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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토지·지상건물 공유자가 건물 지분 넘겨도 법정지상권 불성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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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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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토지와 지상 건물을 함께 공유하던 사람 중 한 명이 건물 지분만 제3자에게 양도한 경우 관습법상 법정지상권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종래 대법원 판례 중에는 토지 공유자 중 한 명이 지상에 단독으로 보유한 건물의 소유권을 타인에게 양도한 경우 법정지상권 성립을 부정한 사례가 있었는데, 이 같은 법리가 공유 건물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됨을 밝힌 첫 판결이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A씨가 B씨와 C 재단법인 등 2명을 상대로 낸 법정지상권 취득에 따른 지료 지급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B씨에게 3437만원, C 재단법인에게 3220만원을 각각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들에게 이 사건 토지에 관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성립했음을 전제로 지료의 지급을 명한 원심의 판단에는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이를 지적하는 피고들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파기환송의 이유를 밝혔다.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동일한 사람이 토지와 그 토지 위의 지상 건물을 동시에 소유하고 있다가 토지나 건물 중 하나를 다른 사람에게 팔거나 증여 등 방법으로 넘기면서 건물 철거 특약을 체결하지 않은 경우, 건물소유자가 계속 토지를 사용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 당사자의 의사라고 보아 관습법에 따라 토지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민법상 지상권과 같은)를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A씨는 조부인 D씨와 1991년 서울 종로구에 있는 대지 76㎡와 그 지상의 목조 주택 및 창고(이 사건 건물)에 대해 각 2분의 1씩 지분으로 소유권을 취득했다.


이 중 D씨의 토지 지분은 D씨가 사망한 뒤 A씨의 숙부인 B씨가 2012년 10월 판결에 의한 상속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가 다시 C 재단법인이 B씨로부터 증여받아 2013년 4월 등기를 마쳤다. 결국 A씨와 C 재단법인이 토지를 각 2분의 1 지분으로 공유하게 된 것.


한편 건물의 경우 2005년 6월 숙부 B씨가 A씨의 지분을 넘겨받았고, 조부 D씨의 지분은 2006년 11월 C 재단법인에 이전됐다. 결국 이번 소송의 피고인 B씨와 C재단법인이 각 2분의 1지분씩 건물을 공유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 사건 토지의 임료는 B씨가 건물 지분을 취득한 2006년 2월 1일부터 2016년 1월 31일까지 1억3749만7300원이었고, C 재단법인이 건물 지분을 취득한 2006년 11월 14일부터 2016년 1월 31일까지 1억2883만2675원이었다.


A씨는 자신이 토지와 건물을 각 2분의 1 지분씩 동시에 소유하고 있다가 건물 소유자가 달라짐으로써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성립했다는 전제에서, 소송을 낼 당시 건물을 공유하고 있던 B씨와 C 재단법인을 상대로 건물을 보유하고 있던 기간에 상응하는 토지 사용료의 4분의 1씩을 청구했다. B씨와 C 재단법인이 건물을 각 2분의 1 지분으로 공유하고 있으니 전체 토지 사용료의 2분의 1씩을 부담해야 하는데, A씨 자신이 토지 전체의 단독 소유자가 아니라 2분 1 지분을 가진 공유자이니 다시 그 절반인 4분의 1씩을 청구한 것이다.


앞서 1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역시 1심이 인정한 지연손해금 중 일부를 감액하기는 했지만 B씨와 C 재단법인이 A씨에게 지료를 지급할 책임을 인정했다.


토지와 건물이 동일인의 소유였다가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고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성립된다고 본 것.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앞서 대법원은 "토지의 공유자 중의 1인이 공유토지 위에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가 토지지분만을 전매함으로써 단순히 토지 공유자의 1인에 대해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이 성립된 것으로 볼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 있어서도 당해 토지자체에 관해 건물의 소유를 위한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이 성립된 것으로 보게 된다면, 이는 마치 토지공유자의 1인으로 하여금 다른 공유자의 지분에 대해서까지 지상권설정의 처분행위를 허용하는 셈이 돼 부당하다 할 것이므로 위와 같은 경우에 있어서는 당해 토지에 관해 건물의 소유를 위한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이 성립될 수는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입장을 박힌 바 있다.


가령 갑이 토지와 그 토지 위 지상 건물을 동시에 소유하고 있다가 건물을 을에게 처분하면서 따로 건물 철거 특약을 맺지 않았을 경우에는 당연히 을로 하여금 해당 건물을 계속 사용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 갑과 을 등 계약 당사자의 의사라고 추정할 수 있는 만큼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대법원 입장이었다.


반면 갑과 을, 두 사람이 공유하고 있는 토지에 갑이 단독으로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가 건물을 병에게 처분했을 때, 병에게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인정한다면 토지 공유자 중 한 명인 갑으로 하여금 을이 보유한 토지 지분에 대해서까지 지상권설정의 처분행위를 허용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관습법상 법정지상권 성립을 부정하는 것이 대법원 입장이다.


재판부는 "이러한 법리를 종합해 보면, 원고(A씨)가 피고 1(B씨)에게 건물 공유지분을 이전해줬다고 해서 위 피고에게 토지에 관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성립을 인정할 수 없고, 피고 2(C 재단법인)가 건물 공유지분을 이전받았을 당시 토지와 건물이 동일인 소유가 아니었던 이상 피고 2에 대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성립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즉 A씨가 B씨에게 건물 지분 2분의 1을 넘겨줄 당시 토지가 A씨의 단독소유가 아니라 공동소유였기 때문에 기존 대법원 판례 입장에 따라 B씨에게 법정지상권을 인정할 수 없고, C 재단법인이 A씨의 조부 D씨의 지분을 이전받을 당시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서로 달랐기 때문에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대법원 관계자는 "그동안 대법원은 공유관계에서의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경우 다른 공유자의 불이익으로 그 의사와 무관하게 일방적인 지상권설정의 처분행위를 감수하게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법리를 밝혀 왔다"며 "이번 판결은 공유토지 및 공유건물의 경우 그 공유자들이 동일(토지와 건물을 모두 A씨와 D씨가 공유)한 상황에서도 토지공유자 중 1인이 다른 공유자의 지분에 대해서까지 지상권설정의 처분행위를 할 수 없다는 기존 판례 법리가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판시한 최초 사례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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