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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정경호 “연기는 혼자하는 일 아냐, 남는 건 사람”

최종수정 2022.12.01 08:44 기사입력 2022.12.01 08:38

영화 '압꾸정' 성형외과 의사役
20년 지기 마동석과 첫 협업

배우 정경호. 사진=(주)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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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배우 정경호(39)가 마동석과 손잡고 2006년 압구정으로 향한다. 강남을 무대로 강력한 웃음을 전한다. 무엇보다 그림이 새롭다. 둘의 인연은 데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년 전 같은 소속사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함께 오디션도 보러 다니고 운동을 하면서 꿈을 키워왔지만 배우가 되고 나서 작품으로 만난 적은 없었다. 각자 영역을 공고히 해온 두 사람은 운명처럼 재회했다. 인연의 제2막, 표지를 영화 '압꾸정'이 장식하게 됐다.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정경호는 "마동석과 작품을 같이 하고 싶었지만 이제야 인연이 닿았다"며 "준비하는 작품을 내게 권하기도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마동석과 더 많은 작품에서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그는 "마동석이 30~40편의 영화 제작을 준비하고 있는데, 인상적인 배우와 제작진에게 기회를 열어주려고 한다. 이번에 인연이 닿은 내게도 '어떤지 한번 봐 줄래?'라며 작품을 권했다. 저 뿐 아니라 신인감독, 배우, 신생 제작사 등과 다양한 시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30일 개봉한 '압꾸정'은 샘솟는 사업 아이디어로 입만 살아있는 압구정 토박이 대국(마동석)이 실력 TOP 성형외과 의사 지우(정경호)와 손잡고 K-뷰티의 시조새가 된 이야기를 그린다. 정경호는 자신감 넘치고 까칠한 성형외과 의사이자 K-뷰티 비즈니스의 핵심이 되는 인물로 분한다.


그는 "처음 대본을 받고 대사가 간단하지 않았고, 어려웠다. 마치 유튜브 같았다. 생활력 갖춘 말과 상황을 연습하지 않고 연기하기는 어려웠다. 마동석, 감독님과 셋이 만나 추가하고 덧붙이면서 만들어갔다"고 말했다. 마동석과 작업에 관해 묻자 "농담을 많이 하면서 훅 들어왔다"며 웃었다. 이어 "대화를 주고 받는 장면에서 티키타카가 잘 맞았다"고 답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2017) '라이프 온 마스'(2018) '슬기로운 의사생활'(2020)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왔지만, 코미디 장르와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정경호는 "어려운 장르다. 만드는 사람들끼리 웃기다고 관객도 웃지 않는다. 공감이 전제되는 드라마이기에 설정이 받쳐줘야 재미있다. '압꾸정'에서 그 부분을 채우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압꾸정' 스틸. 사진=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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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을 무대로 한 영화는 80% 이상 분량을 압구정동에서 촬영했다. 정경호는 "이렇게까지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뻗쳐놓고 찍었다"며 웃었다. 그는 "욕망의 도시처럼 느꼈다. 성공하고 싶은 사람이 꽉 차 있는 곳. 카페에만 앉아있어도 사람들의 욕망이 느껴지는 곳이다. 다니는 미용실도 압구정동에 있는데, 그런 곳에서 촬영을 한다니 감회가 새로웠다"고 했다.

실제 2006년 압구정동에서 흔히 보였던 소품을 극에 차용한 것은 정경호의 아이디어였다. 그는 "2000년대 초반에 제가 사고 싶었던 옷을 아이디어로 제시했다. 브랜드 벨트와 시계, 목걸이, 본더치 모자 등의 가품을 구해 착용했다. 당시에 압구정 거리에서 검정색 벤츠 오픈카도 많이 보였던 기억이 나서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정경호는 지난 4년 간 '슬기로운 의사생활' 촬영에 매진했다. 연이은 촬영에 꽤 오랜 시간을 쏟아부었다. 그는 "어느순간 정경호가 김준한이 돼 있더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가장 나 같은 인물처럼 느끼기도 한다. 평소 표현을 잘 못하지만 성격이 까칠한 편은 아니다. 그런데 예민한 역할을 연이어 맡아서 그런지 살이 안 찐다. 심지어 최근 전도연과 찍고 있는 드라마에서도 섭식장애가 있는 배역을 연기하고 있다"며 웃었다. 이어 "다음 작품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2004년 모바일 드라마 '다섯개의 별'로 데뷔한 정경호는 그해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톱스타 역을 맡아 단숨에 주목받았다. 중앙대학교 연극학과에서 연기를 전공하는 학생에서 하루아침에 스타덤에 오른 것. 20대 초반, 비교적 일찍 얼굴을 알린 셈이다. 어느덧 40대에 접어든 그는 지난 날을 돌아보며 최근 느끼는 변화를 언급했다.


"데뷔하자마자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20대 때는 제 멋에 취해서 연기를 했는데, 30~40대에 접어들면서 집중하고 열심히 하지 않으면 기회가 없어진다는 걸 느꼈죠. 그렇게 꿈꿔왔던 배우라는 직업을 더욱 책임감 있게, 이거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감사한 일이니까요. 절실한 시기 같아요. 이제까지 까칠하고 도도하고 예민한, 다소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했다면 40대에는 다르지 않을까 기대해요."

배우 정경호. 사진=(주)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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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호는 "여러 고민을 하게 되는 시기"라며 "촬영장에서 선배도 막내도 아닌 애매한 위치가 됐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제 누구한테도 큰 기대를 받지 않는 거 같다. 그래서 더 부담이 없다. 다음 작품은 영화 '보스'인데 조우진, 박지환과도 꼭 연기하고 싶어서 기대된다"고 말했다.


결국 남는 것은 '사람'이라고. 정경호는 "대본이 다소 부족해도 누구랑 일하느냐에 따라 그 부족함이 채워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품 선택 기준은 100%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작품은 남지 않아도 사람은 남더라고요. 작품은 사랑 받았지만 사람들과 친해지지 못하기도 하고, 흥행은 아쉬웠지만 함께 한 사람들과 연락하면서 끈끈하게 잘 지내는 경우도 있어요. 배우로 사는 게 벅차다고 느낄 때가 있었는데, 나 혼자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죠. 전역 후 대학 동문들과 작업한 '롤러코스터'를 찍으면서 느꼈어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좋은 사람이 좋은 말을 뱉고,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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