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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법 헌재 공개변론… "절차위반·수사권 침해" vs "적절한 입법권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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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개정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등 이른바 '검수완박' 법률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공개변론이 열리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개정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등 이른바 '검수완박' 법률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공개변론이 열리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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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검사의 수사권을 대폭 축소한 개정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등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률을 통과시킨 것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를 위반해 검사의 수사권을 침해한 것인지, 아니면 정당한 입법권 행사였는지를 놓고 권한쟁의심판 청구인인 법무부 측과 피청구인인 국회 양측이 27일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법무부 장관 등과 국회 간 권한쟁의심판 청구 사건의 공개변론에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청구인 측을 대표해 모두진술에 나섰다.

한 장관은 "이 입법은 잘못된 의도로 잘못된 절차를 통해 잘못된 내용으로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것으로서 위헌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첫째, 이 법률은 정권 교체를 앞두고 일부 정치인들이 범죄 수사를 회피하기 위한 '잘못된 의도'로 만들어졌고, 둘째, '위장탈당', '회기쪼개기', '본회의 원안과 직접 관련 없는 수정안 끼워넣기' 등 '잘못된 절차'로 만들어져 위헌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법률은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검찰의 헌법상 기능을 훼손하여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잘못된 내용'으로 만들어져 위헌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검사의 수사권·소추권이 헌법상 권한인지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는지 ▲법 개정 절차가 위법할 경우 통과된 법률은 무효인지 ▲검수완박 법률이 검사의 수사권·소추권을 침해했는지 등이다.


법무부 측은 헌법상 영장신청권 조항을 근거로 검사의 수사권과 소추권은 헌법상 인정되는 권한이기 때문에 국회가 입법을 통해서 그 본질적 부분을 침해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법 개정 과정의 절차적 하자와 관련 법무부 측은 국회가 ▲민형배 의원의 '위장탈당'으로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한 점 ▲'회기 쪼개기'를 통한 본회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형해화 ▲본회의 상정안과 무관한 수정동의안 제출·표결 등으로 헌법상 다수결원칙과 적법절차원칙을 위배했고 복수정당제도의 취지를 잠탈했다고 강조했다.


또 개정 검찰청법이 검사의 수사 대상을 대폭 축소하고 수사 개시한 범죄를 기소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검사가 헌법에서 부여받은 수사권과 소추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 것이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했다.


또 개정 형사소송법이 경찰 송치 사건에 대한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제한한 것이나 경찰의 불송치결정에 대한 이의신청권자에서 고발인을 삭제한 것 역시 헌법에 반하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반면 국회 측은 먼저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능력과 당사자적격을 문제 삼았다.


우리 헌법에서 '검사'가 등장하는 곳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는 제12조 3항과,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는 제16조 후문 2군데 뿐이다. 즉 검사의 수사권이나 소추권을 직접 헌법이 명문으로 규정하지는 않고 있다.


때문에 국회 측은 검사의 수사권과 소추권은 헌법상 권한이 아니며 나아가 검사는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능력도 없다고 주장했다.


검사의 수사권이나 소추권에 관한 명문 규정이 헌법에 없는 만큼 검사를 헌법상 독립 기관으로 보거나 검사의 수사권 내지 소추권을 헌법이 부여한 권한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특히 국회 측은 검사의 수사권이 제한된다고 해서 검사에 대한 사무 감독 권한을 가진 법무부 장관의 권한이 직접 침해됐다고는 어렵다고도 주장했다.


또 국회 측은 개정 법률로 제한된 것은 수사권인데, 수사의 주체나 범위에 대해서는 국회가 결정할 수 있는 입법형성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헌재 역시 지난해 초 공수처법에 대한 위헌소원 사건에서 "헌법은 수사나 공소제기의 주체, 방법, 절차 등에 관해 직접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며 "기존의 행정조직에 소속되지 않은 독립된 위치에서 수사 등에 관한 사무를 수행할 기관을 설치·운영할 것인지 여부, 해당 기관에 의한 수사나 기소의 대상을 어느 범위로 정할 것인지는 독립된 기관의 설치 필요성, 공직사회의 신뢰성 제고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요구 등 모든 사정을 고려해 결정할 문제이므로, 이에 대한 입법자의 결정은 명백히 자의적이거나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수 없는 한 존중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나아가 국회 측은 이번 법 개정으로 축소·조정된 것은 검사의 수사권과 소추권이지, 헌법에 규정된 영장신청권이 제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위헌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국회 측 주장에 대해 법무부 측 김석우 검사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 사무를 통할하고 관장하는 한편 일반적·구체적 사건에 대해 수사권과 소추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기 때문에 장관의 수사권이나 소추권도 침해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국회 측 대리를 맡은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은 "역사적으로 법무부 장관이 주어진 권한을 행사해오지 않은 관행이 있었기 때문에 피청구인 측에서 그 같은 주장을 하지만 이는 법률에 어긋나는 주장이다"라며 "지난 정부에서는 여러 차례 수사지휘권 행사해 논란을 빚었는데, 법률적으로는 모두가 적법한 법률상 권한을 행사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관은 검사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있고, 검사의 수사권이 침해되면 당연히 장관의 수사권도 직접 내지 간접적으로 침해된다"고 덧붙였다.


양측 변론이 끝난 뒤에는 재판관들이 돌아가며 여러 쟁점들에 대한 질문을 이어갔다.


