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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양극화, 인플레이션의 공(功) 과(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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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양극화, 인플레이션의 공(功) 과(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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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는 단순히 땅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신분을 상징하고 권력을 의미한다. 그래서 토지로 얽힌 오래된 질서를 바꾸는 게 쉽지 않다. 중남미 토지분배의 불평등은 오랫동안 성장의 최대 위협 요인이었다. 중남미는 토지개혁에 실패해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초석을 깔지 못했다. 시장주의자로 꼽힌 애덤 스미스, 데이비드 리카도, 존 스튜어트 밀도 지주의 독점 지대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이들은 지주의 이익이 자본주의의 발전을 저해하고 자본 축적을 방해해 산업사회로의 이행을 더디게 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사상은 19세기 미국의 정치경제학자 헨리 조지의 핵심 사상으로 나타났다. 그는 인구 증가와 기술 개발로 경제가 번영해도 노동과 자본이 빈곤할 수밖에 없는 탓을 토지소유자의 지대로 돌렸다.


토지개혁에 성공한 한국과 대만은 초기 과정에서부터 미국이 개입했다. 냉전시대 안정적인 반공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농민의 지지가 필요했다. 한국과 대만의 토지개혁 성과가 산업화의 길을 열었다면 과언일까. 생각해 보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6명의 대지주가 전국 땅을 좌지우지한 게 말이 되는가. 토지개혁으로 소작농은 경작권을 소유하고 가구당 보유할 수 있는 농지는 제한됐다. 초과 농지는 국가가 채권을 발행해 유상 매입했다. 한국전쟁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물가가 16배 상승해 채권은 휴지 조각이 됐고 소작농은 로또를 맞았다. 전쟁은 비극이었으나 양극화를 제거했고 개천에서 용 나는 기적을 선사했다. 어찌 보면 참 고마운 인플레이션이었다.

2022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의 한가운데서 고통받는 중산층과 취약 계층을 생각해 본다. 경제학에서 미저리 지수란 게 있다. 어느 한 시점의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을 합해 만든 것으로 국민 고통지수를 말한다. 높은 인플레이션은 그만큼 해악이 크다. 만원으로 점심을 해결하기 힘들다는 볼멘소리가 들린다. 가계 소비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인 엥겔지수가 2021년 12.86%로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는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고소득층보다 중산층 이하의 고통이 더해진다.


독한 인플레이션은 소리 없는 세금 도둑이다. 이를 잡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정책이 펼쳐져야 한다. 봉급쟁이들의 유리알 지갑과 인플레이션을 고려해 과세 구간과 각종 공제를 현실화해야 한다. 집 하나가 재산의 다인 국민에게 과도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옳지 않다. 상속세는 이중과세 대상으로 부과하지 않는 국가도 많다. 공산주의인 중국에서 상속세는 없다. 미국은 상속·증여세 면제 한도가 1170만달러로 2010년 대비 11.7배 높아졌다. 상속·증여세율은 세계 최고이면서 과세 구간 조정을 위한 물가상승 고려조차 하지 않는 우리와 대비된다.


고령화 시대에 은퇴 세대의 부는 경제활동이 왕성한 세대로 제대로 넘어가야 한다. 그래야 생산과 소비에 플러스 효과를 가져온다. 세습 자본주의를 옹호하자는 게 아니라 이중과세와 인간 욕망의 문제도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가진 자에게 적용하려던 제도가 이제 중산층을 옭아 버리는 제도가 되었다. 어느새 대한민국의 재산세는 여러 가지를 감안할 경우 임계점을 넘었다. 부동산 발 자금경색이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다.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한하면서 징벌적으로 과세하는 부동산 관련 세제는 옳지 않다. 이참에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세제개편이 이루어지길 희망한다.

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 산업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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