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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한글, 실제 쓰임에 편하도록 연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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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는 민족성 드러내는 거울
외래어 남용 순화 사업 고민을
미래 세대 위해 한글 연구 힘써야

[아시아경제 ] 오는 9일은 세종대왕께서 우리의 나라글자인 한글을 창제해 반포하신 지 576돌이 되는 날이다. 국어는 나라의 말이며 국민 전체가 사용하는 고유한 언어다. 한 국가를 형성하는 말로서 누대의 조상으로부터 계승하여 역사·문화·사상적으로 전통을 이루어 면면히 연마되어온 공용어로 쓰이는 표준어를 일컫는다. 또한 국어는 나라의 민족성을 드러내 주는 거울이기도 하다. 말 속에는 그 말을 쓰는 사람의 사상과 혼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지구상에 수많은 국가들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한글과 같이 고유의 말은 물론 과학적인 글을 전승, 보존하고 있는 나라는 그리 흔치 않다. 우리 민족은 지금까지 우리의 탁월한 말과 글인 한글을 지키며 이를 갈고 닦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고, 또 숱한 시련을 겪기도 했다.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당시 훈민정음으로부터 언문·언서·반절·안햇글·가갸글·조선어 등에 이르도록 온갖 천시와 비하를 거쳐서야 비로소 ‘세계에서 제일인 글’ ‘한나라의 글’ ‘가장 잘된 글’ ‘큰글’이란 뜻의 한글이란 이름을 갖게 됐다. 우리글과 말을 완전히 없애버리려던 일제의 식민지 폭정 아래서 그것을 지키려고 목숨을 걸었던 한글학자들이 있었기에 우리의 말과 글은 보존되어 왔다.


역사적으로 자기 나라 글을 굳건히 지키고 가꾼 민족은 발전하고 번영을 이루었으나 그렇지 못한 민족은 역사의 뒷전으로 밀려난 사실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익히 알고 있다. 19세기 초 독일의 피히테는 그의 연설 ‘독일 국민에게 고함’에서 "국어는 국민에 의해 형성되지만, 국민은 국어에 의해 형성된다"고 주장하며 순수한 독일말만 쓰자고 외쳤고, 영국은 국회나 법정에서는 영어만 쓰자고 주장하고 미국식 영어가 고유의 영어를 더럽힌다며 미국에서 출간된 책을 영국식 영어로 번역하여 출판했다고 한다. 또한 나라를 잃고 2000여 년 동안 나라 없이 방랑생활을 하던 이스라엘은 세계 여러 민족으로부터 갖은 곤욕을 치르면서도 자기 나라 말을 잊지 않았다. 언제나 모국어에 대한 우월감과 긍지감으로 아이를 낳으면 먼저 모국어를 가르친 다음 현재 살고 있는 그 나라의 말을 가르쳤다고 하는 것만 보아도 모국어에 대한 이스라엘 국민의 사랑이 어떠했는지 알 수 있다.

요즘 쏟아져 나오는 각종 서적을 펼쳐보면 맞춤법상 오류들이 많이 발견되고 신문·방송 등에서는 외국어로 표현되는 용어들이 넘쳐난다. 이러다간 우리나라 말인 한글이 제2외국어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우리 말과 글을 다듬고 갈고 닦기 위해서는 먼저 개화기 이후 들어온 일본어 및 영어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이에 따른 순화 대상은 수없이 내걸린 옥외간판, 전철 등의 안내 방송, 화법 등이 포함된다. 정부에서는 우리 국민 모두가 쉽고 올바르며, 편리하고 아름다운 언어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말과 글에 대한 정책을 널리 펴야 한다. 특히 외래어 남용으로 흔들리고 있는 언어의 주체성을 확립하고, 아름답고 고운 우리말의 생활화를 통해 잘못 쓰이고 있는 말과 글을 바루는 국어순화사업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한글을 지키며 가꾸어 온 선현들의 훌륭한 정신을 이어 받아 한글을 더욱 잘 다듬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아울러 미래 세대를 위한 한글 연구에 더욱 힘쓰며, 이를 활용하여 실제 쓰임에 편리하도록 만드는 일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임을 우리는 모두 깊이 새겨야 한다.

이재경 아시아경제 교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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