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간 그룹 이끌며 매출 60배 이상 키워
석유파동 당시 한양화학·한국다우케미칼 인수
유통·금융 사업 영역 확장 위한 M&A 결단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29살에 회장직에 올라 40여년 동안 한화그룹을 이끌어온 김승연 회장이 또 한 번의 승부에 나섰다. 그룹 안팎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김 회장의 인수합병(M&A) 역사에 또 다른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결정적 순간마다 공격적 M&A로 회장 취임 40년간 그룹 매출을 60배 이상 키운 그가 한화그룹을 또다시 변신시킬지 주목된다.
1952년생인 김 회장은 1952년 10월 출범(옛 한국화약)한 한화그룹과 동갑이다. 1981년 창업주인 김종회 회장의 갑작스러운 타개로 회사를 물려받은 김 회장은 계열사 19개, 총자산 7548억원이던 한화그룹을 계열사 91개, 총자산 229조원으로 키워냈다.
성장의 비결은 과감한 M&A다. 김 회장은 취임 직후 두차례 석유파동으로 석유화학 경기가 크게 위축됐었다. 당시 한양화학과 한국다우케미칼(현 한화솔루션 케미칼, 첨단소재 부문)의 적자는 각각 75억원, 430억원에 이르고 있었다.
하지만 김 회장은 두 회사의 인수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룹 내에서도 세계적 기업의 시장 철수에는 이유가 있을 거라며 반대하는 분위기였지만, 김 회장은 석유화학의 장래가 어둡지 않으며 머지않아 국제경기도 다시 회복될 것이라 판단해 인수를 독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회장은 "인수 의사는 강력히 보이되 가격에 대한 협상을 뚝심 있게 진행하라"고 지시, 매매대금 전액 분할 납부 등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인수 이후 석유화학 경기는 김 회장의 예측대로 빠르게 회복, 인수 1년 만에 두 회사는 흑자로 돌아서게 됐다. 현재 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은 그룹의 주력기업으로 자리잡으며, 중요한 승부처에서 김 회장의 과감한 결단이 빛을 발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화약, 석유화학 등 중후장대 산업으로 성장해온 한화는 M&A로 사업영역을 넓혀왔다. 1985년 한양유통(현 갤러리아)과 정아그룹(현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을 인수하면서 유통, 레저사업에 진출하는데 성공했다.
외환위기를 지나며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도 김 회장은 M&A를 늦추지 않았다. 대주주 전횡과 계열사 부실대출로 금융감독 당국의 특별감사를 받고 있던 대한생명(현 한화생명)을 2002년 인수하게 된다. 김 회장은 당시 맡고 있던 모든 계열사 대표이사직을 버리고, 무보수로 대한생명 대표이사에만 2년 동안 전념한 것으로 유명하다.
인수 당시 약 2조3000억원의 손실을 내던 대한생명은 6년 만에 흑자 전환했으며, 29조에 불과했던 총자산도 2016년에는 100조, 2020년에는 127조원으로 성장했다. 또 2012년 독일 태양광업체 큐셀(현 한화큐셀) 인수나 2014년 삼성그룹의 방산, 화학 4개 계열사 인수도 김 회장의 사업 안목과 뚝심 있는 추진력이 드러나는 사례로 꼽힌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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