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 기대 커져
숏커버 후보 미리 챙겨둘 필요
공매도 금지 조치가 이뤄질지가 관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 감사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 불안이 극대화돼 있는 상태에서는, 금융당국 입장에서 어떠한 시장안정 조치도 취할 수 있다."

"심리적 불안으로 금융시장의 쏠림이 심할 경우 공매도 금지 등 예외를 두지 않겠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올해 국정감사(지난 6일, 11일)를 통해 남긴 공매도에 대한 견해다. 이 원장의 이 같은 발언에 따라 공매도 금지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증권가에서는 공매도 금지에 따른 '숏커버'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공매도 금지…. 숏커버 후보 주목

김민규 KB증권 퀀트 담당 연구원은 "공매도를 금지한다고 주식시장 하락이 멈췄다고 할 증거는 명확하지 않지만, 개별 종목 관점에서 '숏커버' 후보는 미리 챙겨둘 필요가 있다"고 14일 밝혔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매도하고, 주가가 하락하면 싼값에 되사들여(숏커버) 빌린 주식을 갚는 방식이다.

김 연구원은 "대차잔고를 상환하려 주식을 매입해 공매도 포지션을 청산하는 숏커버는 주가 상승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지만, 수익이 발생하는 시점은 사례마다 달랐다"고 분석했다.

대차잔고 비중이 높았던 종목의 공매도 금지 이후 수익률을 살펴보면 2011년의 경우 공매도 금지 초반 1주일간 수익이 발생했다.

OCI 의 경우 공매도 금지 전 대차잔고 비중이 20.34%에 달했지만, 공매도 금지 1주일간 주가가 4.40% 올랐다. 한진해운(14.81%)도 5.68% 상승했으며, 팬오션 (주가 수익률 20.85%)· 서울반도체 (27.25%)· 오리온홀딩스 (21.69%) 등도 올랐다.

지난 2020년의 경우 공매도 금지 초반 1주는 하락했으나 금지 1개월 후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대차잔고 비중이 44.88%에 달했던 헬릭스미스 는 공매도 금지 후 한 주간 -2.98% 주가가 내렸으나 한 달 후 38.81% 올랐다. 대차잔고 비중이 26.12% 정도였던 HDC현대산업개발 도 1주간 -1.06% 내렸으나, 한 달간 28.98% 올랐다.

두 사례만 놓고 보면 공매도 금지 시점에 대차잔고 비중이 높고 공매도가 활발한 종목을 매수해서 숏커버 초반 1개월을 기다리면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장 계속 빠지면 숏커버 전략도 무너져

11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9.82포인트(1.78%) 하락한 2193.02로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은 15.6원 오른 1428.0에 개장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다만 이 공식이 언제나 적용되는 것은 아니었다. 2008년의 경우, 공매도 금지 이후 시장이 하락을 지속한다면 숏커버가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대차잔고 비중이 39.50%에 달했던 제일기획 의 경우 1주간 -0.67% 빠졌으며 한 달간 -26.22% 내렸다. 유수홀딩스 (20.44%)도 -7.58%에서 -38.63% 꺼졌다.

김 연구원은 이에 따라 "만약 공매도가 금지된다면 숏커버 가능성이 큰 거래에서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상환이 일어날 대차잔고 비중도 높은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여기에 이익 추정치가 올라가고 있고 내년 이익도 성장이 전망되는 종목들을 추려 제시하기도 했다.

코스피 200 에서는 LG이노텍 , OCI, 에스원 , 한전기술 , GS건설 , LS ELECTRIC , SK케미칼 , DL , GKL 등을 꼽았다. 코스닥150에서는 에코프로비엠 , 엘앤에프 , JYPEnt., 알테오젠, 파라다이스 등이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한다고 봤다.

공매도 금지 이뤄질까

다만 공매도 금지가 이뤄지는 것이 관건이다. 최근 증시가 추락하면서 시장에서는 공매도 금지가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실제로 공매도 금지에 나설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공매도 금지 가능성을 언급한 이 원장이 검사 출신으로 윤석열 정부 금융팀 실세로 통하지만, 공매도 금지는 금융위원회 위원 9인의 전체 의결 사항이다. 그는 9인 중 1인에 불과하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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