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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텀하우스]①PF발 금융위기, 진짜 오나

최종수정 2022.12.05 08:40 기사입력 2022.12.04 11:33

"재퍼나이제이션이냐 재패니피케이션이냐, 내년이 분수령"

임진 대한상공회의소 SGI 원장(왼쪽부터),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이정재 아시아경제 경제미디어스쿨 원장 겸 논설고문,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박재하 전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 곽영권 메리츠증권 전무가 지난 1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 1회 아시아경제 채텀하우스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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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본지 경제·금융 싱크탱크 ‘아시아경제 채텀하우스’가 출범했다. 지난 1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위기 오나-한국 금융 심층 진단’을 주제로 곽영권 메리츠증권 전무,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박재하 전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 임진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 이니셔티브(SGI)원장,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가나다순)이 심층 토론을 벌였다. 참석자들은 “현 경기 침체 상황이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수준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의 역할을 어디까지로 봐야 하는지는 의견이 갈렸다.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쪽과 정부 개입이 되레 시장의 자연적 구조조정을 막을 수 있다는 반론이 팽팽했다. 당장의 시장 불안보다는 2023년 이후 심화할 양극화와 초고령사회에 대한 대비가 더 시급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아시아경제 채텀하우스는 참석자 명단은 공개하되 각 발언자의 발언은 익명 처리하는 '채텀하우스 룰'을 따른다. 토론 전문은 여러 편에 나눠 싣는다.

◆ 사회 = 이정재 아시아경제 경제미디어스쿨 원장 겸 논설고문


<사회> 우리가 다뤄야 할 여러 가지 경제 현안들을 어떤 경우에는 시장 충격이 우려되고 또 어떤 경우에는 정책 관계자들이나 정부 당국하고의 관계 때문에 속 깊은 얘기를 못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채텀하우스 토론은 그런 것들을 떠나서 진짜 있는 그대로, 날것 그대로 한번 얘기를 해보자. 그래서 제대로 경제 현상과 현안을 심층적으로 짚어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자리입니다. 채텀하우스 방식이라는 게 참석자분들의 이름과 얼굴은 공개되지만 본인이 어떤 얘기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고 발언 내용만 전달할 겁니다.

첫 번째 주제는 'PF발 금융위기' 입니다. 이게 진짜 오는지 안 오는지 시장 불안과 스트레스가 극도로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부는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조금 더 보수적인 태도, 이를테면 "괜찮다" "문제없다"라고 얘기를 많이 하는데 그게 과연 맞는 건지, 더 적극적으로 우리가 대비를 해야 하는 건지 이런 얘기들을 좀 기탄없이 나눠보려고 합니다.

"2%대 물가 시대는 끝났다"

<토론자 A> 올해는 세계사적인 사건을 마감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렇게 봅니다. 42년 만에 인플레이션을 겪었고 코로나 대유행에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터졌습니다. 전쟁은 내년 봄에는 끝날 거 같고, 코로나도 거의 감기에 가까워졌습니다. 인플레도 꼭지를 찍고 내려올 겁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의 후유증은 만만치 않을 겁니다.

저는 내년 2023년이 그래서 아주 특별한 해라고 생각합니다. 글로벌도 그렇고 지정학적으로도 그렇고. 또 미국의 정책도 그렇고요. 게다가 한국의 고령화는 앞으로 몇 년이 제일 가파를 전망입니다. 1958~63년 베이비 붐 세대가 본격 고령화되는 시기입니다. 윤 정부 기간이 우리 역사에 제일 가파른 기간이에요. (고령화율이) 3.5%가 올라갑니다. 이게 장기침체로 이어지면 그 결과는 또 극심한 양극화입니다. 이미 코로나 사태부터 본격 양극화 시작됐고 고령화로 성장침체와 양극화가 가속하는 겁니다. 특히 젊은 친구들한테서는 심하게 어려운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겁니다.

저는 2023년을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해요. 만약에 2023년에 우리가 금융위기다 뭐다 눈앞의 잔불을 끄느라고 푸닥거리다 시간을 놓치면 안 됩니다. 24년 4월에 총선, 27년 3월에 대선이죠. 내년이 지나면 완전히 정치판으로 굴러갈 겁니다. 경제쪽 큰 문제를 만질 여유가 없어진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저는 내년에 정부가 큰 판을 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제가 오늘 말씀드릴 요지입니다.

오늘의 주제는 PF지만 저는 돌이켜보면 PF는 큰 문제는 아닐 거다. 물론 PF 문제도 만만하진 않습니다. 특히 외채 문제도 굉장히 우리를 힘들게 할 겁니다. 그렇지만 내년 이맘때쯤 돌이켜본다면, PF 사태는 오히려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닐 거다. 그것보다 더 큰 것, 예컨대 경제시스템 복원, 고령화와 양극화 대비, 성장 잠재력 확보 이런 것들에 집중해야 한다는 겁니다.


<사회> 120% 공감하는 얘기지만 짧은 시간에 그 모든 것을 다루긴 어렵겠습니다. 우선 한국금융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지금 말씀하신 부분들하고 어떻게 연결이 되고, 어떤 변화가 나올 것이고,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우리가 합리적인 개선책이나 뭐 이런 것들을 찾을 수 있는지까지 포함해서 자유롭게 말씀해 주시죠.


