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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고금리·원자재값 상승…생산 비용에 허덕이는 기업들

최종수정 2022.09.24 09:00 기사입력 2022.09.24 09:00

10년간 평균치의 4.6배 훌쩍
임금인상·원자재·환율 주원인
제조업 생산비 부담 대폭 확대
상승분 제품가 반영도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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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자원 빈국’에서 제조업을 산업의 근간에 둔 한국 경제에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저성장 징후까지 겹치며 ‘퍼펙트 스톰’(대형 복합위기)이 밀려올 것이란 우려다. 원자잿값 상승과 인플레이션은 곧바로 생산 비용 부담 증가로 이어지며 기업들을 짓누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올해 상반기 생산활동에 들어가는 기업들의 비용을 조사한 결과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최고 증가율을 보였다. 하반기에도 환율 상승세가 이어지고 임금 인상 압력도 커지면서 기업의 생산비용 충격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위기 등도 위기를 키우는 요인이다.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직면한 기업은 올해 투자계획을 전략적으로 연기하거나 축소하고 리스크 관리에 주력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무턱대고 웅크릴 수만도 없는 실정이다. 글로벌 산업계의 판도가 시시각각 달라지고 있는 데다 미국과 중국의 공급망 전쟁에 따라 생산과 투자 속도를 늦추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생존 전략이 보다 정밀해져야 한다는 지적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생산 비용은 늘어나는데 재고는 소진되지 않고 쌓이고 있다"며 "결국에는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흐름인데 기업들은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등으로 단위 임금이 올라 부담이 더 커지고 있으니 법인세 인하 등 비용을 줄여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기업들의 생산비용 증가율이 8.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0.8%를 기록하며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최고 상승 폭이다.


24일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가 펴낸 ‘기업 생산비용 증가 추정 및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11~2021년) 전산업 ‘생산비용 증가율’ 평균이 1.9%였던 것보다 약 4.6배나 상승했다. 생산비용 증가율은 원유·철광석·구리·알루미늄 등 원자재와 원·달러 환율, 임금 등 요소의 전년 대비 변동률을 산업과 연관한 가격파급효과 모형을 통해 계산한 결과다. 생산비용 증가율을 생산요소별로 보면 전체 생산비용 증가율(8.7%) 중 임금 인상이 3.2%포인트로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다. 원자재는 3.0%포인트, 환율 2.5%포인트 영향을 준 것으로 봤다.

특히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축인 제조업은 전체 산업 대비 더 큰 생산 비용 증가를 보였다. 제조업은 생산 과정에서 원유와 철광석 등 각종 수입 원자재를 많이 필요로 한다. 제조업 생산비용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6% 증가해 서비스업(6.6%)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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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중에는 원유를 주원료로 하는 석유정제(28.8%), 화학(10.5%)과 구리, 알루미늄, 철광석 등 광물을 중간투입물로 사용하는 비금속(9.7%), 1차금속(8.2%), 금속(7.2%) 등에서 생산비용이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기업의 생산 비용 증가는 단기적으로는 채산성을 악화시키지만 이같은 기조가 장기화되면 기업경쟁력 악화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글로벌 경기 위축이 우려돼 기업들은 출구 전략도 마련하기 쉽지 않다. 특히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 시행 등으로 글로벌 산업계가 변화를 거듭하는 상황에서 비용 부담을 이유로 소극적인 투자나 생산 전략을 세우기도 힘든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이 13년 6개월 만에 1400원을 넘어선 것도 우리 경제에 적신호다. 시장에서는 환율 상승이 수출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공식이 이번 위기에는 다를 것이라고 평가한다. 통상 환율이 오르면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우리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원화 표시 매출액이 늘어난다. 하지만 최근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 공장을 지어 생산과 판매를 늘리면서 환율 영향을 덜 받는 데다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부담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는 등 부작용이 더 크다는 것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는 환율 인상에 따른 원자잿값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온전히 반영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북미와 유럽 등에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던 배터리 기업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투자를 재검토하는 중이다. 올해 3월 애리조나주에 1조7000억 원을 투자해 연 11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원통형 배터리 신규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가 6월 전면 재검토에 나선 것이다. 불과 3개월 사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고환율, 금리 인상 기조로 건설·물류비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김천구 상의 SGI 연구위원은 "현재의 기업 생산비용 증가는 거시적 환경변화에 상당 부분 기인해 개별 기업 차원에서 대응이 어렵다"며 "기업 내부적인 비용 절감 노력뿐만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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