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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다이어리] 킹달러, 그들의 통화이자 나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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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다이어리_뉴욕에서 미국 일상 속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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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최근 주변에 해외여행을 떠날 계획이라고 말하는 미국인들이 갑자기 늘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억눌렸던 이른바 ‘보복 여행’만은 아닌 듯하다. 유럽으로, 일본으로, 인도로 갈 예정이라고 말하는 이들은 공통적으로 “지금 강(强)달러라서 싸게 다녀올 수 있다”고 기쁨을 표한다.


부럽다고 말하는 내 본심은 크게 두 가지다. 여행 자체가 부럽기도 하지만, 전 세계 기축통화라는 ‘달러화’를 자국 통화로 사용하는 이들에 대한 부러움이 사실 더 크다. 달러는 그들의 통화지만 이럴 때마다 우리의, 나의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고물가로 악명높은 뉴욕 맨해튼에서 매달 월급을 한화로 받는 상황에서 당장 환율은 생계와 이어진다. 연초 비행기를 탈때만해도 1200원안팎을 오가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6월 1300원을 넘어섰고, 9월엔 1400원대로 올라섰다. 설마설마했던 1500원 돌파 이야기마저 나오기 시작했다. 현지에 근무 중인 주재원들은 연봉이 깎인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한숨을 내쉰다. 유학생들은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있다”고 털어놨다.


현지 한인들 사이에선 과거 외환위기 언급도 부쩍 늘었다. 당시 한화로 동일 금액을 송금했는데 반토막이 나서 깜짝 놀랐다거나, 결국 유학을 접고 돌아가야만 했다는 이야기들이다. 컬럼비아대학원에 다니는 한 유학생은 “지금도 썩 다르진 않다”면서 “인플레이션에 고환율까지 겹치니 올 들어 휴학을 택하고 한국으로 돌아가 있는 친구들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시장에서도 자칫 외환위기가 재연되지 않을까 공포감이 쏟아진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고강도 긴축 기조를 재확인한 가운데 한국은 2007년 이후 처음으로 5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사실 강달러는 예고된 수순이다. 물가도, 금리도 경제주체들의 숨통을 죄이고 있지만, 경제는 늘 긴축과 완화 속에 거품과 붕괴라는 사이클을 밟아왔고 지금도 그 과정의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이를 알기에 오히려 '킹달러'가 세계 경제를, 한국 경제를, 내 지갑을 압박할 때 그 무력감은 더 크게 느껴진다. 과거 1970년대 주요 10개국(G10) 회의에 참석한 존 코널리 당시 미 재무부 장관의 “달러는 우리 통화다. 하지만 당신들의 문제”라는 발언이 최근 들어 더 자주 거론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고물가, 고환율은 정책대응 영역 안에 있다고들 한다. 하지만 딱히 묘책이랄 것도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미국 금리는 한국 금리보다 높은 상태를 지속할 것이 확실시되고, 막대한 가계부채를 고려할 때 한국은행이 미국만큼 금리를 올리기란 어렵다.


전 세계가 그저 가만히 미국만 지켜보고 있는 형국이다. 그들의 달러화가 우리의 문제가 됐지만, 그들이 우리의 경제 사정까지 헤아려줄 리 또한 없다. 결국 각자도생이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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