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김정은, 中 위협에서 안전하려면 주한미군 필요하다 해"

폼페이오, 회고록서 김 위원장과 대화 공개
"김정은, '중국인들은 거짓말쟁이' 외쳐"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3월 극비리에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국 국무부 장관에게 자신이 중국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하려면 주한미군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사실이 24일(현지시간) 알려졌다.

폼페이오 전 국무부 장관은 이날 미국에서 출간된 회고록 '한 치도 물러서지 말라, 내가 사랑하는 미국을 위한 싸움(Never Give an Inch, Fighting for the America I Love)'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2018년 3월30일 첫 방북길에 올라 김 위원장과 대화한 상황을 묘사하면서 "'중국 공산당은 늘 미국에 미군이 한국을 떠나면 김 위원장이 매우 기뻐할 것이라고 한다'고 말했다"고 회고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이 신나서 손으로 탁자를 치면서 "중국인들은 거짓말쟁이"라고 외쳤다고 적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김 위원장은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주한미군이 필요하며 중국공산당은 한반도를 티베트와 신장처럼 다룰 수 있도록 미군이 철수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 대화를 근거로 폼페이오 전 장관은 한반도에 미국의 미사일과 지상군 전력을 강화해도 북한이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그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해도 중국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고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나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와 달리 북한 정권이 생존, 번영할 것이라는 점을 설득해야 했다고도 밝혔다. 폼페이오 전 장관이 김 위원장에게 협상을 타결하면 미국 마이애미의 해변으로 초청해 세계에서 가장 좋은 쿠바산 여송연을 피울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하자, 김 위원장은 "난 이미 카스트로 일가와 훌륭한 관계"라고 말했다고 회고했다.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와 전통적으로 우호 관계를 유지해왔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열린 미국, 한국, 북한 3자 정상 간 만남이 성사된 과정에 관해서도 소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각이 달랐던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이 역사적 만남에 참여하고 싶어했고, 특히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폼페이오에게 여러 차례 직접 전화했다고 밝혔다.

당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만 만나고 싶어한다고 설명했고 문 대통령이 이를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는 점도 책에 소개됐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할애할 시간이 없었고 문 대통령을 존경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한미간 대북 접근 방식에 차이가 있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2017년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끝없이 당근(회유책)만 강조하고 채찍(강경책)은 없었다"고 전했다.

미국 프로농구 스타로 지난 2017년 북한을 방문한 데니스 로드먼에 대한 언급도 책 속에 담겼다. 폼페이오 전 장관이 북한으로 출발하기 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데니스 로드먼(전 미국프로농구 스타)과 김정은에 관해 이야기해봤나"라고 물었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로드먼에게 전화해보라"며 "그는 나를 사랑하고 김정은을 잘 안다"고 말했다고 폼페이오 전 장관은 전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