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당 대표 불출마 선언으로 정치적 미래가 불투명해진 나경원 전 의원을 향해 홍준표 대구시장이 3년 전의 패스트트랙 정국을 소환하고 나섰다. 나 전 의원은 곧바로 "망상"이라며 대응하고 나섰지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재판이 그의 정치생명에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 전 의원은 2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홍 시장의 '패스트트랙 재판' 관련 글이 "최소한의 사실관계조차도 모르고 쓰는 망상 속의 소설이자, 본인의 삐뚤어진 선입견이 가져온 억측일 뿐"이라며 2019년 패스트트랙 충돌과 관련 검찰 조사를 받았을 때의 기사를 공유했다.
해당 기사에는 "책임질 일이 있다면 원내대표인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나 전 의원의 발언이 담겼다. 홍 시장이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책임을 져야 할 지도부가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고 한 데 대해 기사 공유를 통해 반박한 것이다.
패스트트랙 사태는 지난 2019년 4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골자로 한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기로 한 데 대해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면서 벌어졌다. 국회 내 여야 간 폭력 사태가 발생하면서 33년 만에 처음으로 경호권이 발동되기도 했다. 패스트트랙의 결과 자유한국당에서만 24명의 전·현직 의원이 기소됐다.
홍 시장은 이전부터 여러 차례 패스트트랙에 대한 지도부의 대응을 비판해 왔다. 2019년 11월 단식 중인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를 만나 타협을 촉구한 후 SNS를 통해 "지금 기소 대기 중인 당 의원들은 지도부의 잘못된 판단에 따랐다는 이유만으로 정치생명이 걸려 있다. 그러나 기소의 원인이 된 패스트트랙이 정치적으로 타결되면 검찰 기소 명분도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타협 대신 강경 투쟁 일변도로 대응했고, 패스트트랙 법안 통과도 막지 못했다.
2020년이 되고 패스트트랙 사태에 연루된 의원들의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홍 시장은 당시 SNS를 통해 지도부의 변론 내용을 비판했다. 그는 "2회에 걸친 공판 준비절차에서 당을 대표한 두 분 변호인들의 변호 내용은 기가 막힐 지경"이라며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섰다'고 진술해 달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의원들이 공천권을 틀어쥔 지도부의 지휘를 거역할 수 있었겠나"라고 일갈했다. 기자들 앞에서는 '자기 책임'을 자처했지만, 정작 공판 절차에서는 그러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홍 시장의 이번 문제 제기는 그동안 그가 나 전 의원과 벌여왔던 설전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지만, 특히 나 전 의원이 불출마로 후일을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패스트트랙 재판에서 5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5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해 내년 총선에도 나가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지난 26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패스트트랙이 기소된 지 3년 됐다. 딴 사람들은 좀 정치적으로 어떻게 봐주든 타협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걸 총지휘한 사람은 원내대표"라며 "(벌금이) 최저 500만 원인데, 최소한 그중에 한 사람을 꼽으라고 한다면 당시 총지휘를 했던 국회법 위반의 주범은 적어도 다음 총선 정도는 좀 쉬어야 한다"고 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생일 때 잔뜩 받은 스벅 기프티콘도 쏠쏠한 용돈[MZ테크]⑨](https://cwcontent.asiae.co.kr/asiaresize/93/2023032910331270653_1680053592.jpg)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