<토론자 B> A님 말씀에 대부분 동감입니다. 다만 한 가지 동조하기 어려운 부분은 지금의 PF 위기를 막기 위해서 너무 체력낭비를 하지 말라, 그 말에 대해서는 제가 동의를 못 합니다. 왜냐하면 PF 위기를 그냥 안 막고 놔뒀을 때 이게 곪아 본격적으로 터지기 시작하면 뒤에 말씀하신 고령화 대비 등 중요한 문제는 아예 처리할 체력이 없게 됩니다. 현재의 단기시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무시할 수는 없다. 오히려 굉장히 여기서 신경을 써야 한다. 체력의 상당 부분을 PF 위기 대처에 써야 한다는 겁니다.

또 A 님 말씀 중에 하나, 매크로적으로 우리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게 뭐냐면 '2%대 물가 안정 인플레 시대는 지나갔다'는 겁니다. 앞으로 금리와 물가는 상당 기간 2% 이상에서 머무를 것입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 일 겁니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 대응을 위해 부채를 많이 늘렸습니다. 그 엄청난 부채를 어떻게 해결할 거냐. 세금을 걷어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결국은 인플레를 어느 정도 용인함으로써 실질 부채를 줄이는 그런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지 않나 싶습니다. 사실 이런 방식은 올해 특별히 나온 것도 아닙니다. 2차 대전 이후에 엄청난 전쟁 부채를 줄여나간 방식이 바로 인플레입니다. 그럼 과연 어느 정도, 언제까지 인플레를 용인할 거냐가 핵심이지요. 정부의 고민도 이 지점입니다.

과거 예를 보면 물가가 오르니까 실질 부채는 줄었지만 (실질 임금 감소로) 근로자들이 뒤통수를 맞는 상황이 일어났습니다. 그러면서 노조 힘이 세지고 사회 갈등이 격화하기도 했습니다. 고령화 등 미래의 문제를 다루는 데도 이런 매크로적인 변수를 넣어서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저도 당장 여기서 답을 찾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PF위기와 한국 금융 같은 단기적인 문제에 우선 포커스를 맞췄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경제 채텀하우스 'PF발 위기 오나|한국 금융 심층 진단'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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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이슈가 최대 지정학적 리스크-한국은 안전한가"

<토론자 C> 내년이 큰 변곡점이자, 큰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A님 전망에 이견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그 얘기에 앞서 우선 오늘 주제인 'PF발 금융위기'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최근 레고랜드 사태에 이어서 흥국생명이 영구채 콜옵션 행사를 연기하겠다고 해서 금융시장이 요동을 쳤습니다. ABCP(자산유동화 기업어음) 지급 보증을 거부한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비난을 많이 받았지만 실제 놓고 보면 그건 아닙니다. 김 지사 사건이 트리거는 됐지만 그 이면에는 보다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원인이 있습니다.

멀리 보면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 인상이 원인입니다. 정책 금리를 올리니 시장 금리도 상승하고 그러면서 채권시장하고 단기 자금 시장에 수급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금융시장에서 상환 불능이라는 건 절대로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인데 다른 곳도 아니고 지방 정부가 보증 불이행 선언을 했다는 건 시장의 가장 중요한 원칙을 무시한 일입니다. 그런 점에서 간단한 문제는 아니었고 굉장히 성급하고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자 금융시장 불안의 트리거 역할을 한 것은 사실입니다.

김진태 도지사뿐 아니라 금융 당국도 사려 깊지 않은 말을 종종 하는 것 같습니다. 예컨대 이창용 총재가 아주 국제적인 감각도 좋고 뛰어난 학자지만 한국은행 총재로서는 발언을 너무 많이 하는 것 아닌가 합니다. 예컨대 이 총재의 이런 발언 "한국은행이 정부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있지만 Fed(연방준비제도)에서 독립일 수는 없다"는 것까지는 좋은데, "우리 금리가 Fed에서 100bp(1bp=0.01%) 정도 차이를 두고 가면 적절하다"는 건 한 발 더 나간 얘기입니다. 이런 발언은 시장 플레이어한테는 바로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 정책 당국이 목표로 하는 금리가 있으니 시장 금리가 거기에 맞지 않을 때는 그냥 거기까지 올라갈 수밖에 없는 거지요. 주식시장으로 말하면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그냥 장 열리면 내다 파는 식으로. 그래서 이렇게 시장이 불안할 때는 정책 당국자들이 발언에 특히 신중해야 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다 적자 늪에 빠진 한국전력이 대규모의 한전채를 발행하고 은행들이 은행채 발행을 크게 늘리면서 일반 기업들 채권이 소화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선 한전채나 은행채처럼 안전 자산을 놔두고 일반 기업 채권을 살 이유가 없단 말이지요. 과도하게 안전 자산이 많이 발행되면서 시중 자금이 이들 안전 자산에 급격히 빨려 들어가는 수급상의 불안도 동시에 발생해서 금융 시장 불안이 커졌다, 이게 지금의 상황입니다.

