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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뜻 모르는 우리⑤]문해력 빈부격차 커져… 공교육서 책읽는 교실 만들어야

최종수정 2022.10.07 10:40 기사입력 2022.10.07 07:00

전문가들이 말하는 해법
독서로 공감·비판적 능력
범사회적 해결 노력 필요

편집자주한글이 이틀 뒤면 576돌을 맞는다. 조선 세종대왕이 1446년 훈민정음을 반포하면서 얻게 된 우리글이다. 우리 민족 문화의 생명체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늘, 우리 한글이 처한 상황은 어렵다. 읽을 줄 알아도 이해를 못 하는 국민 수가 늘고 있다고 한다. 문해력 저하 현상으로 불린다. 문해력이 부족한 일부의 문제가 아니다. 글을 읽는 훈련을 놓아버린 우리 모두의 문제다. 본지는 제576주년을 맞는 2022년 한글날을 맞아 문해력 저하 실태를 짚으며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을 찾은 외국인이 박물관 내부에 설치된 훈민정음을 보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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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공병선 기자, 오규민 기자] "그런 애들 어디에나 꼭 있어요."


지금만 그런 게 아니다. 학교에 영어 수업이 생긴 이래 줄곧 그래왔다. 선생님이 몇 번이고 반복 설명해도 영문법 'to 부정사' 개념 자체를 이해 못하는 학생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과거엔 이들을 '공부 머리가 아닌 학생' 또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 정도로 여겼다. 경기도 하남시의 한 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이형진 교사(52·가명)는 "이젠 그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30명 가운데 서너명. 문해력이 유독 떨어지는 친구들이 있다"라고 표현했다.

이 교사는 수업시간 중 이들 서너명이 'to 부정사' 개념을 이해할 때까지 설명할 여유가 없다. 그러면 나머지 학생들의 수업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그는 "문해력이 부족한 학생들은 대개 문법의 개념 자체를 이해하질 못하니 수업에 대한 흥미도 없다"라며 "화장실을 간다는 등 자리를 수시로 떠서 수업 진행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고 했다.


대구의 한 학원에서 국어 강사를 하는 강민경씨(29·가명)도 이씨의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 "'환경오염을 하면 안 된다'라는 문장을 읽고 '환경오염을 왜 하면 되느냐'고 되묻는 학생이 간혹 있어요. 그럼 잘못 읽었으니 다시 읽어보라고 하는데, 이런 질문에 시간을 뺏기는 경우가 많아요." 글을 잘 읽지 못하는 학생이야 과거에도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읽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학생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강씨는 "문해력의 빈부격차가 더욱 극심해진 걸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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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답은 독서… 공교육이 끌어야

교육 현장에선 문해력 '부(富)'에 해당하는 학생들의 공통점으로 독서를 꼽는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직 생활을 하고 있는 이미현씨(32·가명)도 "문해력이 좋은 아이들을 보면 부모님이 항상 시간을 내서 책을 읽어주거나, 읽을 수 있도록 지도를 해준다"고 했다. 독서는 전문가들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김우정 단국대 한문교육과 교수는 "영상으로도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세상이지만 독서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게 있다"며 "간접적으로 새로운 세계관을 체험하고 그 세계관을 여러 어휘로 표현하는 법을 익힐 수 있는 것이 독서"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이미현씨는 "아무래도 유튜브 등 영상매체 발달로 책을 멀리하는 아이들이 과거보다 늘어난 것 같다"면서 "책 읽는 시간이 많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서혁 이화여대 국어교육과 교수도 "아이들에게 독서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고급스럽거나 난이도가 높은 단어들은 책에서 접해야 하는데 독서를 하지 않으니 문해력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교육의 역할론이 대두되는 건 이 같은 배경 탓이다. 서 교수는 "수준 높은 독서 토론으로 비판적이면서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공교육이 길러줘야 한다"고 했다. 류웅재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역시 "공교육이 나서서 중·고등학생 때부터 고전 등 인문학 서적을 읽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며 "문해력 해결뿐만 아니라 공감과 연대, 비판적 사고 등을 마련하고 표현하는 능력도 키워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고등학교 한문 교과서에서 한문 산문, 한시 등을 다루고 있는 단원을 펼쳐 보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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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교육 능사 아냐… 총제적 진단해야

일각에서는 문해력 저하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한자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우리말에서 한자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까닭이다. 실제로 국립국어원이 제공하는 표준국어대사전 어종별 현황을 살펴보면, 올해 5월 기준 한자어가 23만5173개로 전체 올림말(42만2890개)의 55.6%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주장을 경계한다.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문해력 논란을 초래한 우리 말 중엔 사흘, 나흘 등 한자어와 무관한 것도 있다"며 "부적절한 근거를 바탕으로 위기감만 고조할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입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문해력 저하 현상에 대해 "소득, 학력, 교육 수준 등이 복잡하게 얽혀 발생한 문제"라고 했다. 해결을 위해선 총제적 진단과 범사회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단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8월 '디지털 인재 100만 명 양성 방안'을 보고받은 국무회의에서 "디지털 문해력을 높일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들이 체계적으로 제공돼야 한다"며 범부처 협업을 당부한 바 있다. 다만 적어도 현재까지는 부처간 협업 추진 계획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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