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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퍼졌다” 러시아군 속여 병원 지킨 우크라 의사

최종수정 2022.11.28 09:00 기사입력 2022.11.28 09:00

WSJ, 헤르손 트로핀카 병원 책임자 사연 소개
우크라 국기 내리기 거부하고 감방에도 갇혀

한 우크라이나 시민이 12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철수한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에서 자국 군인을 껴안아 주며 환영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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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전의 가장 치열한 격전지 가운데 하나인 헤르손에서 병원을 지키기 위해 수개월간 기지와 용기를 발휘해 러시아군에 맞선 한 의사의 사연이 화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헤르손 트로핀카 병원의 책임자인 수석 의사 레오니드 레미가(68) 박사의 사연을 소개했다. 지난 3월 러시아군은 헤르손 점령 직후 트로핀카 병원에 들이닥쳐 병원 정문에 걸려 있는 우크라이나 국기를 내릴 것을 요구했다. 레미가 박사는 그들의 요구를 묵살하고 "당신들이 원한다면 나를 쏴라. 그래도 국기는 내리지 않겠다"고 맞섰다. 러시아군은 더 이상 요구하지 않고 돌아갔지만 이것은 러시아군의 헤르손 점령 기간 내내 격렬하게 진행된 병원 통제권을 지키기 위한 또 다른 전투의 시작이었다.

1914년에 설립된 트로핀카 병원은 1991년 우크라이나가 옛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후부터 인프라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시설이 열악하다. 전직 시의원이자 우크라이나 유럽 연대 정당의 당원이었던 레미가 박사는 1995년부터 이 병원에서 일해왔는데, 그는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서방과 함께 있다고 믿어 침략이 시작됐을 때부터 병원이 러시아인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모색했다.


레미가 박사가 국기 내리기를 거부한 며칠 후, 더 많은 러시아 군인들이 장갑차를 타고 병원에 도착했다. 트로핀카 병원을 군 병원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었다. ??레미가 박사는 발싸개를 포함한 완전한 방호복 차림으로 이들을 맞이했고, 코로나19 발생으로 아무도 들어올 수 없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미리 병원 벽을 감염에 대한 경고문으로 도배해 놓은 상태였다. 이들의 기지는 통했고 병사들은 떠났다.


지난 4월 박사의 아내와 아들, 손자는 점령되지 않은 지역으로 몸을 피했지만 그는 병원에 남았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우리 병원이 러시아 병원이 되게 할 수는 없었다. 모든 직원이 그렇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 헤르손을 완전히 장악한 러시아군은 점점 숨통을 조여왔다. 점령군이 임명한 헤르손주 보건장관은 6월 7일 레미가 박사를 소환해 병원 책임자에서 물러나라고 명령하며 라리사 말레타 수간호사를 후임자로 임명했다. 이날 레미가 박사는 항의하다 뇌졸중 증세로 쓰러지기까지 했다. 말레타 수간호사는 "나는 의사가 아니다"라며 자리를 거부했으나 레미가 박사가 병원에 남아달라고 부탁해 이를 받아들였다.

이 둘은 공모해 겉으로만 러시아 요구에 따르는 것처럼 행동했다. 이후 수간호사는 지난 8월 타지역으로 탈출했고, 레미가 박사는 도피 생활을 하다가 지난 9월 러시아군에 붙잡혀 투옥됐다. 비좁은 감옥에서 그는 매일 아침 다른 죄수들과 어깨동무하고 "러시아에 영광을, 푸틴에게 영광을"이라고 외치며 러시아 군가를 불러야 했다.


그가 갇혀 있는 동안 헤르손의 전세는 바뀌었다. 지난달 러시아가 헤르손에서 완전히 철수하기 며칠 전, 관리들은 의료 장비를 훔치기 위해 병원에 나타났다. 직원들은 컴퓨터를 집으로 가져갔고, 의사는 고가 장비의 리모컨을 숨기고 "가져가면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병원 자산을 지켜냈다.


마침내 러시아군은 지난 10일 헤르손에서 사라졌고 우크라이나군은 다음날 도착했다. 레미가 박사도 다시 병원에 돌아올 수 있었다. 그는 "침공이 시작되었을 때 병원 의사는 460명이었으나 지금은 70명만이 남아 있다"며 "떠났던 많은 사람들이 이제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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