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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백혜선 “제 삶은 좌절의 연속…도전 포기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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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좌절을 담은 책 '나는 좌절의 스페셜리스트입니다' 출간

[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제 삶은 좌절의 연속. 저는 좌절 전문가입니다.”


1994년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입상하는 등 한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주목받아온 피아니스트 백혜선이 인생의 좌절을 담은 책 ‘나는 좌절의 스페셜리스트입니다’(다산북스)를 펴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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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강남구 오드포트에서 연 출간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대단한 업적을 이룬 사람으로서 그 일화를 적은 책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대중과 나누고 싶은 인생의 특별한 순간을 담았다고 전했다.

백혜선은 1989년 윌리엄 카펠 국제 콩쿠르 1위를 시작으로 다수 콩쿠르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1995년에는 29세 나이로 서울대 음대 최연소 교수로 임용됐다. 2005년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클리블랜드 음악원 교수를 역임했고, 현재는 모교인 뉴잉글랜드 음악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표면적으로 성공한 인생이지만 그는 “숱한 좌절을 겪으며 지금에 이르렀다”고 고백했다. 4세 때부터 피아노를 시작한 그였지만 서울 예원학교(중학교)에서 마주한 선후배들은 그를 주눅 들게 했다. 탁월한 연주 실력은 물론 한번 본 악보를 그 자리에서 즉흥연주 해내는 사람이 즐비했다. 생존하기 위해 연습에 몰두했고, 방학 때면 12시간을 피아노 앞에서 떠나지 않았다. 어떤 곡이든 틀리지 않고 100번 연습하는 습관을 길렀다.


그럼에도 인생의 고비는 숱하게 찾아왔다. 예원학교 2학년 당시 미국으로 건너가 현재 교수로 재직 중인 미 보스턴의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수학했지만, 대학을 졸업할 즈음 슬럼프로 잠시 건반을 손에서 놓았다. 전화 회사 영업 사원으로 일하며 방황했다.

건반 앞으로 돌아온 건 스승인 피아니스트 변화경의 권유 때문이었다. 마지막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나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했다. 이윽고 서울대 음대 교수로 부임하며 승승장구하는 듯했으나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불편해 했다. 그는 “막상 일해보니 나와 맞지 않다고 느꼈다”며 “서울대에 있던 10년간 굉장히 안주하는 삶을 살았다. 결국 사표를 내고 미국으로 건너가 연주자로서 재도전에 나섰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 쉬운 도전은 아니었다. 연주 기회를 찾지 못해 지방 도시를 돌며 7~8년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는 “동양인으로, 연주자로 세계 무대에 서는 것도, 두 아이의 엄마로 사는 것의 힘듦을 알게 된 시기였다”고 고백했다.


자신을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던 그가 책을 출간한 건 주변인과의 이별이 계기가 됐다. 2018년 수십 년간 국내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던 고(故) 이명아 대표를 떠나보낸 데 이어 2021년 어머니와 이모, 동료 피아니스트 필립 케윈을 잃으면서 영원한 건 없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그는 “떠나보낸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과 삶의 모든 기회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생각이 책을 쓰는 동기가 됐다”고 전했다.


최근에도 좌절은 계속되고 있다. 그는 손열음·김선욱·조성진·임윤찬 등 젊은 피아니스트를 거론하며 “K클래식인지 K팝인지 헷갈릴 만큼 붐을 일으키고 있어서 놀랍고 자랑스럽다. 요즘 어린 연주자들을 보면 좌절이 더 심하다”고 웃어보였다. 그러면서 “힘으로야 비교할 수 없겠지만 오래 남을 수 있는 연주를 하는 것이 언제나 고민”이라고 전했다.


오는 4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독주회를 시작으로 국내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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