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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과 멀어지는 북아일랜드…건국 101년 만에 가톨릭교도>개신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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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현지시간) 북아일랜드 수도 벨파스트의 샨킬 거리에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추모하는 꽃다발이 놓여 있다.  [사진 제공= AP연합뉴스]

지난 19일(현지시간) 북아일랜드 수도 벨파스트의 샨킬 거리에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추모하는 꽃다발이 놓여 있다. [사진 제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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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북아일랜드에서 '트러블(Troblues)'은 1960년대 후반부터 1998년 굿프라이데이 협정(벨파스트 협정)이 체결되기까지 약 30년간 35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내면서 친영국 진영(개신교)과 친아일랜드 진영(가톨릭)이 격렬하게 충돌한 사건을 뜻한다. 북아일랜드는 1921년 친영 개신교도를 중심으로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에서 분리된 지역이다.


최근 북아일랜드에서 건국 101년 만에 가톨릭신도 수가 개신교 신도를 넘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향후 북아일랜드가 아일랜드와 통일하려는 움직임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타계를 계기로 영국 연방 소속 국가들이 연방에서 이탈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북아일랜드도 연방 탈퇴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10년 만에 이뤄진 북아일랜드 인구조사에서 가톨릭교도 비율이 처음으로 개신교도 비율을 웃돌았다고 주요 외신이 지난 22일 북아일랜드 인구통계국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번 조사에서 자신이 가톨릭교도라고 답한 비율은 45.7%였으며 개신교라고 답한 비율은 43.5%였다. 2011년 조사에서는 개신교도 비율이 48.4%로 45%를 기록한 가톨릭교도에 앞섰다. 1921년 북아일랜드 건국 당시에는 3분의 2가 개신교도였다. 오랜 시간에 걸쳐 점점 가톨릭교도가 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총선에서 아일랜드의 재통일을 추구하는 민족주의 성향의 신 페인 정당이 사상 처음으로 원내 1당으로 올라서고 가톨릭 신도가 더 많아졌다는 사실도 확인되면서 북아일랜드가 점점 더 아일랜드에 가까워지는 상황이다. 신 페인은 10년 안에 아일랜드와의 재통을 위한 국민투표 시기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그 시기를 될수록 앞당기려 한다. 신 페인은 아일랜드어로 '우리 자신'을 뜻한다.

신 페인 소속의 존 피누케인 의원은 성명을 내고 "인구조사 결과는 분명히 되돌릴 수 없는 역사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반면 지난 20년간 집권 정당이었던 민주연합당(DUP)은 "종교 비율 변화를 두고 재통일을 위한 국민투표가 가까워졌다고 주장하는 것은 안이한 분석"이라고 지적했다. 연방주의를 주장하는 DUP는 2003년 총선 때부터 줄곧 총선에서 승리하다 지난 5월 총선에서 신 페인에 원내 1당 자리를 내줬다.


정치 평론가 사라 크라이튼은 이번 인구조사 결과와 관련해 자신의 트위터에 "북아일랜드가 1921년 건국 뒤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며 "인구조사 결과가 아일랜드가 통일로 향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영 연방에는 큰 의미가 있다"고 썼다.


물론 가톨릭 신자가 모두 아일랜드와의 통일을 염원하는 민족주의자는 아니며 개신교도가 모두 연방주의자인 것도 아니다.


북아일랜드인들은 자신을 아일랜드인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영국인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조사에서 자신을 영국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한 비율은 43%로 자신을 아일랜드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한 비율 33%보다 높았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그 격차가 좁혀지긴 했다. 10년 전에는 각각 48%와 28%였다. 이번 조사에서는 자신을 북아일랜드인이라고 생각하는 비율도 소폭 상승했다.


굿프라이데이 협정에 따르면 북아일랜드인들은 자신이 영국인, 아일랜드인인지 선택할 수 있고 양쪽을 모두 선택할 수도 있는데 현재 영국 여권 소지 비율이 더 높다. 아일랜드 여권 소지자는 2011년 조사 때와 비교해 63% 급증했지만 전체 보유 비율은 3분의 1 수준이다.


북아일랜드 수도 벨파스트 퀸스 대학의 리암 케네디 역사학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연방주의자들은 가톨릭교도 비율이 장기적으로 증가하는 흐름이 불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케네디 교수는 "이를 헌법상 우선 문제로 두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며 "아일랜드 공화주의자들은 개신교도로부터 의미 있는 지지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는 북아일랜드인들의 영국에 대한 반감을 높이는 계기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브렉시트 투표는 EU 탈퇴로 결론 났지만 북아일랜드는 스코틀랜드와 함께 EU 잔류를 지지했다. EU 잔류 득표율이 55.8%로 EU 탈퇴 득표율 44.2%보다 높았다. 결과적으로 브렉시트 투표는 북아일랜드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에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다.


영국은 EU와 브렉시트 협상을 하면서 북아일랜드를 EU 단일 시장에 남겨놓는 북아일랜드 협정을 체결했다. 하지만 신임 리즈 트러스 총리가 외무부 장관 재임 때인 지난 5월 북아일랜드 협정을 무력화하는 법안을 마련해 EU와 마찰을 빚고 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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