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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금융리더십]①은행수장 70%가 징계 이력…관치 논란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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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금융리더십]①은행수장 70%가 징계 이력…관치 논란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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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그룹의 역대 회장과 은행장 70%가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불완전판매로 고객들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채용 비리 등 불법적으로 권력을 휘두른 게 징계 사유였다.


30일 아시아경제가 2001년부터 2022년말까지 4대 금융그룹에서 회장과 은행장을 역임한 인물 47명의 징계 이력을 조사한 결과, 33명(70.2%)이 금융당국의 크고 작은 징계를 받았다. KB금융과 KB국민은행이 9명이었고 하나금융·하나은행, 우리금융·우리은행, 신한금융과 신한은행은 각 8명이었다.

징계 수위는 경징계가 19건, 중징계가 14건으로 집계됐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금융사 임원 제재는 ‘해임권고-직무정지-문책경고-주의적경고-주의’로 나뉜다. 문책경고부터 중징계로 분류돼 금융사 취업이 제한된다. 가장 많은 조치는 주의적경고로 10건이었고 문책경고가 8건으로 뒤를 이었다. 주의와 직무정지가 5건이었고, 해임권고는 1건뿐이었다. 나머지는 감봉 등의 제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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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말 기준 4대 금융그룹에서 회장과 은행장을 맡은 8인으로 좁혀서 살펴보면 5명이 징계를 받았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진옥동 전 신한은행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금융상품 불완전판매와 이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야기해 징계 조치를 받았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경우 부행장 시절 대손충당금의 세금처리 문제로 3개월 감봉 조치가 내려졌다.


최근에는 징계 이후 승복보다 불복소송이 잇따랐다. 함 회장과 손 회장은 해외금리 파생결합펀드(DLF) 징계를 취소해달라고 소를 제기했다. 함 회장은 1심에서 패소했고, 손 회장은 3심까지 가서 대법원 재판에서 승소했다. 손 회장은 라임사태와 관련해서는 소송 여부를 검토중이다. 윤 회장은 징계 이후 8년 만인 2015년 관련 소송에서 승소했다.


역대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47명 중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은 인물 33명을 조사해보니 72.7%(24건)가 불완전판매로 인한 고객 피해 때문에 징계를 받았다.

불완전판매로 징계받은 은행장들

대표적 사례가 라임펀드와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사태다. 전액 손실 가능성이 있는 사모펀드를 고객에게 원금보장이 되는 것처럼 판매해 소비자 피해가 컸다. 이 과정에서 일반투자자의 투자성향등급을 인위적으로 조정하거나 상품선정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은행장이었던 진옥동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게 징계조치가 내려졌다. 금융당국은 CEO가 내부통제를 제대로 마련·운용하지 않아 정당한 징계라는 입장이다.


CEO가 내부통제를 제대로 실천하지 않아 국민들이 피해를 본 건 비단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2011년에는 민병덕 전 국민은행장이 대대적인 ‘꺾기’ 관행의 책임을 지고 주의 징계를 받았다. 금융감독원 종합검사 결과 497개 중소기업에 561억원을 대출해주면서 135억원을 예금하라고 강요한 사실이 드러났다. 내부 이사회에서 여·수신 목표치를 자의적으로 15~20% 확대한 탓이다. 임원들은 이러한 영업행위를 보고받고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사기대출 사건에 연루된 예도 있다. 2014년에는 KT 소규모 자회사였던 KT ENS 직원과 협력업체가 1조8000억원을 편취한 사실이 드러났다. 매출채권을 조작해 은행에서 거액의 대출을 실행하는 방식이었는데 하나은행에서만 1조1000억원이 넘았다. 금감원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현장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에 당시 김병호 전 하나은행장이 주의 징계를 받았다.


채용 비리에 얼룩진 금융사

징계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금융사 CEO가 채용비리 의혹에 개입된 일도 끊이지 않았다. 2014년부터 3년간 우리은행장을 이끌었던 이광구 전 행장은 고위 공직자와 주요 고객의 자녀를 특혜 채용했다. 불합격권이었던 지원자 37명을 부정하게 합격시켜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했는데,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2018년 은행권의 대대적인 채용비리 사건이 터졌는데 금융지주 회장들이 연루돼 논란이 불거졌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경우 은행장 시절 증손녀 채용 비리 의혹이 있었고, 조용병 회장은 라응찬 전 회장의 조카 손자와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아들 등 외부 청탁지원자에게 특혜를 줬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도 은행권 고위임원 자제에게 특혜를 줘 업무방해 혐의를 받고 있다. 조 회장은 무죄판결을 확정지었고, 함 회장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윤 회장은 불기소처분으로 끝났다.


징계 받는 은행장들, 어떻게 봐야 하나

불완전판매와 채용 비리 등으로 2001년부터 4대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역임했던 사람들의 70%가 징계를 받았던 것 어떻게 봐야 할까. 실제로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들이 징계를 받을 만큼 잘못을 많이 한 것일까, 아니면 금융당국이 징계 권한을 남발한 것일까. 예전에는 금융사가 당국의 징계에 반발해 소송을 거는 사례가 거의 없었는데, 최근엔 왜 그런 사례들이 많이 나타나는 것일까. 금융사가 당국을 우습게 볼만큼 당국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것일까.


최근 금융당국이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연임을 저지하고 용퇴하게 했던 것에 대해 관치(官治) 논란이 벌어졌는데, 좋은 관치와 나쁜 관치의 경계선은 어디일까. 금융지주 회장들이 주인 없는 회사에서 주요 주주들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면서 이사회나 감사 등의 견제도 받지 않고 장기 집권하는 내치(內治)는 어떻게 봐야 하는 걸까. 우리나라 금융권의 바람직한 지배구조 또는 내부통제 시스템은 어떠해야 하는 걸까.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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