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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첫 경제정책 폐기..위기의 英트러스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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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감세안 포기에도 후폭풍 여전
"파운드화 압력 해소되지 않을 것"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오른쪽)와 쿼지 콰텡 재무장관.(사진출처:로이터)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오른쪽)와 쿼지 콰텡 재무장관.(사진출처: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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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금융시장의 혼란을 초래한 감세 정책으로 궁지에 몰린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부자감세안'을 전격 철회했다. 총 450억파운드(약 73조원) 규모의 감세 정책 패키지 중 일부(20억파운드)에 대한 철회지만 취임 후 첫 경제정책을 뒤집는 굴욕을 감내하면서 정치적 타격이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자감세안은 거둬들였지만 감세 정책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어 추가적인 정책 변경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3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은 부자감세안을 철회하기로 한 결정은 트러스 총리와 쿼지 콰텡 재무장관에 더 큰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향후 트러스 총리의 정치적 입지와 집권당인 보수당 지지율 변화에 따라 감세 정책 패키지의 추가 변경 압력이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외신들은 최근 6년간 벌써 4번째 총리가 취임하는 정권 불안이 이어지고 있는 영국에 이번 감세안 철회 결정이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복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보수당 지지율은 야당인 노동당에 33%포인트까지 밀리는 등 노동당이 보수당을 압도하면서 정권 위기로 번지고 있다.


트러스 내각의 실책으로 보수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거세다. 한 보수당 의원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콰텡 장관이 사임해야 하는지에 대해 "그의 입지가 상당히 약해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보수당 의원은 지난달 6일 취임한 트러스 총리와 보수당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하면서 하루하루 버티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랜트 샵스 전 교통부 장관은 BBC방송에 감세안을 하원 표결에 부치더라도 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샵스 전 장관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생활물가 상승에 고전하고 있는 유권자들에 귀 기울여라"며 "일반 가정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하지, 부자들을 위한 세금 감면에 나설 때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감세 정책 유턴에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부자감세안은 포기한 것은 상징적인 조치일 뿐 경제 정책의 전반적인 방향은 바뀌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지난달 30일 영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춘 이후 이번 감세 유턴 움직임이 영국 경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로보뱅크의 외환·금리 전략 책임자인 제인 폴레이는 "오는 14일 영국 중앙은행(BOE)의 개입이 종료돼야 정부 조치가 충분했는지 여부가 분명해질 것"이라며 "다만 파운드화와 영국 국채에 가해지는 압력은 크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감세 정책 발표 직후 미국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는 지난달 26일 1.035달러까지 폭락해 사상 최저치를 찍었다. 이후 BOE의 긴급 국채 매입 발표에 소폭 반등했지만, 시장 혼란의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트러스 총리가 취임 후 처음 내놓은 경제 정책을 뒤집으면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칼럼을 통해 "거의 모든 경제학자들은 트러스 내각의 감세안이 경제에 재앙이라고 보고 있다"며 "파티게이트, 거짓말 논란으로 불명예 퇴임한 보리스 존슨 전임 총리의 정책 보다 못하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비판했다.


가디언은 또 "마치 영화를 후반부로 빨리 감기를 한 것처럼 취임 한 달도 채 안 된 트러스 총리는 새 정책 발표 일주일여 만에 국회, 시장, 국민들의 신뢰를 모두 잃었다"고 비판했다.


콰텡 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지난달 23일 발표한 ‘미니 예산안’을 구성하는 감세 정책 중 고소득자에게 적용되는 최고세율(45%)을 인하하는 방안은 추진하지 않겠다"라고 발표했다. 콰텡 장관이 성명을 발표하기 전후 몇몇 장관들이 발표 사실을 인지했을 만큼 분위기가 급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오전까지만 해도 감세안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확언했던 트러스 총리는 하루 만에 말을 바꿨다. 트러스 총리는 콰텡 장관의 성명을 공유하면서 "이제 초점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공공 서비스에 자금을 지원하고, 임금을 인상하며, 국가 전역에 기회를 창출하는 고성장 경제를 구축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앞서 트러스 총리와 콰탱 장관은 지난달 말 소득세와 인지세를 인하하는 450억파운드 규모의 대대적인 감세 정책과 함께 600억파운드 상당의 에너지 보조금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감세 정책 중 특히 고소득자 최고세율 인하안을 통해 연 소득 5만270파운드 이하에 적용되는 소득세 기본 세율은 20%에서 19%로 1%포인트 낮추면서, 연 소득 15만파운드 고소득자에게 적용되는 세율은 45%에서 40%로 5%포인트나 낮추기로 하면서 반대 여론이 높아지고 파장이 확산됐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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