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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컬처] 작가는 어떻게 먹고 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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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컬처] 작가는 어떻게 먹고 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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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에서 진로와 관련된 강연을 하고 나면 작가가 되고 싶다는 학생들이 손을 든다. 나의 그 시절을 보는 것 같아서 애틋하다. 그런 그들이 반드시 하는 질문이 있다. "그런데 작가가 되면 먹고 살 수는 있나요. 돈은 얼마나 버나요." 하는 것이다. 내가 했던 그 걱정이나 두려움과도 다르지 않다. 그래, 되는 길도 어렵겠으나 되고 나면 먹고 살 수는 있는 것인가.


첫 책을 내고 느낀 게 있다면, 책이라는 건 정말 안 팔리는 물건이구나, 하는 것이다. 사회분야 베스트셀러 2위까지도 올랐고 모 신문사에서 올해의 작가로 선정해 주기도 했으나 내가 그 책으로 1년 동안 번 돈은 천만원 정도였다. 만 부가 팔렸으니까 표준계약에 따라 인세 10%, 정확한 금액을 받았다. 적은 돈은 아니지만 누군가가 열심히 일해서 번 연봉이 천만 원이라고 하면 최저시급도 되지 않을 게 분명하다.

그러나 작가라는 직업이 반드시 인세로만 생계를 영위하는 건 아니다. 학교나 도서관 등에서 작가를 초청해 그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한 기관에서 사람에게 매기는 등급이 있다. 그에 따르면 나는 특별강사2나 일반강사1로 분류되고 교통비와 원고비 등을 더해 50만 원 내외를 받는다. 얼마 전 모 연예인이 18만 원을 받고 고등학교에서 강연을 한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는데, 그건 최하등급으로 자신을 낮추었을 때 그럴 것이고, 그는 별문제 없이 특2에는 해당될 듯하다. 그는 자신이 무료강연을 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그런 자리가 간절하고 소중한 사람들도 많으니 그건 무례한 표현인 듯하다. 다시 돌아와, 책으로 50만 원을 벌고자 하면 책값을 1만5000원으로 산정했을 때 400여 권을 팔아야 한다. 초판을 2000부 찍는다고 가정하면 전체 물량의 20%다. 게다가 학교는 학생들에게 50여 권씩 도서를 구입해 주기도 하니까, 작가는 대개의 경우 쓰는 사람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으로서 더 많은 돈을 번다.


얼마 전 만난 소설가는 언젠가부터 영화나 드라마 제작에 어울리는 글을 쓰고 있다고 했다. 넷플릭스나 웨이브 등 영상 OTT 서비스가 생기면서 작가들에게는 새로운 길이 열렸다. 특히 장르소설 작가들이 그런 듯하다. 한 번 판권을 팔면 수천만 원을 벌고 시나리오 작업까지 같이할 경우 더욱 큰돈을 번다. 요즘은 출판사와 출판권설정계약을 할 때 2차 저작에 대한 부분의 협의를 많이 한다고 들었다. 그만큼 작가들에게 영상화판권이란 가장 큰 생계의 수단 같은 것이 되었다. 그 소설가는 자신이 쓰고 있는 작품이 아직 완성도 되지 않았는데 글의 요약본만 보고 벌써 판권이 팔려나갔다고도 했다. 그가 밥을 사겠다고 해서 정말로 맛있는 것을 함께 먹었다.


한 직업의 생계란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결정되지는 않는다. 지금의 작가란 쓰는 사람이면서 자신이 만들어낸 글을 기반으로 한 '말하는 사람', '저작권을 파는 사람'이기도 하다. 물론 그렇게 3박자가 잘 맞는 작가들은 업계에서도 많지는 않다. 그러나 꾸준히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들은 언젠가 빛을 보게 되는 듯하다.

작가로서의 생계를 걱정하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었을 즈음의 작가는 다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새로운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 그래도 자신의 글, 우리가 IP라고 부르는 그 지적재산권이 있는 사람이 결국 작가일 수밖에 없으니, 나도 그들도 꾸준히 즐겁게 써나가길 응원할 뿐이다.


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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