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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천자]작가의 루틴<2>-양안다의 '시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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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아시아경제는 '하루만보 하루천자' 뉴스레터 독자를 위해 매일 천자 필사 콘텐츠를 제공한다. 필사 콘텐츠는 일별, 월별로 테마에 맞춰 동서양 고전, 한국문학, 명칼럼, 명연설 등에서 엄선해 전달된다. 오늘은 젊은 작가들의 일상과 글을 쓰기 위한 마음가짐을 담은 책 <작가의 루틴 : 시 쓰는 하루> 가운데 양안다 작가의 <안녕하세요 시를 씁니다 그게 좋아요>를 소개한다. 글자수 903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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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는 동안 항상 음악을 듣는 편이다. 여러 곡을 듣는 건 아니고, 그날따라 유독 듣고 싶은 한 곡을 반복 재생하면서 시를 쓴다. 트로트를 제외한 장르의 음악을 듣는 편이다. 요즘에는 EDM과 클래식을 자주 듣는다. 노래 한 곡이 계속 반복 재생되고, 방 안에 사이키 조명이 번쩍이고, 입술이 젖을 정도만 술을 조금씩 마시면서, 나는 시를 계속 쓴다. 가끔 시를 쓰다 헤드뱅잉을 하기도 하고 휘파람을 불기도 한다. 어느 순간이 되면 내가 휘파람을 불고 있다는 걸 잊게 된다. '어? 지금 휘파람을 불고 있었구나?'라고 뒤늦게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다음으로는 노래를 듣고 있었다는 걸 잊게 된다. 어느 순간에는 시를 쓰고 있다는 걸 잊게 된다. 시를 쓰고 있던 내 책상은 어땠는지, 듣고 있던 음악은 무슨 음악이었는지,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떤 문장을 썼는지.


시를 쓰다 보면 잊는 것들이 많다. 분명 시를 쓰는 동안 잡다한 생각과 고민을 지나며 문장을 썼는데, 다 쓰고 나면 내가 무슨 생각을 했고 무슨 고민을 하며 어떤 문장을 쓰고 끝내 시를 완성하게 됐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이것은 어떤 영감이라거나 무의식의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시를 쓰는 동안에는 분명 어떠한 생각을 거쳐 문장을 썼기 때문이다. 단지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건데, 아마 너무 많은 생각을 해서 그런 걸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시간은 보통 밤에서 새벽 동안 쓴다. 아침까지 쓰는 경우도 종종 있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시간대는 아침인데, 그러려면 아침에 일어나 잠에서 덜 깬 채로 시를 써야 한다. 그럴 수는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일과를 다 마치고 밤에 쓰기 시작한다. 대신 휴일에는 아침부터 쓰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른 아침이 좋다. 해가 막 뜨기 직전인 그 시간부터. 그때 쓰는 게 가장 기분 좋은 느낌을 받는다.


-양안다 외 6인, <작가의 루틴: 시 쓰는 하루>, &(앤드),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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