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실세 무함마드 왕세자, 정부 수반 총리에 임명

사촌형 제치고 왕세자 등극
왕실 세력 균형 깨고 개혁 추진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이 자신의 총리직을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에 넘겼다고 27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 등은 이날 살만 국왕이 그의 아들인 무함마드 왕세자를 국가의 수반인 총리에 임명하는 칙령을 발표했다고 사우디 국영 SPA 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다만 살만 국왕은 국무회의의 의장직은 계속 맡을 방침이다. 주요 외신은 살만 국왕이 실권을 넘긴 이유와 관련해 "86세의 나이인 살만 국왕이 2년 동안 여러 지병으로 병원에 입원했다"며 건강상의 문제를 언급했다.

살만 국왕의 둘째 아들인 칼리드 빈 살만은 국방장관에 임명됐으며 또 다른 아들인 압둘아지즈 빈 살만 왕자는 에너지 장관 자리에 올랐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1985년생으로, 사촌 형 무함마드 빈 나예프를 밀어내고 2017년 왕세자 자리에 올랐다. 그는 석유에 의존한 경제 체제에서 벗어나 국가 신성장 정책인 '비전 2030'을 추진하는 한편 종교 경찰 권한 축소 등 급진적인 개혁 노선을 밟아오며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로 자리매김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무함마드 왕세자는 세력 확장을 위해 반대편 정적들을 구금하는 등 파벌 간 세력 균형을 유지해온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의 전통을 뒤엎은 인물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무함마드 왕세자는 지난 2018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사건의 배후로 지목이 되면서 서방 국가들과 마찰을 빚어왔다.

국제정치 전문가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총리직에 임명돼도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책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전략국제문제연구센터의 존 알터먼 소장은 블룸버그에 "이번 칙령은 무함마드 왕세자 중심의 현 체제가 현상 유지 되리라는 것을 구체화하는 조치"라며 "국제사회에 그를 정부의 공식 수장으로 공고화하는 측면이 크다"고 밝혔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