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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톡]"잃어버린 반도체 왕국 부활" 日 드림팀의 마지막 승부

최종수정 2022.11.28 14:33 기사입력 2022.11.28 14:00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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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일본은 반도체 첨단 공정 분야에서 10~20년 뒤처져 있다. (위상을) 되찾는 건 쉽지 않다. 이번 기회는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다."


일본 도요타자동차 등 8개 업체가 합작 설립한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Rapidus) 고이케 아쓰요시 사장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반도체 드림팀을 만들어 1990년대 이후 한국 등에 내줘야 했던 반도체 왕좌를 다시 찾아오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친 것이다.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이 막대한 자금력과 기술, 인력을 투입해 반도체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일본도 본격적으로 반도체 경쟁에 뛰어든 형국이다. 라피더스에는 내로라하는 일본 유수 기업들이 자금과 기술을 투입하고 일본 정부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지원에 나섰다.


라틴어로 ‘빠르다’라는 뜻이 있는 회사명에서 알 수 있듯 라피더스는 이미 시장 선두를 지키고 있는 한국과 대만의 기술력을 빠르게 추격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어 목표 달성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5년 뒤 2나노 생산" 목표

합작사 라피더스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의 면면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를 비롯해 세계 3위 낸드플레시 업체인 키옥시아, 한때 전자 왕국을 일궜던 소니, 일본 최대 통신기업 NTT가 이름을 올렸다. 이 밖에 소프트뱅크, NEC, 덴소, 미쓰비시UFJ 등 8곳이 참여하고 있다. 출자 업체 중에는 향후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하에 국내 생산이 필요하다고 보고 출자한 기업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라피더스는 △반도체의 중요성 및 일본 반도체 산업 추락 우려 증가 △긴급 과제가 된 반도체 경제 안보 △2030년대 자동차, 인공지능(AI) 등 용도 확대 △미·일 차세대 반도체 개발 등을 설립 배경으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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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라피더스는 슈퍼컴퓨터, 스마트시티, AI,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에 필요한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집중한다. 2027년 선폭 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에서 반도체를 양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서 삼성전자와 대만 TSMC, 인텔이 2025년부터 2나노 공정을 도입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5년 안에 기술력을 따라잡겠다는 당찬 계획을 세운 것이다.

이 회사 경영진에는 반도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이 합류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만 40년 이상 몸담은 고이케 사장과 히가시 테쓰로 회장이 설립을 주도했다. 히가시 회장은 도쿄일렉트론 전 최고경영자(CEO)이자 일본 정부 반도체 산업 자문단 일원으로 활동했다. 최근까지 미국 웨스턴디지털의 일본 법인장을 맡은 고이케 사장은 히타치제작소 엔지니어 출신으로 2000년 히타치와 대만 UMC가 합작해 설립한 반도체 기업의 사장을 맡았었다. 고이케 사장은 첨단 반도체의 국산화(일본 내 생산) 프로젝트가 승산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일본이 반도체를 제대로 만드는 기술이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뭉치자 정부도 나섰다. 설립 발표가 나온 지난 11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 회사에 700억엔(약 6650억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은 "반도체는 경제 안보 관점에서 정말 중요하다"면서 "일본의 학계, 산업계가 하나로 뭉쳐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족한 투자·기술력… 日 내에서도 기대감↓

라피더스가 야심차게 출발을 선언했지만 일본 내에서조차 이 회사가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그리 크지 않다. 반도체 첨단 공정 기술 개발은 기업의 대규모 투자와 정부의 지원, 기존에 쌓아온 연구개발(R&D) 성과와 노하우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야 한다. 미국 반도체 제조업체 인텔이 지난해 파운드리 사업 재개를 선언하고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나 삼성전자와 TSMC를 따라잡으려면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라피더스가 내놓은 투자 규모나 현재 일본의 기술 수준은 5년 내 목표를 달성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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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 8곳이 라피더스에 출자한 자금은 73억4600만엔(약 702억5000만원)이다. 일본 정부가 지원하기로 한 금액을 합쳐도 1조원에 못 미친다. 삼성전자가 미국 테일러 공장에 투입하겠다고 선언한 자금 규모만 170억달러(약 22조원) 수준이다. TSMC의 지난해 설비투자 규모는 300억달러(약 40조원)이다. 출자 기업들도 반도체 산업에서 투자 없이는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이 기업이 성공을 거둘 것이라는 확신이 생기기 전까지는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분위기를 전했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 일본 로직 반도체 공정 기술 수준은 40나노 수준에 멈춰있다. 일본은 TSMC의 첨단 공정 투자를 유치하려고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부단히 애썼지만 결국 구마모토현 팹의 공정 수준은 12~28나노에 그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첨단 공정 경쟁을 하다가 현재 일본 반도체 업계가 일부라도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 성숙(레거시) 공정에서조차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오타 야스히코 니혼게이자이 편집위원은 지난 21일 칼럼에서 "중국이 레거시시장에 투자하고 있다. 일본이 나노 경쟁에만 눈을 빼앗겨 레거시에서 중국발(發) 가격 파괴가 일어날 위험을 간과하고 있다"며 "한 회사의 힘으로 반도체 산업을 부흥할 수 없다. 레거시 영역에서의 전략이 결여되면 부활의 꿈은 ‘그림의 떡’으로 끝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고이케 사장은 미국과의 제휴가 기술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피더스는 TSMC,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을 비롯한 출하량이 많은 최종 제품을 위한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과는 달리 수개월이 소요되는 반도체 공정의 기간을 단축하는 방법에 집중해 차별화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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