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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은 곧 공연예술, 타인의 삶 위로하는 무대 선보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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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극 '광-경계의 시선' 소리꾼 추다혜 인터뷰
무당과 인간의 경계에서 살아가는 스스로 돌아보는 무대
자신만이 풀어낼 수 있는 음악적 언어로 그 경계에 대한 고백

소리꾼 추다혜가 26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소리꾼 추다혜가 26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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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을화의 굿하는 모습을 보던 사람들은 굉장히 감탄을 하였다. 그녀의 굿은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 당기는 말 못 할 힘이 있었다”


김동리 소설 ‘을화’에서 마을 사람들은 을화의 굿을 보고 마음을 끌어당기는, 하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을 느끼며 감탄을 쏟아낸다. 서도민요를 전공한 소리꾼 추다혜 역시 우연히 마주한 굿에서 두려움 너머의 익숙함을 느끼고, 이내 사로잡힌 마음을 작품에 쏟아낸다. 미신이라 치부하는 무교(巫敎)의 의식 '굿’ 그리고 신과 인간을 잇는 무당에게서 그는 공연을 이끄는 아티스트로서의 동질감을 느꼈다고 말한다. 무당이 죽은 이의 영혼을 깨끗이 씻어 이승에서 맺힌 원한을 풀고 극락왕생을 기원하듯 무대 위 연기와 노래, 소리를 통해 관객의 마음을 위무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이번 공연 ‘광-경계의 시선’에 오롯이 녹아있다.

(공연사진)광-경계의시선_DAC Artist_추다혜 신작_사진제공 = 두산아트센터.

(공연사진)광-경계의시선_DAC Artist_추다혜 신작_사진제공 = 두산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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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아니다. 낯선 프랑스에서 약식으로 진행된 무속인 이찬엽의 굿을 우연히 본 후로 그는 굿, 그리고 무가에 매료됐다고 했다. “제가 본 굿은 진적굿이라고 해서 무당이 1년에 몇 차례 자신이 모시는 몸주신과 신격들에 감사 의례를 올린 즐거운 굿판이었어요. 그 모습이 무대 위를 분주히 뛰어다니는 여느 아티스트의 몸짓과 소리와 다를 것이 없다고 느꼈죠.” 강렬한 첫 만남 이후 그는 전국의 굿판을 다니며 새로운 굿과 무가를 감상하는 ‘덕후’가 됐다.

소리꾼 추다혜가 26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소리꾼 추다혜가 26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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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는 장례를 지낸 당일 밤 상가에서 ‘귀양풀이’라고 하는 무속의례를 행하는 풍습이 있다. 선생님의 소개로 어느 제주도 상가를 찾아 귀양풀이를 본 추다혜는 천도를 위해 행하는 굿판을 둘러싼 다양한 인간군상에서 맹신과 불신, 위로와 감동을 목도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할머니의 간청으로 진행한 귀양풀이였어요. 자녀분들은 이걸 왜 하냐 심드렁하게 지켜보는데, 아버지가 무당의 몸을 빌려 자식들에게 미처 못다 한 이야기를 풀어놓자 그들이 갑자기 부둥켜안고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이 굉장한 영성으로 다가왔고, 무당에게선 예술가적 면모를 발견했어요.” 실제 신이 왔는지 여부는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관객과 소통하고, 위로하고, 풀어주고, 정화하는 모습을 지켜본 그는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 아닌, 우리 삶에서 감동을 이루는 무당의 모습에서 예술가가 추구해야 하는 본질적 지점을 발견했다고 고백한다.



소리꾼 추다혜가 26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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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은 곧 공연예술, 타인의 삶 위로하는 무대 선보일 것” 원본보기 아이콘

경계는 추다혜가 가장 고민하고, 이제는 자유롭게 넘나드는 벽이었다. 오랫동안 국악을 공부한 그가 다른 음악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그의 동료들과 스승들은 염려와 걱정어린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다. “사람들이 규정한 영역, 이미 틀이 있는 것에서 나왔을 때 ‘넌 이쪽 사람 아니잖아’라고 하는 배타성, 그 구분 짓기가 저는 숨 막히고 힘들었어요. 한 영역에만 나를 가두기보다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내가 나가고 싶을 때, 내가 들어가고 싶을 때 초월하며 살자. 그렇게 소리도, 밴드도, 연기도 자유롭게 해나갔던 것 같아요”


이번 공연 제목에서의 ‘광’은 광대(廣), 빛날(光), 미칠(狂), 무덤 속(壙), 바로잡을(匡), 울림을 나타내는 소리 등 다양한 의미를 품고 있다. 추다혜는 자신이 주목한 대상인 무당과 인간의 경계에서 살아가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신만이 풀어낼 수 있는 음악적 언어로 그 경계에 대한 고백을 무대 위에 펼쳐낸다. “무가, 민요, 모던록, 펑크, 재즈, 명상음악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관객 앞에서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공연이에요. 익숙하면서도 낯선 경험을 관객들께서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궁금하고 기대도 됩니다.”

소리꾼 추다혜가 26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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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인 소속감을 포기하는 대신 새롭게 도전에 나선 탓에 그는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1인 기획사 ‘소수민족컴퍼니’를 설립하고 공연 기획과 음반 제작에도 뛰어들었다. 설립 3년 차, 수익은 좀 났냐는 물음에 그는 “적자였다가... (인건비를 제하고 나면)결국 또 적자네요.(웃음)”라면서도 “공연을 무대에 올리기까지 기획, 제작, 연출하는 전 과정을 직접 공부해보고 싶어 회사를 차렸어요. 직접 전 과정을 겪고 나니 작품을 보는 시각과 깊이가 더 깊어졌고 공연을 더 큰 관점에서 볼 수 있게 됐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힌다. 회사에서 처음으로 제작했던 앨범 추다혜차지스 1집은 2021년 제18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알앤비 & 소울 노래’ 부문을 수상하며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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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게이션을 따르는 행보를 희망하는 시대에 스스로 개척한 길을 지도로 만드는 추다혜의 여정은 계속될 전망이다. “저도 편한 길로 가고 싶어요. 그런데 이 일이 너무나 괴롭고 힘들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행복하고 마치 숙명처럼 새로운 도전을 통해 응어리진 마음을 해소하는 저를 보면서 예술가로서 더 성장하는 것 같아요.” 그는 앞으로도 무당처럼, 또 자신처럼 경계인으로 살아가는, 소외되고 힘듦을 견디는 사람들을 위한 위로가 되는 공연을 선보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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