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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행동으로 옮긴 파타고니아 창업주, 응답없는 선진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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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파타고니아(Patagonia)는 남미 대륙 맨 아래, 칠레와 아르헨티나에 넓게 뻗어있는 고원지대다. 높은 산과 사막, 초원 지대와 빙하가 섞여 있어 절경을 이룬다. 파타고니아 국립공원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에게 에미상의 영광을 안겨준 다큐멘터리 '우리의 위대한 국립공원'에도 소개된다. 파타고니아는 지리상으로 남극 대륙과 일부 섬을 제외하고 가장 남쪽에 있어 '세계의 끝'이라고도 불린다. 그만큼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다.


파타고니아는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이름이기도 하다. 파타고니아의 창업자 이본 쉬나드는 암벽 등반을 사랑하는 환경주의자로 잘 알려져 있다. 미국인들이 깡촌으로 생각한다는 북동부의 맨 끝 메인주의 리스본에서 태어난 그는 공부보다 낚시와 암벽 등반을 즐기며 성장했다. 대자연의 신비를 보여주는 파타고니아의 모습은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야 한다는 쉬나드의 경영 철학을 웅변해준다.

쉬나드는 평소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환경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해법을 실행하기 위해 사업을 한다고 강조해 왔다.


쉬나드는 2005년 '내 사람들을 서핑하러 가게 해줘요(Let My People Go Surfing)'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기업 경영 안내서인데 자연에 순응하라는 쉬나드의 삶의 철학이 담겼다. 쉬나드의 책은 국내에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이라는 제목으로 변역돼 출간됐다.


그는 주한미군으로 한국과 인연도 맺었는데 책에서 군 복무 때 서울 북쪽의 매끈한 화강암 봉우리를 자주 등반했다고 썼다. 그가 언급한 화강암 봉우리는 북한산 인수봉이다. 암벽 등반으로만 오를 수 있는 북한산 인수봉에는 쉬나드가 개척한 등반로도 있다.

이본 쉬나드   [사진 제공= AFP연합뉴스]

이본 쉬나드 [사진 제공=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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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미국 ABC방송은 이상 고온으로 파타고니아의 한 국립공원에서 산악 빙하가 붕괴됐다고 전했다. 방송은 폭포수가 쏟아지듯 협곡 사이로 빙하가 무너져내리는 영상을 공개하며 붕괴된 빙하의 크기가 200m라고 소개했다.

공교롭게 이날 쉬나드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자신과 부인, 두 자녀가 소유한 파타고니아 지분 100%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세운 비영리 재단과 신탁사에 넘겼다고 밝혔다. 쉬나드 일가가 넘긴 지분은 약 30억달러(약 4조2750억원)다. 이번 결정은 평소 기업 이윤보다 지구의 건강을 먼저 생각하는 쉬나드의 삶의 철학이 반영됐다.


파타고니아의 빙하 붕괴는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 위험에 대한 경고다. 올해 유독 기상이변이 잇따르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다. 유럽에서는 전례없는 폭염으로 수천 명이 사망했고 파키스탄은 6월 중순부터 계속된 폭우로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겼다. 파키스탄 총리는 지난 24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부유한 국가들이 배출한 온실가스 때문에 애꿎은 파키스탄이 피해를 입고 있다며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선진국들은 2009년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2020년까지 연간 1000억달러 규모로 기후변화 대응 기금을 마련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약속은 아직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상기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쉬나드의 기부는 울림이 있다. 파타고니아는 '지구를 위한 1%'라는 이름으로 연간 순매출의 1%를 환경단체에 기부한다. 선진국들이 만약 코펜하겐 총회에서의 약속을 이행했다면 지금 가스 때문에 러시아에 쩔쩔 매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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