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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적 부양·돌봄 실천하는 가족 차별" 건강가정기본법 개정 요구 커져

최종수정 2022.09.29 10:23 기사입력 2022.09.29 10:23

비혼동거·사실혼·위탁가정 등 가족 정책 대상에서 배제
비친족가구 전년 대비 11.6% 증가한 47만, 역대 최대
정책대상 가족 범위 협소…다양한 가족 포괄 법 개정 필요

태풍 난마돌이 북상하고 있는 19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시민들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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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여성가족부가 가족의 법적 정의를 삭제하는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에 대해 ‘원안 유지’로 입장을 선회한 가운데 가족 다양성을 포괄할 수 있도록 법 개정에 나서야한다는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28일 국회에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등이 주최한 건가법 개정을 위한 토론회에서 혼인·혈연·입양으로 한정하는 가족 정의를 재정의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져야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동거나 사실혼, 위탁가정 등 다양한 관계나 가족 구성이 정책 대상에서 배제돼 있고 부양이나 돌봄, 재산상속 등에서 차별을 받고 있어서다. 이민주 여성민우회 성평등복지팀 활동가는 "법적 가족이 아닌 사람들은 함께 살며 서로 부양하더라도 납세, 사회보험, 주거, 노동 등 모든 영역에서 사회 체제안에 온전히 포함되지 못한다"며 "법적 가족이 아니면 질병, 사고 등 돌봄이 필요한 상황일 때 ‘보호자’로 관계를 증명할 수 없어 돌봄을 수행하기 어려운 차별을 실감한다. 돌봄과 애도의 권리도 박탈당한다"고 지적했다.

주택공급에서도 혈연·혼인 관계만 주거공간이 필요한 대상으로 설정되어있으며 공공임대주택도 공동으로 신청하는 조건을 혼인이나 혈연관계로만 한정한다. 가족돌봄휴직, 육아휴직 등도 법적 가족이나 배우자를 돌보는 경우로만 한정된다. 이 활동가는 "법적 가족을 우선하는 규정이나 지침이 없을 때도 법적 가족을 더 우위에 두거나 우선 배려하는 태도로 차별이 나타난다. 편견이나 혐오로 인한 피해, 관계의 목적과 진정성을 의심받으며 증명을 계속 해야한다"며 "건가법 개정은 국가가 가족을 특정한 형태에 제한해서 규정하고, ‘법적 가족’에 특권적 지위를 부여해온 차별적 구조를 변화시키겠다는 적극적 의지의 표명"이라고 강조했다.


28일 국회에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등이 주최한 건가법 개정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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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국 비친족가구는 47만3000가구로 전년 대비 4만9000가구(11.6%)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친족가구(1381만가구)는 전년 대비 5만가구(0.4%)가 감소했다. 1인가구는 751만6000가구로 전년보다 52만2000가구(7.9%) 증가했다. 혼인이나 혈연 외에 가족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1인가구가 보편화되는만큼 시대착오적인 법이 되지 않도록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족실태조사에서 1인가구 비중은 30.2%(2019년)로 부부와 미혼자녀 가구(29.8%)를 뛰어넘었다.


이근옥 법무법인 원·사단법인 선 변호사는 "건강가정기본법은 법 제정 직후부터 정책 대상으로서의 가족의 범위가 협소하고 성인지적 관점에 대한 고려가 미흡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혼인과 혈연 외로 묶인 관계의 종류도 해를 거듭할수록 다양해지고 인구 비중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가부는 지난해 4월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에서 ‘가족 다양성 인정’을 목표로 내걸었다. 혼인·혈연 위주 가족 관행으로 인한 불편사례 발굴, 대안가족을 위한 유언·신탁 제도 발굴, 대안적 가족의 권리보호를 위한 제도 마련 등이 명시돼있었다.

이 변호사는 "건가법이 실질적 ‘가족’의 일부만을 지원하는 시대착오적인 법이 되지 않으려면, 소모적 논의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민들이 꾸려가는 공동체와 개인의 삶을 존중·지원하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협소한 가족 정의로 인해 사실혼과 비혼동거 가족, 위탁가정 뿐 아니라 그룹홈, 돌봄공동체, 주거공동체 등 생계, 돌봄, 주거를 함께 하는 다양한 가족들은 현행 건강가정기본법상 가족정책의 대상에서 빠져있다. 이들을 위한 가족 서비스를 지원할 법적 근거도 없다.


송효진 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가법은 협소한 가족개념에서 그때그때 특정 유형의 가족을 하나씩 덧붙여 추가하는 방식으로 대처해 왔는데 이런 방식은 그 자체로 차별일 수 있다"며 "건강가정기본법은 가족정책의 근거가 되는 기본법으로서 특정 가치를 계도하는 것이 아닌, 가족정책의 기본법으로서의 위상과 그에 걸맞은 내용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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