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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구인난에…'귀하신 몸' 된 이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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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식당·소매업 등 채용
고용주, 임금인상에 보너스
남미 본국 송금 90% 늘어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미국 고용시장 호황이 지속되면서 이민자들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구인난에 시달리는 건설, 식당, 소매업종 등에 종사하는 고용주들은 임금을 올리고 통 큰 보너스를 지급하면서 이민자 붙잡기에 나섰다. 최근 빅테크 기업 감원과는 대조적인 양상이다. 좀처럼 열기가 식지 않는 미국 고용시장을 반영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노동부 자료를 인용해 건설 근로자의 시급이 2019년 말 이후 1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건설업은 식당, 기타 서비스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 온 이민자들이 주로 종사하게 되는 업종이다.

현장 근로자들이 체감하는 임금 인상 폭은 훨씬 크다. 워싱턴 DC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에콰도르 출신의 레닌 칼릭스 씨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일당이 120달러(약 15만원)에서 현재 200달러(약 25만원)로 뛰었다. 3년만에 일당이 60% 오른 것이다. 온두라스 출신의 불법 이민자로 플로리다 공장에서 선반 조립 업무를 하는 호수에 모릴로 씨는 2년 전 시급이 13달러(1만6000원)였지만 지금은 18달러(약 2만3000원)를 받고 있다. 전직 요리사였던 베네수엘라 출신의 프레디 모론 씨는 건설 현장에서 전기·배관 업무를 하면서 일당으로 150달러(약 19만원)를 받았지만 지금은 페인트 업무를 하며 하루에 170달러(약 21만원)를 벌고 있다.


반면 고용주들은 근로자들을 붙잡기 위해 좀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워싱턴 DC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루이스 레이스 씨는 이민자가 대부분인 직원들의 임금을 대폭 올리고 지난해는 보너스도 지급했다. 팬데믹 이전에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식사권을 나눠주는 데 그쳤지만, 지난해는 250~5000달러(약 31만~630만원)에 달하는 상여금을 준 것이다. 대기업들도 임금 인상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월마트는 다음달초부터 매장 직원 시급을 12~18달러(약 1만5000~2만3000원)에서 14~19달러(약 1만8000~2만4000원)로 올리기로 했다. 최저임금 기준으로 16.6%가 오른 것이다.


美 구인난에…'귀하신 몸' 된 이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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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구인난과 인플레이션으로 이민자들의 처우가 개선되면서 이들이 본국으로 송금하는 규모도 덩달아 늘고 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남미로 송금한 규모는 1년 전보다 9% 증가한 1420억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인플레이션으로 임금이 오르자, 본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더 많은 달러를 송금한 것이다.

이처럼 미국 이민자들의 몸값이 높아진 것은 최근 견조한 고용시장과도 궤를 같이 한다. 미국 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1월 고용상황 보고서를 보면 비농업 일자리가 시장 전망치의 3배인 51만7000개 늘어났다. 실업률은 지난 1969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3.4%로 ‘완전고용’ 상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뜨거운 고용시장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저임금 근로자 중심으로 구인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나온 구인공고 중 인력 채용에 실패한 건수가 약 1046만건으로 이 중 8.4%는 소매 분야에서 나왔다. 미국 고용시장의 호황이 지속되면서 Fed의 금리인상 중단 시점도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등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지속되고 있다.


WSJ는 "많은 경제학자들이 Fed의 금리인상이 실업률을 높이고 특히 건설 분야처럼 이민자에게 주로 의존하는 업종의 (고용) 수요를 둔화시킬 것으로 봤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노동력 부족이란 정반대의 상황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고용주들이 지나치게 견조한 노동 시장에서 이민자를 고용하기 위해 프리미엄을 지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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