 조선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고체연료 기반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신형 전략무기를 선보이며 핵무력을 과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열병식에 참석했지만, 대남·대미 메시지는 꺼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이틀 연속 등장했는데, 최고지도자가 사열하는 주석단 정중앙 자리까지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김주애 후계자설'을 일축해온 통일부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며 미묘한 입장 변화를 보였다.

'고체연료 ICBM' 등장…"모형이라도 그저 허풍 아냐"
북한 열병식에 등장한 '고체 ICBM' 추정 신형 미사일

북한 열병식에 등장한 '고체 ICBM' 추정 신형 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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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통신은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야간 열병식에서 ICBM '화성-17형'과 함께 고체연료 ICBM으로 추정되는 신형 미사일이 등장한 사진들을 9일 공개했다.


신형 무기로 추정되는 미사일은 2017년 4월 김일성 주석의 105번째 생일(태양절)을 기념하는 열병식에서 등장했던 미사일이 개량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에도 고체연료 ICBM으로 추정됐지만, 미사일을 싣고 있는 이동식발사차량(TEL)이 8축 16륜에서 9축 18륜으로 달라졌다는 차이가 있다. 차체 길이를 뛰어넘는 발사관의 직경은 유사한 것으로 평가된다.


새로운 ICBM과 함께 전술핵운용부대도 언급됐다. 통신은 "위력한 전쟁억제력, 반격 능력을 과시하며 굽이쳐가는 전술핵운용부대 종대들의 진군은 무비의 기세로 충전했다"며 "뜨겁게 달아오른 열병광장에 공화국 국방력의 변혁적인 발전상과 우리 국가의 최대의 핵공격능력을 과시하며 대륙간탄도미싸일종대들이 등장했다"고 과시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번 열병식에서 주목할 건 전술핵운용부대와 히든카드로 9축 TEL에 실려 공개된 신형 미사일"이라며 "개인적으로 고체연료 엔진을 사용하는 ICBM급 신형 미사일의 모형(mock-up)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화성-17형의 TEL은 11축이고, 화성-15형은 9축이라는 점에서 외형상 화성-15형급으로 추정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김 교수는 모형일지라도 그저 허풍으로 볼 수만은 없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최근 북한의 신무기 공개 방식을 보면 우선 열병식에서 모형을 공개하고 이를 실제로 개발·시험하는 경우가 많다"며 "단순히 모형 장난감을 내온 게 아니라 실제 개발 중인 무기체계로 봐야 한다. 빠르면 1년, 늦어도 8차 당대회 기간이 끝나는 2025년 전에 뭔가 보여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외 메시지 대신 軍 격려…"식량난 때문에 中 눈치"
'건군절 75주년' 야간 열병식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건군절 75주년' 야간 열병식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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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열병식을 앞두고 건군절 기념연회에서 인민군 장성을 대상으로 연설을 했었지만, 정작 본 무대인 열병식에서는 병력과 각 군 장비들을 사열했을 뿐 별도 연설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초 열병식을 계기로 공세적인 대남·대미 메시지를 발신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군 사기 진작을 도모하고 내부 충성을 결속하는 데 주력한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식량난 심화'의 영향을 추정했다. 정 실장은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배급이 지속됐던 개성에서 아사자가 대량 나오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는데 사실이라면 매우 충격적"이라며 "중국으로부터 식량·비료 지원이 절실한 입장이라 원만한 협조를 위해 대외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발언을 자제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북한은 통상 1년에 한두 차례 열던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두 달 만에 재소집했다. 지난 연말에 이어 이달 하순 '농업 분야'라는 단일 의제만으로 전원회의를 열겠다고 공표한 것이다. 정 실장은 또 북한이 중국의 눈치를 보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오는 16일 김정일 생일 뒤 중국에 묶여 있는 북한 근로자들이 대거 귀국할 것이라는 소식이 있다"고 부연했다.


주석단까지 꿰찬 김주애…통일부 "후계자 가능성 열어둘 것"
'건군절 75주년' 야간열병식에서 주석단 중앙 자리에 오른 김주애

'건군절 75주년' 야간열병식에서 주석단 중앙 자리에 오른 김주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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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열병식에서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는 '딸 김주애'의 등장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열병식 개최 소식을 전하면서 "김정은 동지께서 사랑하는 자제분과 리설주 여사와 함께 광장에 도착하셨다"며 "(당 중앙위 비서들이) 존경하는 자제분을 모시고 귀빈석에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사랑하는'부터 '존경하는'까지 위상을 높여오던 미사여구를 총동원한 모습이다.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은 김일성 주석을 연상케 하는 검은 중절모와 검은 코트 차림으로 등장했고, 김주애 또한 검은 모자와 코트를 차려입은 채 아버지의 손을 잡고 레드카펫 위를 걸었다. 김 위원장의 아내 리설주 여사는 오히려 한 걸음 정도 뒤로 물러나 부녀를 따라 걸었고, 그 뒤로는 주요 간부들이 손뼉을 치며 뒤따르는 모습이 사진에 담겼다.


특히 김주애는 이번 열병식에서 최고지도자가 서는 주석단 정중앙을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18일 ICBM '화성-17형' 발사 현장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뒤 꾸준히 위상을 높여가는 모습이다. 등장 초기에는 일부 전문가를 중심으로 '후계자설'이 제기됐었지만, 전날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까지 "후계자라는 신호"라며 북한의 '김주애 띄우기'를 주목했다.

김정은 둘째 딸 김주애 공개 행보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김정은 둘째 딸 김주애 공개 행보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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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실장은 "노동신문의 열병식 보도에서 리설주보다 먼저 호명될 정도라면 이미 (리 여사의) 위상을 뛰어넘었다고 볼 수 있다"며 "특히 군부의 핵심 간부들과 함께 찍은 사진에서 김주애가 가운데에 들어간 건 미래에 군대를 이끌어나갈 최고사령관이 될 것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평가도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초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후계자가 된다는 판단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보고했으며, 통일부도 그간 후계 구도를 거론하는 것에 선을 그어 왔다. 그러나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른 감이 있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상황을 주시하겠다"며 미묘한 입장 변화를 시사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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