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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한국에는 존경받는 지도자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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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여왕 서거 직후 런던의 모습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지난달 8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서거하자 런던 시내에 있던 모든 옥외 전광판이 여왕의 사진으로 바뀌었다. 버스 정류장에서부터 건물 높은 곳에 설치된 전광판에 이르기까지 모두 ‘여왕 폐하(Her Majesty The Queen) 1926~2022’ 문구가 적힌 여왕의 위엄과 기품이 있는 사진으로 교체됐다. 거리에는 여왕의 서거를 애도하는 내용의 띠 벽지가 둘러졌고, 신문 가판대와 지하철 역 안에는 여왕의 서거를 알리고 그의 생전 업적과 기록들을 다룬 신문들이 채워졌다.


파란 하늘 아래 고풍스러운 건물 사이로 빨간색 이층 버스가 다니는 활기 넘치던 런던의 가을 풍경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내내 좋았던 날씨 마저 여왕이 서거한 날과 그 이튿날까지 주야장천 비를 흩뿌리며 영국인들의 슬픔을 함께했다.

서거 이튿날 아침, 지하철 옆 자리에 앉은 한 아시아계 영국인은 의자에 놓여져 있던 여왕의 소식이 담긴 메트로 신문을 꺼내들더니 한동안 흐느끼다가 나중에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는지 오열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주변의 다른 런던 시민들도 따라 울기 시작하더니 금새 열차 안은 추모 분위기로 바뀌었다.


버킹엄 궁전 인근을 지나는 버스 안에는 꽃을 든 사람들이 가득했다. 누군가와 전화통화로 "오늘은 꼭 이곳에 들려야 할 것 같아"라고 말하는 할머니 손 안에도 꽃 한다발이 들려있었다.


평일 출근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전 버킹엄 궁전 앞에 선 버스 안에서는 꽃을 든 사람 수 십명이 내려 모두 한 곳을 향했다. 궁전은 입구에서부터 헌화를 하기 위한 추모객들로 줄 지어 서서 걸어 들어가야 할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대부분의 엔터테인먼트 일정들은 취소됐고 프랑스를 비롯한 인근 이웃 유럽 국가들도 조기를 게양했다.

여왕 서거 후 기자가 본 런던의 모습은 단편적일 수는 있지만 기자가 한국에 살면서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들을 들게 했다. 그가 영국과 영연방 뿐 아니라 전 세계인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도시의 색채가 바뀔 정도로 구성원 전체가 진심으로 슬퍼하고 추모할 수 있다는 점에 크게 놀랐다.


1979년 10월2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거 당시에는 기자가 태어나지 않아 분위기를 전해만 들었고,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에는 대한민국이 노란색 추모 분위기로 가득하기는 했어도 슬픈 현대사에 대한 느낌이 컸다. 국민들이 계파와 정당 상관 없이 진심으로 존경과 사랑을 표할 수 있는 지도자를 경험해본 것만으로도 영국인들은 나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내가 마주한 현실은 180도 다르다. 당선 후 반년도 안됐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 지지율은 30%대 초반으로 하락했다. 국정 수행을 잘했다(31.2%)는 평가가 잘못했다(66%)는 평가의 절반에도 못 미칠 정도로 결과는 처참해졌다.


윤 대통령의 영국 조문 결례와 방미 욕설논란으로 한쪽에서 물어 뜯으면 다른 쪽에서도 물고 놓지 않는 정치판 싸움이 계속되고 있고, 불협화음을 고스란히 뉴스로 접하고 있는 국민들은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와 정치인들에 대한 남아있던 존경심마저 털어내고 있다. 우리도 국민 모두가 한 마음으로 존경과 사랑을 표할 수 있는 지도자를 경험해 볼 수 있을까.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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