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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탁현민, '미스터 프레지던트' 발간.."'쇼한다'는 말 기분 안나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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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만난 사람]
좋은 정치는 진실과 진심 담아 보여주는 것
행사에 대통령 철학 담아내기 위해 노력

[인터뷰]탁현민, '미스터 프레지던트' 발간.."'쇼한다'는 말 기분 안나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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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대통령의 일정이 곧 대통령의 철학이고, 국가가 무엇을 기념하는지가 국가의 정체성이다."


탁현민 전 비서관은 문재인 정부에서 5년간 대통령의 일정을 담당하며, 대통령의 철학을 전파했다. 무엇을 기릴지가 결정되면, 어떻게 기념할지를 고심했다. 선임행정관(2017)으로,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2019)으로, 의전비서관(2020)으로 대통령을 보필했다. ‘좋은 정치란 진실과 진심을 담아 국민에게 보여주는 일’이란 생각으로 1825일 동안 1195개의 청와대 행사를 기획했다. 국민 인식도 제고를 위해 대통령 연설을 흑백으로 꾸몄던 탄소 중립 선언, 아랍에미리트(UAE)에 주둔한 아크부대를 격려 방문하며 결혼식을 미루고 파병 길에 나선 병사 약혼녀와 동행한 것, 72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선보인 오희옥 애국지사의 올드 랭 사인 애국가(스코틀랜드 민요에 가사를 붙여 과거 독립운동가들이 불렀던 애국가), ‘작전+훈련+기념식’ 개념으로 연병장에서 벗어나 마라도 상륙함에서 의미와 볼거리를 선사한 73주년 국군의날 기념식 행사 등이 그의 머리와 손을 거쳤다. 특히 73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은 측근 칭찬에 인색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쓱’하고 돌아보는 (당시 청와대 직원들에게) 최고의 찬사와 뜨거운 격려를 부를 만큼 성공적이었다. 일각에서는 그런 시도를 알맹이 없는 ‘쇼’로 폄훼하기도 했으나, 참신한 기획으로 국민 주목도를 높였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그런 일화를 책 ‘미스터 프레지던트(메디치)’에 담아 공개한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25일 마주했다.

2018년 4월27일 열린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을 앞두고 리허설 중인 탁현민 비서관.

2018년 4월27일 열린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을 앞두고 리허설 중인 탁현민 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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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도 밝혔듯 청와대 재직 시절 ‘쇼한다’는 비판에 자주 시달렸다.

▲정치란 말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좋은 정치는 진실과 진심을 담아 보여주는 것이고, 나쁜 정치는 욕망과 욕심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치는 ‘showing(보여주기)’이다. 연설로, 토론으로, 정책으로, 때로는 기념식으로, 대통령의 일정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니 쇼한다는 그 말이 나로서는 그렇게 나쁜 말로 들린 적이 없다.

-다만 기획·연출 실력이 뛰어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어느 일이나 마찬가지이지만, 하나의 일을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대부분 ‘그럴 듯’하게 만들 수 있게 된다. 오랜 훈련의 결과이기도 하고, 다른 일들을 모방하기도 하며 그런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다르게 만들어 내는 것이다. 결국에는 독자성과 차별성이 기획과 연출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어떻게 할 것인지를 따지는 방법의 문제가 아니다. 태도의 문제다. 사물, 사건, 상황을 바라보는 태도에서 새로운 기획과 다른 연출이 나온다.


-생각하는 좋은 기획이란.

▲기획이란 일은 새로운 무엇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무엇을 새롭게 하는 일에 가깝다. 기발한 아이디어나 참신한 생각. 그것만으로 기획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부차적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하려는 일의 본질에 대한 탐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본질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분명한 목적의식이 필요하다. 그것을 왜 하려고 하는지가 분명할수록 좋다.


-기획하면서 무엇을 가장 고민했나.

▲국가기념식과 대통령 행사를 만들 때 늘 먼저 고민했던 것은, 기념식의 본질과 대통령의 철학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매번 잘한 것은 아니었고, 매번 잘못한 것도 아니었지만 중요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그러한 노력을 했다는 것이다. 디테일 역시 중요하다. 본질을 찾고, 주제에 몰입하는 ‘진심’과 사소한 듯 보여도 그 진심을 드러내 줄 수 있는 ‘디테일’이 행사를 돋보이게 만들어 준다.

