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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만 2.9조원 순매수…얼어붙은 K반도체 쓸어담는 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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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사이클 특성상 V자형 급반등 많아
인공지능·증강현실 등 메모리 수요 촉진할 요인도

[아시아경제 박형수 기자] 반도체 간판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반도체 불황의 칼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 31일 삼성전자는 사업부별 실적을 발표한 2014년 이후 반도체 부문에서 가장 적은 분기 영업이익(2022년 4분기 27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어 1일 SK하이닉스도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이 1조7012억원으로 2021년 같은 기간(4조2195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고 공시했다. SK하이닉스가 적자로 돌아선 건 2012년 3분기 이후 10년 만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웨이퍼 투입을 줄이는 식의 직접적·인위적 감산은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반도체 공급 과잉 현상도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 라인 재배치 등 기술적 감산에 그치면 반도체 업황 바닥이 그만큼 늦춰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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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시장의 겨울이 더 길어질 듯하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선택은 달랐다.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1월 한달 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 들어 1월 한달 동안 삼성전자 2조2221억원어치, SK하이닉스 632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의 1월 유가증권시장 전체 순매수 금액 6조3704억원의 45%가량을 반도체 주식으로 채운 것이다.


1월 외국인 코스피 순매수액 45%가 반도체주

올 하반기에나 반도체 업황 개선을 기대할까 말까인데 외국인 투자자들은 도대체 뭘 보고 움직인 걸까.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00년대 들어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30% 넘게 감소한 경우가 다섯번 있었는데, 그중 2001·2005·2019년 주가는 오히려 큰 폭 올랐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황 사이클의 진폭은 매우 큰데, 이익 감소폭이 크더라도 한번 사이클이 바뀌면 브이(V)자형 급반등이 가능해 그런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김 센터장은 "주가는 결국 실적을 반영하지만 실적이라는 게 당장 확인되는 수치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기대"라고 덧붙였다.


과거 삼성전자 영업이익 흐름을 보면 2001년(-69.1%), 2005년(-32.9%), 2008년(-30.4%), 2014년(-32.0%) 2019년(-52.8%) 등 다섯 차례 30% 이상 감소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코스피가 900선 이하로 떨어졌던 2008년 삼성전자 주가는 연간 18.9% 하락했다. 2014년에는 코스피가 4.8% 내렸고 삼성전자 주가는 3.3% 떨어졌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익이 감소하는 구간이더라도 9개월~1년 후의 반도체 업황 전망을 따르는 경향을 보였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2000년 이후 반도체 하락 사이클에서 업황과 주가 바닥 신호는 감산효과 가시화, 재고 감소, 가격 하락 둔화 시점이었다"며 "과거 20년간 반도체 산업 역사가 반복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2분기부터 감산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반도체 주가는 업황을 6개월 이상 선반영하기 때문에 삼성전자 주가도 업황 최악의 시기인 1분기에 바닥을 형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술적 분석으로도 외국인의 투자 전략은 승률이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 두 달 연속 시장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반도체가 1월 들어 코스피 상승률을 웃돌았다"며 "기술적 분석에서 앞선 부진을 압도하는 강력한 반등은 추세 전환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중요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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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반도체 업종 흐름은 지난해 11월과 12월 부진했지만 올해 1월 강하게 반등했다. 지난 20년 동안 반도체 주가가 2개월 연속 시장 대비 부진했다가 반등했던 경우는 총 14차례 있었다. KB증권이 3개월과 6개월 이후 주가 흐름을 분석한 결과 각각 평균 7.3%포인트, 11.6%포인트 시장 수익률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 반도체 업종 반등이 추세 전환의 신호일 확률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부자들의 자산 관리를 돕는 프라이빗뱅커(PB)들도 올해 유망 주식으로 삼성전자 등 반도체 주식을 추천하고 있다. 황선아 KB증권 골드앤와이즈 더 퍼스트 WM지점장은 "반도체 업종은 계속 어려웠고 지금 다운사이클을 지나고 있다"면서도 "주식시장은 항상 선반영하기 때문에 1분기가 최악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 실적이 나오고 악재를 반영하고 나면 반도체 주식 매수 기회가 될 것"이라며 "성장하는 산업이고 올해가 좋은 투자 시기"라고 조언했다. 오인아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북센터장도 "반도체 업황이 돌아설 것으로 예상한다"며 "1분기 실적이 바닥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최악의 사이클 통과 중…주가는 6개월 선반영

역대 최고 수준으로 쌓인 재고 물량만 빨리 털 수 있다면 반도체 업황 회복이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외국인이 국내 기관 투자가나 개인보다 앞서 반도체 주식을 사들이는 배경으로 꼽힌다. 국내보다 미국에서 챗GPT에 열광하고 있는 데다, 세계적인 IT 기업의 인공지능(AI) 투자 경쟁을 체감하는 외국인은 반도체 수요 회복을 좀 더 낙관적으로 볼 가능성이 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챗GPT에서 시작된 AI 투자 경쟁이 서버용 반도체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며 "초거대 AI 모델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 증가는 D램 업황에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달 21일 아마존은 데이터센터에 2040년까지 35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며 "챗GPT의 대중화는 직접적으로는 GPU 수요를, 간접적으로는 D램 중심의 메모리 수요를 촉진한다"고 강조했다.


AI와 더불어 증강현실(AR) 기기도 기대 요인으로 꼽힌다.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3'에서 소개된 최신 AR 기기들은 평균적으로 D램 LPDDR 12GB 이상, 스토리지 256GB를 채용했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것보다 성능이 2배 이상인 D램이다. 애플은 AR 기기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AR 기기에서 아이폰 신화를 재현한다면 D램 수요 회복에 촉매제가 될 수 있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박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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