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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오른 물가에 한산해진 대학가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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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촌연세로 가보니 고물가 직격탄
청년 "외식 안하고 요리""커피도 덜 마셔"
자영업자 "메뉴 가격 올려야 하나 고민"

[아시아경제 황서율 기자] "물가 상승은 식당을 운영하는 우리도, 식사를 하러 오는 손님도 분명 체감할 거에요, 이 곳이 대학가 근처라 음식 가격은 올리지 못하고 밑반찬 갯수를 한 두개 줄였어요. 대출 받아 버티고는 있지만 언제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막막하네요."


3일 오후 방문한 연세로 일대. 점심시간 부근이었지만 거리에는 자동차만 오갔다/사진=황서율 기자chestnut@

3일 오후 방문한 연세로 일대. 점심시간 부근이었지만 거리에는 자동차만 오갔다/사진=황서율 기자chest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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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후 12시 서울 마포구 신촌연세로.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등 대학교들이 한 데 모인 이 곳에 점심시간이 시작됐지만 지나다니는 사람의 숫자를 손으로 꼽을 정도로 한산했다. 외식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비교적 저렴한 곳으로 여겨지는 대학가 인근 식당가 마저 사람들의 발길이 줄고 있는 것이다. 손님이 감소한 데다 재료비까지 오르면서 현장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은 가격인상을 해야할지 고민하기도 했다. 이 곳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10년 넘게 장사를 했다는 이모씨(53)는 치솟는 물가 탓에 상차림에 올리던 밑반찬을 어쩔 수 없이 줄이게 됐다며 푸념했다. 인근에서 돈부리집을 운영하는 엄양흠씨(42) 또한 "근 일주일간은 점심장사가 의미가 없다"며 "주변 상인들과 카톡으로 '오늘 무슨 일 있냐, 왜 손님이 안오는 거냐' 같은 대화밖에 안한다"고 전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물가지수는 107.7로 전년(102.5) 대비 5.2포인트 상승했다. 2017년(97.6)에서 2021년까지 4년동안 지수가 4.9포인트 올랐다는 것을 고려하면 최근 물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대학가를 이용하는 수요층의 외식 생활은 크게 변화하는 모습이다. 시민들은 지출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메뉴를 고른다고 했다. 인근에서 수험생활을 하고 있는 재수생 백동준씨(18)는 "비용을 아끼려고 주로 분식집에서 김밥을 사먹거나 최대한 식비를 만원 아래로 지출하려고 노력 중이다"고 귀띔했다. 대학생 황미애씨(25) 역시 "메뉴를 고를 때 혼자 먹으면 대충 더 저렴한 음식을 먹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신촌연세로에서 음식점이 즐비한 거리에도 사람은 없었다. 점심시간에 영업을 하지 않는 가게도 있었다./사진=황서율 기자chestnut@

신촌연세로에서 음식점이 즐비한 거리에도 사람은 없었다. 점심시간에 영업을 하지 않는 가게도 있었다./사진=황서율 기자chest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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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 빈도를 확 줄였다는 시민도 있었다. 인근에서 자취를 한다는 직장인 황혜지씨(27)는 "직장에서 도시락이 나와 이걸로 한끼를 때울 때도 있다"고 밝혔다. 황씨는 이어 "원래 요리를 잘 안했는데 웬만하면 만들어 먹고 있다"면서 "식재료도 값이 많이 뛰어서 주변에 마트가 세 개 정도 있는데 가장 저렴한 마트만 쭉 이용 중이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채소류, 축산물, 수산물, 가공식품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5.5%, 0.6%, 7.8%, 10.3% 상승했다.


커피 등 음료 물가도 올라 부담이 만만치 않은 모양이었다. 지난달 커피의 소비자물가는 전월 대비 17.5% 상승했다. 가성비가 좋다고 불리는 테이크아웃 커피점들도 최근 몇 백원씩 가격을 올렸다. 대학생 박지수씨(26)는 "혼자 끼니를 때울 땐 후식으로 커피는 되도록 먹지않고 집으로 돌아가는 편이다"고 말했다. 백씨 역시 "최근 커피로 지출하는 비용이 이전보다 한달에 만원 정도 더 드는 것 같다"고 했다.

자영업자들은 대학가 수요층의 소비가 줄어든 데다 재료비까지 올라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엄씨는 "연어를 예로 들면 코로나 초창기에 1kg에 1만1000원이었지만 이제는 2만원이다"며 "지난해 4월에 가격을 한 번 올렸는데, 최근에도 물가가 또 올라 가격을 올릴지 고민 중이다"고 토로했다. 포장분식집을 운영하는 정석원씨(37)는 "포장 매장이라 손님은 크게 줄지 않았지만 주재료인 마요네즈와 참치가 1년전부터 꾸준히 올라 마진이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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