거기에 덧붙여 지난 정부 5년 동안 과도하게 오른 부동산 시장이 부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급격히 커졌습니다.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PF발 금융 붕괴 이런 시나리오까지 나오게 된 것이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도 A님 말씀대로 PF 위기가 전체 금융시장 위기로까지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공감입니다.

일단 내년 초면 지금 금융시장의 불안은 상당 부분 안정이 될 겁니다. 우리는 25년 전 외환위기부터 온갖 금융위기, 경제 위기를 다 경험했기 때문에 축적된 노하우가 많습니다. 정책 당국자들이 해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타이밍만 안 놓치고 정책 대응을 하면 큰 문제 될 거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사실 이번 PF발 위기도 정부가 사태 심각성을 재빨리 인식해 잘 처리했다고 봅니다. 정부가 50조원 플러스알파를 풀고 5대 금융지주 회장을 불러 95조원 유동성을 공급하게 한 데 이어 한국은행 RP 매입 확대, 증권업계의 제2 채안펀드 조성까지 원 샷에 나왔습니다. 이런 복합 정책을 통해서 우리 정부가 금융위기로 치달을 수 있는 단초를 적절히 대응해서 막았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세밀한 정책 대응을 하면 금융위기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특히 내년 초엔 지금 내놓은 정책들이 효과가 나타나면서 시중 자금 수급 사정도 상당히 좋아질 것이다, 저는 그렇게 봅니다.

다만 이건 원화 위기를 말하는 것입니다. 외환 쪽은 사정이 좀 다를 수 있습니다. 저는 금융위기를 말할 때 원화 위기와 외환위기로 나눠 보고 싶어요. 그러니까 우리가 주도권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원화 위기, 곧 원화 유동성에 관한 위기는 그건 사실 위기라고 볼 수 없습니다. 우리가 (돈을) 찍어서 대응하면 된다고 하는 생각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외환위기입니다. 이 부분은 굉장히 조심해야 합니다. 적어도 내년까지는 국제 금리가 계속 오를 거고 그 후 유동성 긴축을 본격적으로 할 것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우리가 속죄양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2015년인가요. 그때 미국 연준이 풀었던 돈을 거둬들이는 테이퍼링을 언급한 것만 가지고 국제금융시장이 한차례 엉망이 된 적이 있지 않습니까. 그때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았던 게 펀더멘탈이 약한 나라들, 튀르키예와 남아공,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이런 나라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흔들림 없이 지나갔습니다. 우리 펀더멘털이 상당히 좋고 대응을 잘한 덕분입니다. 이번에도 그렇게 가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소규모 개방경제이기 때문에 펀더멘탈이 특히 중요합니다. 펀더멘탈을 얼마나 튼튼하게 가져가느냐가 핵심인데, 앞으로의 관건은 고령화와 재정입니다. 그 점에선 일본이 본보기입니다. 일본 은행이나 재무성 당국자들하고 내밀한 얘기를 할 기회가 많았는데, 예전엔 재퍼나이제이션(Japanization·일본화=일본 문화의 확산)이라는 말이 화두였는데 어느새 요즘엔 재패니피케이션(Japanification·일본화=일본 같은 고령화 장기침체)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는 겁니다. 우리 경제도 그런 일본을 따라가고 있는 게 걱정입니다. 제일 중요한 건 A님이 말씀하신 고령화와 저출생 문제, 이게 아주 우울한 게 우리가 지금까지 전혀 손을 안 댄 것도 아니고 오랜 기간 수십~수백조 원을 쏟아부었는데 효과가 없잖아요.

그다음에 재정 건전성인데요. 일본은 고령화 저성장 경제를 '악어 입'이라고 부릅니다. 세입은 옆으로 이렇게 기는데 세출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걸 그래프로 그리면 악어가 입을 떡 벌리고 있는 모습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악어 입'이라고 부르지요. 우리도 과연 악어 입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이 듭니다. 지난 정부 때부터 일단 있는 거 막 쓰고 보자거든요. 포퓰리즘이지요. 재정도 그렇고 국민연금도 그렇고 특히나 저는 제일 겁나는 게 국민연금입니다. 기초연금이라고 막 주는 게 과연 좋은 건지. 일본의 사례를 보면서 우리가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하는 문제입니다.

더 심각한 건 지정학적 리스크입니다. 아까 우크라이나 전쟁을 말씀하셨지만, 그보다 지금 미·중 갈등을 둘러싸고 대만 이슈가 어떻게 될 것인가, 이걸 저는 더 우려합니다. 외국 투자자들 만나면 반드시 전쟁이 일어난다고 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국지전이라도 틀림없이 일어난다. 그럴 때 한반도는 그럼 안전하냐" 그런 얘기들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막상 우리는 대만 이슈를 그렇게 중요하게 안 보는 것 같습니다. 정치권도 그렇고 시장에서도 그렇고. 그런데 과연 우리나라가 이런 지정학적 리스크에서 안전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런 문제를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다음편에 계속, 참조 : "PF위기는 경기순환 과정…내년 1분기가 진짜 바닥")


정리=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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