-특별히 신경을 썼던, 기억에 남는 행사가 있는지.

▲홍범도 장군의 유해 봉환식을 준비할 때의 일이다. 101년 만에 광복된 조국으로 돌아오는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대한민국에 첫발을 디딜 때, 어떤 음악을 쓸지를 고민했었다 독립군가, 고향의 봄, 애국가…. 여러 노래를 놓고 고민하다가 마지막에 올드랭사인 곡조의 애국가를 선택했다. 오늘 우리가 부르는 애국가의 곡조가 만들어지기 전 불렸던 애국가다. 그냥 별생각 없이 연주음악을 선택할 수도 있고, 음악을 쓰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내가 홍범도 장군이라면, 그가 살아서 조국 땅을 밟는다면 어떤 기분일지, 그때 어떤 노래가 떠오를지 생각해 보니, 역시 옛 곡조의 애국가가 가장 적절했다.


-청와대 근무를 되돌아봤을 때 느껴지는 소회는.

▲이어달리기 같은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막상 소임을 받으니, 이전 정부 끝, 새 정부 시작 이렇게 나뉘는 성질의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전 정부의 위업을 고스란히 유산으로 받고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일이 더 많았다. 그렇게 전 정부에서 현 정부로 다시 다음 정부로 끝없는 이어달리기를 하는 것 같다.


-기량을 원 없이 펼친 듯 보여도, 애로사항도 많았을 것 같은데.

▲대부분의 공직은 주어진 권한에 비해 져야 할 책임이 더 크다. 게다가 그 권한조차 마음대로 사용하기 어렵다. 간혹 "전권을 주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겠다"는 사람을 볼 때가 있다. 저는 그러한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다. 아마추어라고 생각한다. 옆에서 지켜본 바로는 대통령조차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요즘은 글쎄이긴 한데…. 아무튼 이점이 가장 힘들었다. 권한 이상의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내가 어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음에도 내가 그 책임을 감당해야 할 때, 화도 나고 불합리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때마다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는데, 그때 누군가 말해 줬다." 공직은 직업이 아니라 소명이다" 이 일을 직업이라 생각하면 그만두는 것이 맞지만, 소명이라 생각한다면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충고였다. 그렇게 5년을 보냈다.


-전임자이자, 전문가로서 현 대통령실의 ‘보여주기’에 관한 느낌은.

▲진심은 디테일에 우선한다. 진심은 평가할 수 없고 느낄 수 있는 것인데, 지금 정부는 진심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디테일도 보이지 않는다. 평가할 수 없는 수준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좀처럼 실무자들을 칭찬하지 않았다고 했다. 왜인가.

▲문 전 대통령은 자신 혹은 자신의 주변과 가까울수록 엄하게 대했고, 멀수록 관대하게 대했다. 저는 심리적, 물리적으로 거리가 가까운 편이었다. 칭찬하지 않은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아마 내가 대통령과 멀리 있었다면 달랐을 것이다.


-가까이에서 본 대통령 문재인, 사람 문재인은 어떠한지.

▲문 전 대통령은 집무실 안에서는 대통령으로서만 자신을 대하길 바라셨던 것 같다. 아는 사람, 알던 사람, 가까운 사람 이런 사적인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길 바라셨던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퇴임 전날 청와대 서프라이즈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탁현민 비서관이 포옹하고 있다.

대통령 퇴임 전날 청와대 서프라이즈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탁현민 비서관이 포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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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활동으로 만나볼 수 있는지. 인생을 ‘쇼’에 비유한다면 탁현민의 쇼는 어떻게 기획되고 있나.

▲현재 정해진 활동은 파리에서 진행 중인 공연과 글로벌 멘토링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 이후는 잘 모르겠다. 사람에겐 쓸모가 있고 쓰임이 있는데, 쓸모는 자신의 노력이지만, 쓰임은 시대와 환경과 조건이 맞아떨어져야만 한다. 내가 능력이 있다고 다 쓰이는 것도 아니고, 능력이 없다고 안 쓰이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오직 내 쓸모를 더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 다만 앞으로는 정치나 정치적인 일들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싶다.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오직 인간적인 관계만 남겨 놓고 그것이 무엇이든 정치적인 이해와 처지에서는 자유로워지고 싶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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