국회 측 대리를 맡은 노희범 변호사는 절차 위반이나 권한 침해의 정도가 어느 정도일 때 권한쟁의심판 청구가 가능한지를 묻는 헌법재판관의 질문에 "과거 헌재는 탄핵심판 사건에서도 비례의 원칙과 정신에 따라 '중대한 법위반'이라는 요건을 추가해서 심판했었다"며 "기준이 뭐냐고 물으시면, 권한쟁의심판 사건에서도 비례의 원칙 심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측은 "개정 법률의 목적부터가 부당해 위헌이다"라며 "목적, 수단, 공익의 비례 어느 면에서 보더라도 비례의 원칙에 합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재판관의 질문답 과정에서는 우리 헌법상 검사의 지위에 대한 공방도 오갔다.


법무부 측에서는 비록 헌법이 검사의 수사권을 명문으로 규정하진 않았지만, 당연히 수사권을 전제로 한 영장신청권을 규정하고 있고, 과거 헌재 역시 검사에 대해 '공익의 대표자이자 인권옹호기관' 혹은 '법률전문가'라는 표현을 사용했던 만큼 준사법기관인 검사의 수사권을 경찰에게 넘기는 것은 헌법의 취지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개정 검찰청법이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를 분리한 것에 대해서도 "취재를 한 기자와 기사를 쓰는 기자를 구별해선 안 되며, 재판하는 판사와 판결하는 판사로 나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물론 영장신청 검사와 수사 검사가 반드시 일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사를 안 한 검사에게 영장신청권을 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수사주재자는 반드시 검사여야 하는가'라는 헌법재판관의 질문에 법무부 측은 "소추를 염두해두지 않는, 재판을 전제로 하지 않는 수사는 민간인 사찰과 다름없다"고 답했다.


반면 국회 측은 법무부 측의 '수사주재자'라는 표현에 대해 "수사주재자라는 표현은 헌법이나 형사소송법에 없다"며 "청구인들이 사용하는 표현이며 동의하지 않는 개념"이라고 반박했다.


질문답 도중 한 헌법재판관은 "어려운 질문을 많이 해서 쉬운 질문을 하나 하겠다"며 "전건송치주의라고 적었는데 여기서 '전'자는 앞 전(前) 자인가, 온전할 전(全)자인가?"라고 법무부 측에 물었다.


이에 법무부 측이 "온전할 전자입니다"라고 답하자, 재판관은 "그런데 왜 앞 전자를 썼느냐"고 지적해 방청석의 웃음을 자아냈다.


법무부 측은 "치명적 오류가 있었다"고 답했고, 재판관은 "네 정정한 것으로 하겠다"고 정리했다.


또 다른 헌법재판관은 권한쟁의심판 청구 사유를 정한 헌법재판소법 제61조 2항이 '제1항의 심판청구는 피청구인의 처분 또는 부작위(不作爲)가 헌법 또는 법률에 의하여 부여받은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하였거나 침해할 현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과 관련 '헌재법은 법률상 권한이 침해됐을 때도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는 검사에게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적격이 없다는 피청구인 측 주장과 배치되지 않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회 측 노 변호사는 "좀 특이한 부분인데 법률상 권한을 침해한다는 것이 법률로 권한을 침해한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해석된다"며 "법률로 만든 권한이 법률로 침해된다는 걸 상정하기 힘들다"고 답했다.


이어 "검사의 수사권·소추권이 법률로 창설된 한 법률상 수사권·소추권이 부여돼 있다 하더라도 법률 개정을 통해 이를 축소·조정됐을 때에는 헌재법 제61조 2항에 해당할 가능성조차 없기 때문에 당사자적격이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노 변호사는 "우리 헌재법상 법률상 권한 침해도 다툴 수 있게 제도가 설계돼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법률제정권이 법률개정권으로 침해될 수는 없고, 다른 국가기관에 의해 침해될 수 있는 경우는 많다"고 했다.


이어 "가령 대통령이나 장관의 처분 또는 명령에 의해 지방자치단체나 규범을 받는 쪽의 권한이 침해됐을 때에는 당연히 권한쟁의를 통해 다툴 수 있게 만든 조항"이라며 만일 다르게 해석하면 입법권 자체를 부인하는 결과, 입법의 당부를 헌재가 판단하는 결과가 돼버린다"고 강조했다.


국회의 입법 절차상 하자로는 국회 내 기관의 권한이 침해될 수 있을 뿐이며, 국회 밖의 외부 기관은 제정된 법률의 내용, 즉 법률 자체에 의해 실체적 권한이 침해될 수 있는 것이라는 게 국회 측 입장이다.


한 헌법재판관은 청구인과 피청구인 양측에 질문할 내용을 미리 정리해온 질문지를 배포해준 뒤 마치 취조를 하듯이 질문을 이어가 눈길을 끌기도 했다.


공개변론 후반에는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이황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각각 법무부와 국회 측 참고인으로 나와 의견을 밝혔다.


이인호 교수는 "이번 사건은 대의제의 중요부분이 기능 고장을 일으킨 사건"이라며 "정치의 실패, 정치 과정의 실패이며 의회의 자정 능력에 맡길 수 없는 중요한 실패"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주의는 다수의 독재가 아니다"라며 "다수가 처분할 수 없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헌법 제10조가 정한 개인의 불가침의 인권이며 또 하나는 공정한 게임의 규칙인데 이번 사건에서는 공정한 게임의 규칙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이황희 교수는 과거 국회의 입법절차상 하자가 문제된 헌재 권한쟁의심판 사건 사례를 예로 들며 "절차의 하자가 통과된 법률의 효력을 좌우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참고인 진술에 이어 법무부와 국회 양측의 최후 의견진술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법무부에 앞서 국민의힘이 청구한 권한쟁의심판 및 가처분 신청 사건도 현재 헌재가 심리 중이다. 헌재는 검사의 수사권 침해 문제가 이번 사건의 본질이라고 보고 법무부가 청구한 사건의 공개변론을 열기로 했지만, 최종 결론은 두 사건을 동시에 선고할 가능성이 크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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